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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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간의 기동, 작전계획 노출한 북한

공군 잠잠, 특수전 부대 전면에…여전히 단기전 승부 집착

  •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미시연구소 연구위원 donykim@kyungnam.ac.kr

    입력2015-08-28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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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흘간의 기동, 작전계획 노출한 북한
    8월 20일 늦은 밤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가 소집됐다. 이후 북한군은 다양한 군사 조치와 주요 전력 기동을 통해 남측에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움직임은 만에 하나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북측의 전쟁 시나리오와 작전계획, 동원 가능한 전력의 내용을 어렴풋이나마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먼저 6·25전쟁 이후 여덟 번째로 선포된 준전시상태는 북한군이 위기 국면에 진입했을 때 어떤 병력과 장비를 우선적으로 전진 배치할 것인지 그 매뉴얼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국군 당국은 이러한 병력 배치와 투입 루트를 꼼꼼히 관찰했을 테고, 선제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좌표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북측이 적잖은 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한미 공군의 활발한 움직임에도 북측 공군세력은 활동을 자제했다. 그 대신 방공레이더를 가동해 한미 공군기의 공습과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는 한편, 후방에서는 단거리·중거리 스커드미사일 발사 준비를 서두르는 징후가 포착됐다. 지상에서는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특수전 부대와 총참모부 작전국 소속 병력이 2선에서 1선 부대로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됐고, 해상에서는 특수부대 침투에 사용하는 공기부양정이 전진 배치됐다. 이와 동시에 휴전선 인근에 포병전력을 증강시켰다는 사실은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일제히 선제포격을 가한 직후에 바로 특수부대를 침투시킨다는 작전계획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우리 군 당국을 긴장케 한 것은 잠수함 작전이다. 북측이 보유한 총 70여 척의 잠수함·잠수정 가운데 50여 척이 한꺼번에 기지에서 나와 작전에 들어갔다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전쟁 초기에 해상교통로를 차단하는 한편, 미군의 증원을 막는 것이 이들 전력의 가장 큰 목표다.

    요컨대 이번 대치국면을 통해 드러난 북한군의 움직임은 여전히 단기전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군사전략과 전쟁시나리오, 작전계획을 확인케 해준다. 한미 두 나라는 지금까지의 작전계획을 재검토해 보완할 기회를 얻었고, 북한은 군사전략의 상당 부분을 수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 다시 한 번 대응책을 준비하는 것 역시 우리 군 당국에게 주어진 과제다.



    특히 이번 대치국면에서 미군 전력에 대한 한국군의 의존도가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는 점을 짚어둘 필요가 있다. 미군 없는 한국군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되돌아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합의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남북관계 개선으로 확대하려면 양측이 군사적 신뢰관계 진전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 수년간 휴전선 인근에서 양측의 군사 활동은 전례 없이 활발해진 반면, 우발상황이나 확전을 막을 완충 기능은 상당 부분 사라지고 없다는 사실 역시 확인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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