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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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프랑스 음악의 자존심

생상스와 ‘동물의 사육제’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입력2015-06-29 1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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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 프랑스 음악의 자존심
    통상 서양음악사에서 19세기 중·후반을 ‘낭만주의 시대’라 부른다. 쇼팽, 슈만, 리스트, 바그너, 브람스, 차이콥스키 등 개성 강한 작곡가들이 넘쳐나던 ‘군웅할거 시대’였다. 그런데 이 시대의 주도권은 독일 작곡가들이 쥐고 있었다. 특히 리스트 ‘교향시’와 바그너 ‘악극’은 전 유럽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렇다면 프랑스는 어땠을까. 뿌리 깊은 음악 강국답게 프랑스도 오페라, 발레 등 무대예술을 중심으로 고유의 음악문화를 꾸준히 전개해나갔다. 하지만 음악사의 변혁을 주도했던 독일에 비하면 어느 정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자국보다 국외에서 더 각광받았던 베를리오즈라는 예외가 있긴 했지만, 적어도 세기말에 드뷔시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독일음악의 위세에 눌려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 상황 속에서 프랑스 음악의 자존심을 세우고자 고군분투했던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동물의 사육제’로 친숙한 카미유 생상스였다. 생상스 역시 리스트와 바그너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보불전쟁(프로이센·프랑스전쟁)에서 프랑스가 패한 후에는 의식적으로 프랑스 음악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특히 ‘국민음악협회’를 설립해 신진 작곡가들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관현악 및 실내악 공연을 주최해 기악음악의 증진을 도모한 일은 돋보이는 업적이다.

    어린 시절 생상스는 모차르트나 멘델스존을 능가하는 신동이었다고 한다. 두 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세 살 때 소품을 작곡했고, 다섯 살 때 처음 공식석상에 나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의 피아노 파트를 연주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파리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평생 성공한 피아니스트, 최고의 오르가니스트, 저명한 작곡가로 살았다. 아울러 그는 매우 다재다능하고 박학다식한 사람이어서 고대 로마의 역사와 문화,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뛰어난 문장력으로 음악평론과 수필을 잡지에 기고했으며 그림도 잘 그렸는데, 특히 시대상을 담은 풍속화에 능했다.

    그런 그가 ‘동물의 사육제’를 쓴 것은 나이 쉰한 살 때였다. 당시 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전 세계에 명성이 자자했고, 필생의 역작인 ‘오르간 교향곡’을 발표해 예술가로서 절정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 시기에 이런 아기자기하고 장난스럽기까지 한 소품집을 내놓은 것은 일종의 ‘잉여의 유희’ 또는 ‘가진 자의 여유’였을까.



    모두 14개 소품으로 이뤄진 이 모음곡에서 생상스는 다양한 악기를 등장시켜 사자, 수탉과 암탉, 당나귀, 거북이, 코끼리, 캥거루, 뻐꾸기 등 여러 동물의 모습을 생생하고도 재치 있게 묘사했다. 그중 13번 곡 ‘백조’가 특히 유명하고, 7번 곡 ‘수족관’과 12번 곡 ‘화석’의 독특한 매력도 돋보인다.

    몇몇 곡에서는 풍자적인 면도 엿보이는데, 이를테면 ‘거북이’나 ‘코끼리’ ‘화석’ 등에서는 다른 작곡가의 인기작에 나오는 유명 선율이 교묘하게 변형돼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가장 흥미로운 건 11번 곡 ‘피아니스트’로, 여기서 생상스는 솜씨가 서툰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두 명을 내세운다. 그들은 짐짓 젠체하며 연주에 임하지만 실상은 아주 기초적인 연습곡조차 아슬아슬하게 소화하는 수준이다. 듣고 있노라면 안쓰러운 생각마저 드는데, 그에 대한 군중(다른 악기들)의 반응이 또한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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