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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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병영혁신’에 반감 넉 달 만에 뒤엎었다

군 사법제도 개편과 독립적 옴부즈맨 설립, 이제 와 ‘모르쇠’

  •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jdkim2010@naver.com

    입력2015-04-27 0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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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병영혁신’에 반감 넉 달 만에 뒤엎었다

    2014년 12월 18일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공동위원장으로 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그간의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윤 일병 사망사건의 비극을 계기로, 국방부는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병영혁신위)를 구성하고 12월 개혁과제를 발표한 뒤 활동을 마무리한 바 있다. 물론 여기서 발표한 개혁과제들은 확정된 것이 아니라 병영혁신위가 군에 ‘권고’한 사항이다. 이후 이 권고안이 ‘개혁방안’이라는 이름을 달고 언론보도를 통해 국민에게 대대적으로 홍보됐음을 독자들도 기억할 것이다. 병영혁신위에 참여했던 필자 역시 이 권고안이 민관군 3자가 치열하게 토의하고 서로 절충해 만든 합의안인 만큼 군 당국이 이를 대부분 수용할 것이라 믿었다.

    4월 8일 국회에서 벌어진 일

    그러나 넉 달 남짓 지난 지금 상황은 예상과 전혀 다르다. 4월 8일 국회에서 열린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국방부가 보인 태도가 지난해 병영혁신위가 출범할 당시 보여줬던 것과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이번이 개혁의 마지막 기회”라며 결연한 자세로 병영문화 혁신을 강조했던 군 당국이 과거로 회귀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이날 국방부가 국회에 보고한 내용은 군의 개혁 초심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먼저 그동안 공정성을 의심받아온 고등군사법원 운영에 관한 개혁은 장기과제로 미뤄졌다. 일선 사단장이 군 사건에 대한 수사, 기소, 재판, 형 확정까지 모두 장악한 현재의 고등군사법원 운영을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는 여러 혁신 과제 가운데 가장 우선순위에 자리하고 개혁 압력도 높은 사안이었다.

    돌이켜보자. 지난해 4월 7일 육군 28사단의 한 의무대에서 윤 일병은 1박 2일간 약 670대를 맞고 갖은 가혹행위를 당해 쇼크사로 사망했다. 그러나 해당 의무대는 사망 원인을 음식물을 먹다 질식한 것으로 은폐 및 축소했고, 군의관의 소견서 역시 음식물에 의한 기도폐쇄로 기재됐으며, 수사기록은 피해자 유가족에게 열람이 허용되지 않았다. 폐쇄적인 군 사법체계 안에서 하마터면 사건의 진상이 은폐될 뻔했다는 사실에 민심은 분노했고, 사법체계 자체를 혁신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는 계기가 됐다.



    병영혁신위가 결론지은 또 다른 주요 과제로 독립적인 군 인권 옴부즈맨 설치가 있었다. 실효성을 보장하려면 군 외부, 다시 말해 국무총리실이나 대통령직속 기구로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뒤집혔다. 4월 8일 회의에서 국방부가 옴부즈맨을 국방부 장관 소속으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최근 국방부 병영혁신자문회의에 참석한 필자는 군이 아예 옴부즈맨 설치 자체를 회피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할 만한 정황도 목격했다. 국방부 핵심 관계자가 “군에서 반(反)인권적 사건이 발생하면 부대를 불시 방문하고 조사 권한을 행사하는 옴부즈맨이 도입될 경우, 부대에 대한 지휘권이 침해돼 관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도입 불가’ 논리를 병역혁신자문위원들에게 집중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옴부즈맨 설치 자체에 군이 반감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4월 8일 국회 회의에서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직접 나서 “(옴부즈맨을) 장관 소속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공분과 지탄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으니 ‘소나기는 피했다’는 안이한 인식으로 어렵게 만들어놓은 병역개혁 기조를 무너뜨리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군 사법제도 개혁이나 인권 옴부즈맨 설치가 군이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는 취사선택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국가에서 국민은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자원을 군에 제공하고 그 목적에 부합하도록 군을 통제한다. 국민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군은 주권자인 시민의 요구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하며, 중요 정책에 대해 감시받고 통제받아야 한다. 전투를 준비하는 군 조직의 특성 때문에 그 조직의 기강과 기밀, 전문성을 보호하는 것이지 자신만의 기득권을 추구하라고 군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다.

    누가 신뢰를 갉아먹는가

    국방부, ‘병영혁신’에 반감 넉 달 만에 뒤엎었다

    2014년 8월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군인권센터가 주관한 추모제에서 군 인권 피해자 가족들이 국방부 철문에 리본을 붙이고 있다.

    지난해 윤 일병 사건 이후 여론은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난받아온 군 사법제도 전반에 대해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모아졌다. 외부 옴부즈맨의 감시 역시 같은 취지였다. 군 운영에서 공정성이 가장 심각하게 침해되는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이를 의식한 군 당국이 외부에 도움을 청했고, 민간 위원들은 이를 수락한 바 있다. 다시 말해 민관군 병영혁신위는 군의 요청에 민간이 ‘선의’로 응답한 기구였으며, 이 자리를 통해 병영문화 혁신에 대한 종합적인 지침과 명령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막상 개혁안을 실행해야 할 시점에 이르자, 군은 돌연 이를 지휘권을 침해하는 외부의 불필요한 간섭으로 보는 ‘악의’로 해석하는 것이다.

    옴부즈맨이 불시에 부대를 방문하고 조사권을 행사하면 군이 초토화된다는 군 당국자의 항변은 일말이라도 합리적인가. 권위주의 시절 국민이 군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면, 민주화 이후 시대는 군대가 국민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군대가 높은 담장을 허물고 국민과 더불어 공존하며 폐쇄성을 완화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적 변이라 할 것이다. 하물며 ‘지옥의 묵시록’을 연상케 하는 반인권 사건이 벌어진 부대에 전문성을 갖춘 인권 전문가가 개입할 수 없고, 모든 조사와 처벌을 군대 내에서만 해야 한다는 주장은 글자 그대로 전근대적이다.

    실제로 반인권적 사건이 벌어지고 기무사, 헌병, 감찰이 참여하는 3부 합동조사나 검찰, 인사 계통까지 가세한 5부 합동조사가 시작되면, 부대 업무는 완전히 초토화되고 수개월 이상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사건이 발생한 부대를 초토화하는 일은 군 스스로 자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론에 따라 해당 지휘관과 그 상급자까지 가혹하게 징계하는 것은 이미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새삼 외부 감시와 조사에 대해서만 운영 정상화를 핑계로 거부하는 건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아귀가 맞지 않는다.

    관련 법령에 따라 국가기구로 만들어지는 군 옴부즈맨이나 인권감독관은 불량배가 아니다. 이 제도가 군 내부의 실질적인 인권 증진에 획기적으로 기여할지는 의심받을 수 있겠지만, 민간이 군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 하나만으로도 국민이 군을 신뢰할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다. 이마저도 거부하는 군은 그만큼 신뢰라는 자산을 스스로 갉아먹는 셈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군에 돌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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