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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지원받는 대만 공군, 中 스텔스전투기 잡는 F-16V 배치 훈련

  • 이장훈(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美 지원받는 대만 공군, 中 스텔스전투기 잡는 F-16V 배치 훈련

대만 F-16 전투기 발진. [MNA]

대만 F-16 전투기 발진. [MNA]

진먼다오(金門島)는 중국을 마주하고 있는 대만의 최전방 지역이다. 인구 5만 명에 면적 134㎢인 이 섬은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1.8km 거리지만, 대만 본섬과는 200km나 떨어져 있다. 중국은 1958년 8월 23일부터 44일간 47만 발의 포탄을 이 섬에 퍼부었다. 당시 대만군 병사와 민간인 등 618명이 사망하고 2600여 명이 부상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포격 이후 진먼다오로 침공할 계획이었으나 대만군의 격렬한 저항으로 실패했다. 당시 이 전투를 취재하던 한국인 기자 최병우 등 3개국 기자 5명이 사망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포격은 1978년 말까지 20년간 간헐적으로 계속됐으며, 1979년 1월 1일 미국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국교를 맺은 뒤에야 비로소 멈췄다. 

8월 23일 진먼현 타이우산(太武山) 충렬사에선 당시 중국 포격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차이잉원 총통을 비롯한 대만 주요 고위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 행사에 브렌트 크리스턴슨 미국재대만협회(American Institute in Taiwan·AIT) 대표가 사상 처음으로 참석했다. 미국재대만협회는 민간기구이지만 사실상 양국 단교 이후 주대만 미국대사관 역할을 하고 있다. 크리스턴슨 대표는 “미국과 대만의 안보협력은 오랜 기간 지켜온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강조했다.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의 뤄즈정 입법위원(국회의원)은 크리스턴슨 대표의 추모행사 참석은 “역사·외교적 의미가 있다”며 “현재 대만과 미국의 공동방위조약은 없지만 양국 관계는 공동방어의 동맹국과 같은 관계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턴슨 대표의 이번 추모행사 참석은 중국의 침공 위협에 맞서 미국 정부가 대만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중국은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함으로써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 원칙을 폐기한 후 대만에 대한 무력통일을 주장하면서 노골적으로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실제로 대만해협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8월 대만 침공을 상정한 대규모 상륙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과거 이런 훈련을 실시할 때마다 “특정 국가를 겨냥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썼지만 이번에는 아예 이를 삭제해 대만 공격용 훈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동부전구의 훈련에는 육해공군과 전략지원부대, 로켓군 등 중국의 5군(軍)이 모두 참가해 마치 전쟁 상황처럼 실시됐다. 캐나다에서 발행되는 중국 군사전문 잡지 ‘칸와디펜스리뷰’의 안드레이 창 편집장은 “중국 인민해방군은 최소 6개의 상륙여단을 동부전구에 배치했다”며 “동부전구의 지상군 병역은 4만 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은 “인민해방군의 이런 훈련은 대만 통일 군사작전을 위한 리허설”이라면서 “인민해방군은 국가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우물쭈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도 이에 맞서 대만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며 중국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장관의 대만 방문을 들 수 있다. 에이자 장관은 8월 9일부터 13일까지 대만을 방문, 차이 총통을 면담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와 우호의 메시지를 전했다. 에이자 장관은 1979년 미국 정부가 대만과 단교한 이후 파견한 최고위급 인사다. 그의 대만 방문 명분은 코로나19 대응 협력이었지만, 실제로는 중국 정부를 향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파기할 수도 있다는 경고라고 볼 수 있다. 장야중 대만대 교수는 “미국 입장에선 무역전쟁, 남중국해, 홍콩, 대만, 신장웨이우얼, 코로나19 등의 이슈 가운데 ‘대만 카드’가 중국을 견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며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은 미국 정부가 대만 문제와 코로나19 책임론 등 2가지 카드를 동시에 펼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에 맞춰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 전단을 대만 인근 해역에 배치하기도 했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8월 28일 대만 타이중에 F-16 전투기 정비센터를 설립해 중국 정부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유일한 F-16 전투기 정비센터를 대만에 설립한 것은 미국과 대만의 ‘군사 밀월’을 상징한다. 양국의 군사장비 기술 이전 등 폭넓은 안보 협력의 핵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비센터는 지난해 12월 F-16 개발사인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대만 국영 방산업체 한샹(漢翔·AIDC)이 맺은 협약에 따른 것이다. 이곳에서는 F-16 계열의 모든 전투기를 정비·수리하고 업그레이드 등도 할 수 있다. 특히 이 정비센터에선 대만 공군이 보유한 기존 F-16A/B를 모두 F-16V로 업그레이드하는 성능 개량 사업인 ‘펑잔(鳳展)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된다. 대만 공군은 1990년대 초반 도입한 F-16A/B 142대를 운용 중이다. 대만은 2022년까지 F-16A/B의 성능 개선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미국은 8월 15일 대만에 최신형 F-16V 66대를 판매하는 계약을 최종 승인했다. F-16V는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대만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향후 대만이 운용할 F-16V는 총 208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앞으로 한국과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서 F-16을 보유한 국가들을 이 정비센터의 고객으로 유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등 다른 아시아 F-16 보유국들이 이 정비센터를 이용할 경우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한국 등 아시아 F-16 보유국들이 상당히 난처한 입장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공중 급유 훈련.

공중 급유 훈련.

더욱 주목할 점은 앞으로 대만 주력 전투기가 될 F-16V의 성능이다. F-16V는 눈(레이더)과 머리(컴퓨터)가 좋아진 최신예 모델이다. 이 전투기에는 미국 우주항공업체 노스럽 그러먼이 제작한 최신예 사격 통제 레이더 AN/APG-83형 AESA(능동 전자 주사 배열 레이더), 그리고 전자정보시스템과 전술데이터링크(Link-16) 등을 운영하는 최신형 컴퓨터가 탑재됐다. 이에 따라 동시에 다수의 목표를 탐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탐지 거리도 F-16A/B에 비해 2배 정도 늘어났다. AALQ-184(V)7 전자교란 포드도 장착했다. 이 장치는 적 레이더파를 흡수·저장하고 같은 주파수로 적 레이더파를 교란한다. 또 AIM-9P/M 사이드 와인드 공대공미사일을 신형 AIM-9X로 교체했고, GBU-12 페이브웨이 레이저유도폭탄, AGM-84 하푼 공대함미사일 등을 탑재했다. 조종사의 헬멧 자동조준장치(JHMCS)도 장착했다. 

대만 군사전문가들은 “F-16V가 중국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殲·J)-20에 대적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젠-20을 제외한 중국의 모든 전투기보다 성능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대만군은 그동안 중국 인민해방군의 침공 계획에 대적할 무기가 없어 전전긍긍해왔지만, F-16V를 보유함으로써 한시름 놓게 됐다. 대만군은 초도 분량으로 도입한 F-16V 6대를 중국 본토와 가까운 지역에 전진 배치할 계획이다. 

미국은 8월 27일 AIT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만 공군 조종사들이 미국 애리조나주 루크 공군기지 상공에서 F-16V 전투기로 공중 급유 훈련을 받는 사진을 공개하는 등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대만 공군 조종사들이 미국에서 훈련받는 모습을 미군 측이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또 8월 31일,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1982년 대만의 안전보장을 위해 작성한 ‘6개 보장’ 문서를 기밀 해제하기로 했다. 이 문서에는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미국이 종료 시점을 정하지 않았다는 것, 무기 판매에 앞서 중국과 이를 협의하기로 하지 않았다는 것, 대만관계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는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미국이 이와 같은 6개 보장 문서를 공개하기로 한 것은 대만과 군사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을 중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대만이 중국 공산당의 압박에 대항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앞으로 무기 판매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반도체, 의료, 에너지 분야를 시작으로 경제협력 대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제협력 대화 채널이 본격 가동하면 미-대만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차이 총통도 “대만의 주요 교역국이면서 무기 공급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위해 FTA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국교 관계가 없는 대만과 FTA를 체결할 경우 사실상 경제를 매개로 한 동맹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더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앞으로 미국과 대만이 군사·경제 동맹 관계를 맺을 경우 대만해협(길이 400km·너비 150~200km)은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바다가 될 것이 분명하다.





주간동아 1257호 (p70~73)

이장훈(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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