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파문 이후 백수오 제품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등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6개 업체에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을 공급하는 ㈜내츄럴엔도텍 측은 “소비자원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조사 결과”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2월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정한 유전자 검사 방법인 ‘유전자 분리 및 증폭반응(PCR)’에서는 가짜 원료가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식약처도 재조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내츄럴엔도텍 제품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음을 공식 발표했다.
3개월 만에 뒤바뀐 결과
식약처가 3개월 만에 발표 내용을 번복하자 소비자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홈쇼핑업체에는 관련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가 빗발쳤다. 소비자들은 가짜 제품을 산 것보다도 식용 불가한 성분이 든 제품이 시중에 버젓이 유통됐다는 점에 더 분노하고 있다. 홈쇼핑에서 내츄럴엔도텍 제품을 구매해 복용해온 김모(51) 씨는 “몸이 안 좋아 백수오를 꾸준히 복용해왔다. TV에서 내가 먹던 제품이 가짜라는 뉴스를 보고 홈쇼핑에 전화해 환불 요청을 했는데, 반품 기한을 넘겨 환불이 어렵다며 소비자고발센터(한국소비자연맹)에 이의를 제기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모(56) 씨도 “그동안 먹은 백수오 제품이 가짜인 걸 떠나 식용이 불가한 성분이 검출됐다는 뉴스에 너무 화가 난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먹은 제품이 건강을 해치게 생겼다. 어떻게 이런 불량제품이 식약처 검사를 통과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식약처가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은 5월 1일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같은 논문을 놓고도 4월 30일 식약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엽우피소가 식용은 안 되지만 안전에는 문제없다’고 밝힌 반면, 소비자원은 4월 22일 ‘이엽우피소가 간독성, 신경쇠약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중국 난징 레일웨이 의과대 연구진의 논문이 있다’고 발표해 소비자에게 또다시 혼선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복지위는 5월 6일 식약처로부터 ‘백수오 제품 원료 문제 관련 현안 보고’를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농촌진흥청이 백수오 농가에서 이엽우피소를 재배하는 점을 2006년과 2008년 수차례 지적하고, 대한한의사협회에서 2009년 이엽우피소가 하수오로 유통된다는 공문을 식약처에 제출하는 등 가짜 백수오 파문을 방지할 수 있는 사전 예방기회가 수차례 있었다”며 “이 사태가 식약처의 무능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은 “가짜 백수오 사태가 처음 불거졌을 때 식약처에서 시험 검사 시스템을 조속히 실시했다면 내츄럴엔도텍 같은 업체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식약처의 소극적 태도와 안일한 대처가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김승희 식약처장은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 백수오 제품에 이엽우피소 혼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위 판별 검사법 등을 의무화하고 행정처분을 위한 관련 법안을 신설하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전문기관으로서 소비자원, 검경과 협력체계를 강화해 국민 혼란과 사태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의 오락가락한 발표가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농심 너구리와 생생우동 등 일부 제품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호르몬 벤조피렌이 검출됐을 때도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검출된 양이 인체에 해로울 정도가 아니기에 유통에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여론의 뭇매와 국회의 질타가 쏟아지자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고자 회수를 결정한다”며 며칠 만에 자진 회수 조치를 내렸다.
제품 회수 조치했다 번복하기도
㈜내츄럴엔도텍이 제조한 건강기능식품 ‘백수오 궁’. 해당 제품에서는 식용이 불가한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위). 5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식약처에서 제품 회수 조치를 내렸다 번복한 일도 있다. 2013년 식약처는 서울시 건강·식품위생 보건환경연구원 조사 결과 D사 야채수프에서 기준치 이상의 세균이 검출됐다며 해당 제품을 자진 회수토록 조치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해당 제품에 발효 성분이 들어 있어 세균 수 기준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이의를 제기했고, 보건환경연구원이 식약처에 부적합 판정 결과를 번복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식약처는 뒤늦게 회수 공지를 삭제했다. 그러나 한 번 공식 발표가 나오면 브랜드 이미지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는다는 게 업계 사람들의 말이다.
식품 위생 및 안전 문제에 대한 1차 책임은 불량제품을 제조한 제조사에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관리 감독부터 사후 대처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식약처에 대한 신뢰도 추락하게 된다.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정부기관에서 뭔가 발표할 때는 대책을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 백수오 사건의 경우 소비자원과 식약처 간 좀 더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졌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 전문 김태민 스카이법률특허사무소 변호사는 “식약처에서 여태까지 안전에 문제가 있어 먹지 못한다고 홈페이지 식품원재료검색에 명시한 제품을 이번엔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또한 수년 전부터 문제가 지적돼왔는데 이엽우피소가 어떻게 국내 농가에서 재배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며, 중간 원재료상이나 판매상을 관리했다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발표만 하고 끝낼 게 아니라 근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고, 조사 과정에서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