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로봇 ‘휴보’가 1위를 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재난대응로봇대회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를 전후해 국내외에서 ‘전쟁로봇’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다. ‘DRC는 전쟁로봇 개발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다. 한 국내 일간지는 5월 초 해설 기사를 내고 ‘영화 ‘아이언맨’이나 ‘스타워즈’에서나 볼 법한 지상형 로봇군대까지 나타날지 모른다’는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DRC의 1차 목적은 어디까지나 로봇의 ‘재난대응 능력’을 가늠하는 데 있다. 가상의 원자력발전소 사고 현장에서 로봇이 밸브를 잠그고 탈출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게 목적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개발된 로봇기술이 군사용으로 활용될 여지는 충분하다. ‘로봇의 반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로봇기술은 급진전하는 추세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로봇이 자동차를 운전하고, 차에서 스스로 내리며, 울퉁불퉁한 도로를 두 발로 걸어가는 것은 영화에서나 가능했다. 하지만 DRC 등을 계기로 머지않아 현실에 그런 로봇이 곧 출현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율적 전쟁로봇 현실에선 아직 어려워
이와 동시에 그런 로봇기술이 전쟁 무기에 도입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치명적자율무기시스템(LAWS)’, 즉 살상용 로봇에 대한 걱정이다. 이 주제는 유엔의 공식 의제 가운데 하나로도 거론되고 있다. 유엔제네바사무소는 국제적 논의사항인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달리 말해 특수무기 금지협약 중 하나로 지난해부터 ‘LAWS 전문가 회의(Meeting of Experts on LAWS)’를 열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킬러로봇 개발 중단’을 중요 안건으로 다룬다.
CCW에 참가하는 세계 각국 전문가들 의견은 두 갈래로 나뉜다. 첨단 자동화로봇기술을 보유한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은 전쟁용 로봇도 국제적인 심사절차를 거쳐 유통되기 때문에 별도 심의가 불필요하다는 쪽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국가는 ‘즉각적으로 LAWS를 금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현재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당장은 별도의 규제가 필요 없는 게 사실이다. 아직 100% 자율적으로 판단해 실행하는 전쟁용 로봇 제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실전에 도입된 건 무인정찰기나 무인폭격기 정도인데, 대부분 사람의 원격조종을 받아서 움직인다. 일부 자율적인 행동을 보이더라도, 이는 사람의 의사결정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부수적으로 일어난다. 예를 들어 무인폭격기에 ‘A라는 지역에 폭탄 3개를 떨어뜨리라’고 명령하면 폭격기가 해당 지점까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자동으로 날아가는 식이다. 이것을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는 행위’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
이보다 좀 더 그럴듯한 자율무기가 우리나라에 있긴 하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지난해 ‘킬러로봇 : 미래의 기계가 죽이기로 결정한다면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제하의 기사를 게재하면서 영국 무인전투기 타라니스(Taranis), 미국 무인전투기 X47-B와 함께 우리나라 삼성테크윈이 개발한 ‘SGR(센트리 가드 로봇)-A1’을 소개했다.
SGR-A1은 휴전선 일대에서 사람 대신 보초를 서는 로봇이다. 이 로봇은 허가받지 않은 지역에 사람이 나타나면 자동으로 소총 사격을 해 격퇴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비무장지대 시험운영을 거쳐 성능을 인정받았다. 반경 4km의 적을 스스로 탐지한 뒤 2km까지 추적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다. 무기로는 5.5mm 기관총과 40mm 유탄발사기를 장착할 수 있다.
다만 사격 판단은 SGR-A1이 직접 하지 않고 경계병에게 맡긴다. 특정 지역에 목표물이 들어왔으니 사격할지 말지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이를 보면 인간 병사가 좀 더 성능이 뛰어나고 사용하기 편리한 무기를 갖게 된 정도로 생각하는 게 옳다. 인디펜던트가 SGR-A1과 함께 소개한 타라니스나 X47-B도 모두 실제 전투 상황에서는 사람 판단에 따라 움직인다.
“언젠가는 생길 것”
LAWS가 윤리적으로 옳은지 그른지를 논하는 것은 현재로선 답이 없는 문제다. 로봇은 도구의 하나로, 결국 잣대는 로봇 사용자 윤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LAWS를 반대하는 측은 ‘기계가 자체적인 판단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2014년 CCW에 참석한 독일 관계자는 “우리는 자율무기가 독단적으로 인간의 생사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로봇기술의 현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됐을 수 있다. 로봇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려면 인공지능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의적 판단, 즉 의식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분야는 과학기술이 계속 발전한다 해도 이뤄질 수 있을지 자체가 불확실하다. 현대과학은 인간 지능의 기본인 두뇌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두뇌와 성능을 모방한 컴퓨터 칩조차 없는 상태로, 양자컴퓨터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실질적인 연구 성과는 아직 없다.
현재 로봇공학계에선 안전성을 고려해 가정용 로봇의 경우 자율성, 즉 주변 환경과의 상호교류 능력을 최대한 낮추는 방식으로 설계한다. 혹시 오작동을 해도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가정용 로봇 가운데 상용화된 것이 청소용 로봇처럼 힘이 약한 것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반대로 공장 등에서는 사람 출입을 통제할 수 있으므로 큰 힘을 내는 로봇도 제한 없이 도입한다.
강력한 힘을 갖추고 주변 환경과 교감하는 능력까지 지닌 전쟁용 로봇은 로봇기술의 최전선에 있을 수 있다. 이런 로봇을 어디까지 개발하고, 또 어디까지 자율성을 부여할지를 결정하는 건 앞으로 군사전문가와 로봇공학자, 그리고 인문사회학자들 사이에서 수많은 토론을 거치며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DRC의 1차 목적은 어디까지나 로봇의 ‘재난대응 능력’을 가늠하는 데 있다. 가상의 원자력발전소 사고 현장에서 로봇이 밸브를 잠그고 탈출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게 목적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개발된 로봇기술이 군사용으로 활용될 여지는 충분하다. ‘로봇의 반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로봇기술은 급진전하는 추세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로봇이 자동차를 운전하고, 차에서 스스로 내리며, 울퉁불퉁한 도로를 두 발로 걸어가는 것은 영화에서나 가능했다. 하지만 DRC 등을 계기로 머지않아 현실에 그런 로봇이 곧 출현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율적 전쟁로봇 현실에선 아직 어려워
이와 동시에 그런 로봇기술이 전쟁 무기에 도입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치명적자율무기시스템(LAWS)’, 즉 살상용 로봇에 대한 걱정이다. 이 주제는 유엔의 공식 의제 가운데 하나로도 거론되고 있다. 유엔제네바사무소는 국제적 논의사항인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달리 말해 특수무기 금지협약 중 하나로 지난해부터 ‘LAWS 전문가 회의(Meeting of Experts on LAWS)’를 열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킬러로봇 개발 중단’을 중요 안건으로 다룬다.
CCW에 참가하는 세계 각국 전문가들 의견은 두 갈래로 나뉜다. 첨단 자동화로봇기술을 보유한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은 전쟁용 로봇도 국제적인 심사절차를 거쳐 유통되기 때문에 별도 심의가 불필요하다는 쪽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국가는 ‘즉각적으로 LAWS를 금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현재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당장은 별도의 규제가 필요 없는 게 사실이다. 아직 100% 자율적으로 판단해 실행하는 전쟁용 로봇 제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실전에 도입된 건 무인정찰기나 무인폭격기 정도인데, 대부분 사람의 원격조종을 받아서 움직인다. 일부 자율적인 행동을 보이더라도, 이는 사람의 의사결정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부수적으로 일어난다. 예를 들어 무인폭격기에 ‘A라는 지역에 폭탄 3개를 떨어뜨리라’고 명령하면 폭격기가 해당 지점까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자동으로 날아가는 식이다. 이것을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는 행위’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
이보다 좀 더 그럴듯한 자율무기가 우리나라에 있긴 하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지난해 ‘킬러로봇 : 미래의 기계가 죽이기로 결정한다면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제하의 기사를 게재하면서 영국 무인전투기 타라니스(Taranis), 미국 무인전투기 X47-B와 함께 우리나라 삼성테크윈이 개발한 ‘SGR(센트리 가드 로봇)-A1’을 소개했다.
SGR-A1은 휴전선 일대에서 사람 대신 보초를 서는 로봇이다. 이 로봇은 허가받지 않은 지역에 사람이 나타나면 자동으로 소총 사격을 해 격퇴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비무장지대 시험운영을 거쳐 성능을 인정받았다. 반경 4km의 적을 스스로 탐지한 뒤 2km까지 추적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다. 무기로는 5.5mm 기관총과 40mm 유탄발사기를 장착할 수 있다.
다만 사격 판단은 SGR-A1이 직접 하지 않고 경계병에게 맡긴다. 특정 지역에 목표물이 들어왔으니 사격할지 말지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이를 보면 인간 병사가 좀 더 성능이 뛰어나고 사용하기 편리한 무기를 갖게 된 정도로 생각하는 게 옳다. 인디펜던트가 SGR-A1과 함께 소개한 타라니스나 X47-B도 모두 실제 전투 상황에서는 사람 판단에 따라 움직인다.
“언젠가는 생길 것”
LAWS가 윤리적으로 옳은지 그른지를 논하는 것은 현재로선 답이 없는 문제다. 로봇은 도구의 하나로, 결국 잣대는 로봇 사용자 윤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LAWS를 반대하는 측은 ‘기계가 자체적인 판단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2014년 CCW에 참석한 독일 관계자는 “우리는 자율무기가 독단적으로 인간의 생사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로봇기술의 현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됐을 수 있다. 로봇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려면 인공지능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의적 판단, 즉 의식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분야는 과학기술이 계속 발전한다 해도 이뤄질 수 있을지 자체가 불확실하다. 현대과학은 인간 지능의 기본인 두뇌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두뇌와 성능을 모방한 컴퓨터 칩조차 없는 상태로, 양자컴퓨터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실질적인 연구 성과는 아직 없다.
현재 로봇공학계에선 안전성을 고려해 가정용 로봇의 경우 자율성, 즉 주변 환경과의 상호교류 능력을 최대한 낮추는 방식으로 설계한다. 혹시 오작동을 해도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가정용 로봇 가운데 상용화된 것이 청소용 로봇처럼 힘이 약한 것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반대로 공장 등에서는 사람 출입을 통제할 수 있으므로 큰 힘을 내는 로봇도 제한 없이 도입한다.
강력한 힘을 갖추고 주변 환경과 교감하는 능력까지 지닌 전쟁용 로봇은 로봇기술의 최전선에 있을 수 있다. 이런 로봇을 어디까지 개발하고, 또 어디까지 자율성을 부여할지를 결정하는 건 앞으로 군사전문가와 로봇공학자, 그리고 인문사회학자들 사이에서 수많은 토론을 거치며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