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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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담보, 대기업 특혜 의혹

사업자 수익률은 지나치게 높고, 임대료 제한 규정은 모호

  •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mrcho55@kornet.net

    입력2015-06-01 1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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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산층 담보, 대기업 특혜 의혹

    5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주최로 임대주택법 전부개정법률안(일명 뉴스테이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은 그간 부동산 정책에서 배제된 중산층에게 다양한 주거 선택의 기회를 줘 전세 압력을 분산시킴으로써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한다는 전제로 출발한다. 그러나 이 전제는 잘못된 것이다. 전·월세 문제, 특히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에 따른 문제는 소득분위에서 중하위층의 주거비 급증(전세에서 월세로 전환 시 주거비용 2.4배 증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겪는 주거 불안 요인을 해결하지 않고는 악화일로에 놓인 전·월세난 해소는 요원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는 고가 전세 수요자인 ‘중산층을 위한’ 기업형 월세주택이란 카드를 내놓았다.

    사업성에 맞춘 기업형 임대주택은 중산층을 위해서가 아니라, 거꾸로 기업형 임대주택의 사업성을 담보하기 위해 중산층을 타깃 집단으로 끌어들였을 뿐이다. 중산층이 실제 기업형 임대주택의 주인공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소득 여력이 크고 대출 등 자금 동원이 쉬운 중산층은 주거비용이 저렴한 ‘전세’나 ‘자가’를 선호하지 소득의 고정액을 지불하는 고가 월세를 선호할 가능성이 적다. 전세금이 오르면서 월세 전환을 강제받는 계층은 중하위층으로, 정부가 말하는 ‘서민’에 해당한다. 서민과 중산층의 구분이 애매한 것은 정부가 제시한 중산층의 범주가 너무 넓고, 이 범주 내에서 소득계층별 임대 수요의 특성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수요자의 주거 안정 조건보다 공급자의 사업성 조건에 맞춘 것은 정부가 제시한 과도한 수익률 보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현행 임대주택사업의 예상 세후 수익률은 1% 중반이다. 그런데 정부는 민간사업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세후 수익률(세후) 5%대를 보장해주려 한다. 이는 현 세후 수익률의 3배, 은행이자율의 2배 이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격적인 사업이익 보장이다. ‘세후 수익률 5%’는 용적률 완화 2.1%, 택지비 절감 1.0%, 세제 혜택 0.8%, 금융지원 0.5% 개선에 의한 ‘공적 가치’다. 따라서 이는 공공과 민간으로 적절히 배분할 필요가 있다. 민간사업자의 세후 수익률을 은행이자율의 1.5배 정도로만 보장한다는 전제하에서는, 수익률 4.4% 증가분 중 민간사업자가 2분의 1 내지 3분의 2만 취하고 나머지(공공의 몫)는 세입자에게 돌아가게 돼 임대료가 최대 73%까지 낮아질 수 있다.

    정부의 중산층 범주 너무 넓어

    공공자원의 투입을 통한 세후 수익률 5%대 보장은 기업형 임대주택이 사실 준공공형 임대주택임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세입자 주거 안정에서 핵심인 임대료에 대한 적정 관리는 ‘인상률 연 5% 제한’을 제외하면 전혀 없다. 기존 준공공임대에서는 시세의 80%로 임대료가 책정되지만 기업형 준공공임대에서는 최초 임대료가 규제되지 않는다. 정부는 그 까닭을 월세 시세 파악이 곤란하다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임대주택사업의 핵심인 ‘월세 시세’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이 추진되거나, 아니면 ‘적정 임대료’에 대한 배려 없이 사업자의 수익성만 보장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것이다.



    높은 수익률 보장은 결국 과도한 임대료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서울 지역 임대료는 중위 전셋값 2억4000만 원을 기준으로 ‘보증금 8100만 원에 월세 81만 원’ 혹은 ‘순수월세 122만 원’ 수준이다. 이를 부담하려면 가처분소득이 최소 월 400만 원 이상(소득 8분위 이상) 돼야 한다. 서울의 상위 소득자 30%만이 기업형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셈이다. 서울에서 안전한 임대주택을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계층은 소득 4분위(가처분소득 248만 원) 이하인데, 기업형 임대주택의 임대료(81만~122만 원)는 이들의 임대료 지불 능력(4분위 소득자의 지불 가능한 임대료는 50만 원)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기업형 임대주택의 대기업 브랜드화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전체 가구의 6할이 임대로 살아가는 서울 지역에서 기업 브랜드가 임대주택의 브랜드 가치로 굳어지면 도시의 계층공간이 주거상품의 브랜드 차이로 구획되고 차별화되는 현상이 더욱 고착된다. 지금 한국 사회에 공급돼야 할 임대주택은 주택 상품성을 위한 것이 아닌, 국민의 주거 안정성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기업형 임대주택(사실상 준공공임대)의 브랜드화 발상은 그만큼 정책당국의 낮은 역사적, 사회적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고급 브랜드의 임대주택이 집단화하면 서울 강남 고급 아파트단지 주변에서 보듯, 임대료 상승을 동반하는 주거 수요를 자극하는 동시에 인근 지역의 임대료마저 올리게 된다.

    일본의 주된 기업형 임대업은 임차(위탁)임대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에 견줘 한국의 기업형 임대주택은 주로 고비용 건설임대 방식으로 공급된다. 민간사업자가 임대주택을 직접 지어 공급하는 사업 방식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관건은 토지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그린벨트 같은 도시 주변 땅의 손쉬운 취득 및 개발, 도시계획적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토지의 저렴한 획득과 개발 허용은 바로 이를 위한 것이다. 후자와 관련해 정부는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제’를 도입하려 하지만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구 지정 시 도시기본계획 변경 절차 간소화 및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생략 등은 용적률, 높이, 밀도, 경관, 인프라 등 용도지역 체계에 심대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기업의 단기적인 사익 보장을 위해 도시의 중·장기적 공익의 희생을 비용으로 치르는 것이다.

    대기업 시장 지배 문제 우려

    중산층 담보, 대기업 특혜 의혹

    손태락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이 5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한주택보증 대회의실에서 민간제안 뉴스테이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기업 주도의 임대주택사업에 공적 자원 퍼주기란 특혜 문제도 있다. ‘중대형 임대주택에 대한 국민주택기금의 저리 융자 지원’이 대표적인 예다. 국민주택기금은 1973년 1월 ‘국민주택자금계정’이란 이름으로 한국주택은행에 설치된 이래 지난 40여 년간 재원 조달 방법이나 사용처를 확대해왔지만, 중소형(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으로 대출 지원 대상을 제한한 원칙은 계속 유지해왔다. 그러나 ‘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은 국민주택기금의 지원 대상을 전용면적 85㎡ 초과 135㎡(25.7~40.9평) 이하 중대형도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주택기금이 8분위 이상 소득자에게도 지원돼 기금운용의 목적이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다. 중상층을 지원하는 만큼이나 지원이 절실한 중하위 소득자의 주거안정화를 위한 몫이 줄게 돼 사회적 자원 배분의 왜곡도 발생한다.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자는 시설물과 임차인 관리 외에 세탁, 청소, 이사, 육아, 식사 제공, 가구·가전 렌털 등 종합 주거서비스를 제공하게 돼 있다. 임대업 영역을 종합 주거서비스로 확대한 것은 주거서비스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주택임대 외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임대업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대기업의 시장 지배 문제가 여기서도 반복될 수 있다. 대기업들이 자체 재원과 조직력을 이용해 종합 주거서비스의 개별 영역들을 무리하게 확장해가는 가운데 생계형 자영업자의 상권을 일방적으로 침해하거나 약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종합 주거서비스가 추가적인 서비스비용과 관리비용 등으로 산정되면 종국엔 과도한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기업형 임대주택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이 호의적인 것은 어떤 정책 사업보다 수익성이 크고 또 보장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는 의무 임대 기간이 종료된 후 분양으로 전환하면 가치 상승으로 막대한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부분까지 계산돼 있다. 따라서 의무 임대 기간 종료 후 분양으로 전환되면 정책 지원으로 생산한 임대주택이 일시에 사라져 또다시 공급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임대주택 처분에 따른 이익은 고스란히 민간사업자 수중으로 들어가는 문제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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