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 필)의 시즌 폐막 공연을 본 다음 날 독일 수도 베를린으로 날아갔다. 25일 필하모니에서 진행된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하모닉(베를린 필)의 시즌 마지막 정규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 공연은 프로그램 구성이 다소 특이했다. 협주곡이 1부, 교향곡이 2부에 배치되는 관행과 반대로 1부에 하이든 교향곡이, 2부에 브람스 협주곡이 배치됐기 때문이다. 사실 브람스 협주곡의 규모와 내용을 감안하면 협주곡을 1부보다 2부에 배치하는 편이 나은 경우도 많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변칙적으로 짠 진짜 이유는 협연자의 중량감에 있었다.
이날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협연자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1975년 바르샤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데뷔했고 이후 번스타인, 카라얀 등 거장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던 폴란드 피아니스트다. 최정상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지메르만은 대단히 까다로운 성격의 완벽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공연 도중 녹음이나 촬영을 극도로 꺼리는 등 행동이 예민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2003년 내한공연 당시 우리 관객도 목격한 바 있다. 또 스스로 무대에 오를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예정했던 공연 스케줄을 취소하는 일도 다반사인데, 필자의 경우 2012년 그의 리사이틀을 보고자 일부러 일정을 늘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까지 쫓아갔다 물 먹은 일도 있다.
이날 1부 공연에 대한 촌평부터 해보자면, 하이든 교향곡은 래틀의 ‘숨은 장기’로 알려져 있어 은근히 기대했지만 정작 연주는 생각보다 인상적이지 못했다. 어쩌면 그 무렵 베를린 필의 차기 상임지휘자 선출 투표가 보류되면서 어수선했던 악단 분위기가 조금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이어 재독 작곡가 진은숙의 최근작 ‘사이렌의 침묵’이 연주됐다. 지난해 루체른 페스티벌 초연 당시 독창을 맡았던 캐나다 소프라노 바버라 해니건이 이번에도 훌륭한 가창과 연기로 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모노드라마의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매력을 생생히 되살려냈다.
마침내 2부! 지메르만은 그동안 각별한 애착을 보여온 레퍼토리 중 하나인 브람스 협주곡 1번에서 대단히 노련한 솜씨로, 고도로 정련되고 극도로 드라마틱한 연주를 들려줬다. 일단 두드러진 면은 차분함과 여유였는데, 이는 축적된 연륜에 래틀과의 호흡이 가져다준 안정감 덕분이었을 것이다. 이 곡의 경우 그는 이미 래틀과 함께 음반까지 녹음한 바 있다. 안정감의 한편으로, 연주의 기저에선 강렬한 공감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이는 첫 악장 카덴차와 마지막 악장 코다에서 집중적으로 분출됐다.
그의 연주는 작품 전체를 여유로우면서도 거시적으로 조망하면서 미시적 조탁까지 동시에 아우른 차원 높은 것이었다. 또 전편에 걸쳐 적절한 힘의 안배를 이어가다 절정에 이르러 비로소 눈부신 비르투오시타(virtuosita·고도의 연주 기교)를 폭발시킨 흐름에선 그의 연륜과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특유의 영롱하고 신비로운 환상적 이미지와 더불어 벅차오르는 감정을 심오한 절제로 다스려냈다. 그 느린 악장이 남긴 그윽하고 향기로운 여운도 특필해야겠다.
이 공연은 프로그램 구성이 다소 특이했다. 협주곡이 1부, 교향곡이 2부에 배치되는 관행과 반대로 1부에 하이든 교향곡이, 2부에 브람스 협주곡이 배치됐기 때문이다. 사실 브람스 협주곡의 규모와 내용을 감안하면 협주곡을 1부보다 2부에 배치하는 편이 나은 경우도 많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변칙적으로 짠 진짜 이유는 협연자의 중량감에 있었다.
이날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협연자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1975년 바르샤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데뷔했고 이후 번스타인, 카라얀 등 거장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던 폴란드 피아니스트다. 최정상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지메르만은 대단히 까다로운 성격의 완벽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공연 도중 녹음이나 촬영을 극도로 꺼리는 등 행동이 예민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2003년 내한공연 당시 우리 관객도 목격한 바 있다. 또 스스로 무대에 오를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예정했던 공연 스케줄을 취소하는 일도 다반사인데, 필자의 경우 2012년 그의 리사이틀을 보고자 일부러 일정을 늘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까지 쫓아갔다 물 먹은 일도 있다.
이날 1부 공연에 대한 촌평부터 해보자면, 하이든 교향곡은 래틀의 ‘숨은 장기’로 알려져 있어 은근히 기대했지만 정작 연주는 생각보다 인상적이지 못했다. 어쩌면 그 무렵 베를린 필의 차기 상임지휘자 선출 투표가 보류되면서 어수선했던 악단 분위기가 조금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이어 재독 작곡가 진은숙의 최근작 ‘사이렌의 침묵’이 연주됐다. 지난해 루체른 페스티벌 초연 당시 독창을 맡았던 캐나다 소프라노 바버라 해니건이 이번에도 훌륭한 가창과 연기로 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모노드라마의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매력을 생생히 되살려냈다.
마침내 2부! 지메르만은 그동안 각별한 애착을 보여온 레퍼토리 중 하나인 브람스 협주곡 1번에서 대단히 노련한 솜씨로, 고도로 정련되고 극도로 드라마틱한 연주를 들려줬다. 일단 두드러진 면은 차분함과 여유였는데, 이는 축적된 연륜에 래틀과의 호흡이 가져다준 안정감 덕분이었을 것이다. 이 곡의 경우 그는 이미 래틀과 함께 음반까지 녹음한 바 있다. 안정감의 한편으로, 연주의 기저에선 강렬한 공감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이는 첫 악장 카덴차와 마지막 악장 코다에서 집중적으로 분출됐다.
그의 연주는 작품 전체를 여유로우면서도 거시적으로 조망하면서 미시적 조탁까지 동시에 아우른 차원 높은 것이었다. 또 전편에 걸쳐 적절한 힘의 안배를 이어가다 절정에 이르러 비로소 눈부신 비르투오시타(virtuosita·고도의 연주 기교)를 폭발시킨 흐름에선 그의 연륜과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특유의 영롱하고 신비로운 환상적 이미지와 더불어 벅차오르는 감정을 심오한 절제로 다스려냈다. 그 느린 악장이 남긴 그윽하고 향기로운 여운도 특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