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강제의 반대 형상입니다. 자기가 강제 상태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 강제를 자유로 느낀다면, 그건 자유의 종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겁니다. 자유의 위기는 우리가 강제를 자유로 인지한다는 데 있어요. 여기서는 저항이 불가능합니다. 여러분이 저더러 무엇을 하라고 강제한다면, 저는 이 외적 강제에 저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더러 무엇을 하라고 강제하는 상대가 없다면 저항은 불가능하죠. 그래서 저는 이 문장을 이번 책의 모토로 삼았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에서 나를 지켜줘.’ 제니 홀저라는 아티스트가 한 유명한 말입니다.”
한병철 독일 베를린 예술대 교수가 2014년 9월 독일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와 인터뷰 중 “새 책 ‘심리정치’에서 ‘자유는 결국 에피소드로 끝날 것이다’라고 쓴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한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저자의 입으로 ‘심리정치’에 담긴 내용을 완벽하게 요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자유를 착취당하는 삶을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프리마크라는 아웃렛에 달려가 한 벌에 5유로가량 하는 옷을 수백 벌 산다. 그 옷을 입고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린다. 이 동영상은 조회 수 수십만 건을 기록한다. 소비자는 옷이나 다른 물건들을 사지만, 그것들을 입거나 쓰지 않고 ‘광고’를 한다. 광고는 새로운 ‘소비’를 창출한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광고를 위임하고 자기들은 광고를 하지 않는다. 이것이 신자유주의가 창조한 완벽한 시스템이다.
2012년 ‘피로사회’, 2014년 ‘투명사회’로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저자가 이번에는 ‘억압 대신 친절로, 금지 대신 유혹으로 개인을 조종하는 신자유주의적 심리정치’를 파헤쳤다. ‘심리정치’는 ‘투명사회’의 연장선상에 있다. ‘투명사회’에서 언급한 “오늘날 사람들은 자유의 환각 속에서 자기 스스로를 착취한다”는 주장과 기존의 권력 및 지배 관계를 무너뜨리는 ‘디지털 무리’에 대한 비판을 이어간다. 다만 이번 책에서는 ‘스마트 권력’과 ‘빅데이터’라는 비판의 표적이 좀 더 분명해졌다. 스마트 권력의 속성을 설명하면서 “신자유주의적 권력 기술의 목표는 인간을 온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존적으로 만드는 것”이며 “(사람들은) 좋아요 버튼을 누르면서 스스로를 지배 관계 속에 빠뜨린다. 신자유주의는 좋아요-자본주의”라고 했다. 그 관계 속에서 지배는 그냥 저절로 이뤄진다는 것. 여기에 빅데이터를 통해 더욱 효율적인 통제가 가능해졌다고 비판한다.
‘심리정치’에서 저자는 앞서 발표한 책들과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가 안주하고 있는 현실을 꿰뚫어볼 것을 독자에게 요구한다. 단 저자는 이 시대의 비판적 관찰자이자 경고자일 뿐 해결사로 나서지는 않는다. 그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고통의 해석
이창복 지음/ 김영사/ 440쪽/ 1만6000원
원로 독문학자가 헤벨, 괴테, 카프카, 보르헤르트, 브레히트, 뵐, 뮐러 등 근현대에 활약한 독일 대문호들의 단편을 삶과 고통이란 시각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삶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과 절망의 밑바닥에서 피어나는 숭고한 희망, 세상을 관통하는 혜안을 발견할 수 있다. 제목은 ‘인생은 고통에서 양분을 얻는다’는 횔데를린의 말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경영의 모험
존 브룩스 지음/ 이충호 옮김/ 쌤앤파커스/ 612쪽/ 1만6000원
‘라이어스 포커’ ‘머니볼’ 작가인 마이클 루이스식 논픽션을 선호하는 독자라면 눈여겨봐야 할 책. 1920년생인 존 브룩스는 역대 최고 금융 저널리스트로 마이클 루이스식 글쓰기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브룩스의 글 가운데 정수만 모은 것으로 1969년 출간됐으나, 지난해 빌 게이츠가 쓴 ‘내가 읽은 최고의 경영서’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되면서 43년 만에 재출간됐다.
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생각들
슬로보예 지젝 지음/ 배성민 옮김/ 글항아리/ 100쪽/ 6000원
2015년 1월 7일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프랑스 주간 풍자신문 ‘샤를리 에브도’사에 들이닥쳐 총격을 가해 12명이 숨졌다. 이어진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의 연쇄살인은 전 세계에 이슬람 공포증을 몰고 왔다. 저자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은 왜 가짜 근본주의자인가’라는 물음으로 ‘이슬람 파시즘’의 실상을 파헤치고,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말한다.
풍자, 자유의 언어 웃음의 정치
전경옥 지음/ 책세상/ 584쪽/ 3만 원
저자는 “편견, 악덕, 모순, 부조리, 어리석음 등을 비난하거나 이를 개선하려는 기대감을 갖는 빈정거림”이자 “대중 민주주의의 장치”인 풍자를 통해 근대 유럽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조망했다. 예술의 부활을 패러디해 검열을 풍자한 그랑빌의 1831년 작 ‘검열의 부활’ 등 저자 이론을 뒷받침하는 풍성한 도판이 보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부자들의 역습
장 루이 세르방 슈레베르 지음/ 정상필 옮김/ 레디셋고/ 256쪽/ 1만5000원
신흥국의 높은 경제성장률, 금융자본의 지배력, 디지털 혁명이란 세 축을 토대로 부자는 점점 늘어나고, 그들의 재산은 해당 국가의 일반적 경제 수준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 언론인인 저자가 ‘부의 팽창’이란 전 지구적 현상을 짚어보고, 집단지성을 통한 불평등 해소와 관용·박애 같은 가치의 회복을 부르짖는다. 원제는 ‘왜 부자가 이겼을까’다.
여가란 무엇인가
김승호 지음/ 교육과학사/ 214쪽/ 1만 원
몸의 재충전을 위해 필요한 휴식이 곧 여가일까. 저자는 스쿨(school · 학교)의 어원인 라틴어 ‘스콜라(schola)’가 그리스어로 ‘스콜레(schole)’, 영어로는 레저(leisure)이고, 우리말로 번역해 ‘여가’가 된 기원을 추적한다. 여가는 서양의 ‘자유교육’이 탄생하게 된 원천이자 인간 삶의 근본적인 기반이다. 여가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의 깨달음, 행복, 몰입, 창의성, 공부, 구원이 별개가 아니라 하나임을 말해준다.
잡놈들 전성시대
우석훈 지음/ 새로운현재/ 300쪽/ 1만5000원
“박근혜 정부 2년 차. 행복기금, 행복주택 등 ‘행복’이란 키워드는 넘쳐나지만 우리는 국민 행복시대가 아닌 국민 ‘항복’시대를 맞이했다.” 여기까지만 봐도 저자 의도를 알 수 있다. ‘88만원 세대’를 쓴 경제학자이자 새정치민주연합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으로서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은 저자가 쓴 첫 번째 정치 에세이집.
고대조선, 끝나지 않은 논쟁
이도상 지음/ 들메나무/ 324쪽/ 1만6000원
고대조선의 존재, 청동기시대 진입 시기, 기자국·위만국·한사군에 대한 해석 등 한국 고대사를 둘러싼 3가지 쟁점을 정리했다. 특히 2부에서 역사학계의 다양한 고대사 해석을 비교하고, 관련 고고학 연구 성과를 접목해 도표로 체계화한 것이 눈에 띈다. 저자는 우리 민족이 세운 최초 국가의 명칭은 ‘조선’이며 옛날에 있었던 나라라는 뜻의 ‘고대조선’으로 표기할 것을 주장한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한병철 독일 베를린 예술대 교수가 2014년 9월 독일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와 인터뷰 중 “새 책 ‘심리정치’에서 ‘자유는 결국 에피소드로 끝날 것이다’라고 쓴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한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저자의 입으로 ‘심리정치’에 담긴 내용을 완벽하게 요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자유를 착취당하는 삶을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프리마크라는 아웃렛에 달려가 한 벌에 5유로가량 하는 옷을 수백 벌 산다. 그 옷을 입고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린다. 이 동영상은 조회 수 수십만 건을 기록한다. 소비자는 옷이나 다른 물건들을 사지만, 그것들을 입거나 쓰지 않고 ‘광고’를 한다. 광고는 새로운 ‘소비’를 창출한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광고를 위임하고 자기들은 광고를 하지 않는다. 이것이 신자유주의가 창조한 완벽한 시스템이다.
2012년 ‘피로사회’, 2014년 ‘투명사회’로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저자가 이번에는 ‘억압 대신 친절로, 금지 대신 유혹으로 개인을 조종하는 신자유주의적 심리정치’를 파헤쳤다. ‘심리정치’는 ‘투명사회’의 연장선상에 있다. ‘투명사회’에서 언급한 “오늘날 사람들은 자유의 환각 속에서 자기 스스로를 착취한다”는 주장과 기존의 권력 및 지배 관계를 무너뜨리는 ‘디지털 무리’에 대한 비판을 이어간다. 다만 이번 책에서는 ‘스마트 권력’과 ‘빅데이터’라는 비판의 표적이 좀 더 분명해졌다. 스마트 권력의 속성을 설명하면서 “신자유주의적 권력 기술의 목표는 인간을 온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존적으로 만드는 것”이며 “(사람들은) 좋아요 버튼을 누르면서 스스로를 지배 관계 속에 빠뜨린다. 신자유주의는 좋아요-자본주의”라고 했다. 그 관계 속에서 지배는 그냥 저절로 이뤄진다는 것. 여기에 빅데이터를 통해 더욱 효율적인 통제가 가능해졌다고 비판한다.
‘심리정치’에서 저자는 앞서 발표한 책들과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가 안주하고 있는 현실을 꿰뚫어볼 것을 독자에게 요구한다. 단 저자는 이 시대의 비판적 관찰자이자 경고자일 뿐 해결사로 나서지는 않는다. 그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고통의 해석
이창복 지음/ 김영사/ 440쪽/ 1만6000원
원로 독문학자가 헤벨, 괴테, 카프카, 보르헤르트, 브레히트, 뵐, 뮐러 등 근현대에 활약한 독일 대문호들의 단편을 삶과 고통이란 시각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삶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과 절망의 밑바닥에서 피어나는 숭고한 희망, 세상을 관통하는 혜안을 발견할 수 있다. 제목은 ‘인생은 고통에서 양분을 얻는다’는 횔데를린의 말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경영의 모험
존 브룩스 지음/ 이충호 옮김/ 쌤앤파커스/ 612쪽/ 1만6000원
‘라이어스 포커’ ‘머니볼’ 작가인 마이클 루이스식 논픽션을 선호하는 독자라면 눈여겨봐야 할 책. 1920년생인 존 브룩스는 역대 최고 금융 저널리스트로 마이클 루이스식 글쓰기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브룩스의 글 가운데 정수만 모은 것으로 1969년 출간됐으나, 지난해 빌 게이츠가 쓴 ‘내가 읽은 최고의 경영서’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되면서 43년 만에 재출간됐다.
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생각들
슬로보예 지젝 지음/ 배성민 옮김/ 글항아리/ 100쪽/ 6000원
2015년 1월 7일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프랑스 주간 풍자신문 ‘샤를리 에브도’사에 들이닥쳐 총격을 가해 12명이 숨졌다. 이어진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의 연쇄살인은 전 세계에 이슬람 공포증을 몰고 왔다. 저자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은 왜 가짜 근본주의자인가’라는 물음으로 ‘이슬람 파시즘’의 실상을 파헤치고,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말한다.
풍자, 자유의 언어 웃음의 정치
전경옥 지음/ 책세상/ 584쪽/ 3만 원
저자는 “편견, 악덕, 모순, 부조리, 어리석음 등을 비난하거나 이를 개선하려는 기대감을 갖는 빈정거림”이자 “대중 민주주의의 장치”인 풍자를 통해 근대 유럽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조망했다. 예술의 부활을 패러디해 검열을 풍자한 그랑빌의 1831년 작 ‘검열의 부활’ 등 저자 이론을 뒷받침하는 풍성한 도판이 보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부자들의 역습
장 루이 세르방 슈레베르 지음/ 정상필 옮김/ 레디셋고/ 256쪽/ 1만5000원
신흥국의 높은 경제성장률, 금융자본의 지배력, 디지털 혁명이란 세 축을 토대로 부자는 점점 늘어나고, 그들의 재산은 해당 국가의 일반적 경제 수준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 언론인인 저자가 ‘부의 팽창’이란 전 지구적 현상을 짚어보고, 집단지성을 통한 불평등 해소와 관용·박애 같은 가치의 회복을 부르짖는다. 원제는 ‘왜 부자가 이겼을까’다.
여가란 무엇인가
김승호 지음/ 교육과학사/ 214쪽/ 1만 원
몸의 재충전을 위해 필요한 휴식이 곧 여가일까. 저자는 스쿨(school · 학교)의 어원인 라틴어 ‘스콜라(schola)’가 그리스어로 ‘스콜레(schole)’, 영어로는 레저(leisure)이고, 우리말로 번역해 ‘여가’가 된 기원을 추적한다. 여가는 서양의 ‘자유교육’이 탄생하게 된 원천이자 인간 삶의 근본적인 기반이다. 여가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의 깨달음, 행복, 몰입, 창의성, 공부, 구원이 별개가 아니라 하나임을 말해준다.
잡놈들 전성시대
우석훈 지음/ 새로운현재/ 300쪽/ 1만5000원
“박근혜 정부 2년 차. 행복기금, 행복주택 등 ‘행복’이란 키워드는 넘쳐나지만 우리는 국민 행복시대가 아닌 국민 ‘항복’시대를 맞이했다.” 여기까지만 봐도 저자 의도를 알 수 있다. ‘88만원 세대’를 쓴 경제학자이자 새정치민주연합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으로서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은 저자가 쓴 첫 번째 정치 에세이집.
고대조선, 끝나지 않은 논쟁
이도상 지음/ 들메나무/ 324쪽/ 1만6000원
고대조선의 존재, 청동기시대 진입 시기, 기자국·위만국·한사군에 대한 해석 등 한국 고대사를 둘러싼 3가지 쟁점을 정리했다. 특히 2부에서 역사학계의 다양한 고대사 해석을 비교하고, 관련 고고학 연구 성과를 접목해 도표로 체계화한 것이 눈에 띈다. 저자는 우리 민족이 세운 최초 국가의 명칭은 ‘조선’이며 옛날에 있었던 나라라는 뜻의 ‘고대조선’으로 표기할 것을 주장한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