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호위무사들이 방패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최근 새누리당 ‘친박계’(친박근혜계)의 분위기를 비유한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던 이들이 청와대를 향해 다소 까칠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지난 연말 ‘친박의 재결집’이 눈에 띄었다면, 1월 중순부터는 ‘친박의 쓴소리’가 관심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의 대표적 친박계 멤버인 홍문종 의원, 이학재 의원 등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적쇄신’과 ‘대통령의 적극적 소통’을 강력히 주장했다. 홍 의원은 2012년 대통령선거(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핵심 보직인 조직총괄본부장 출신이고,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친박 원로’ 정치인들은 한발 더 나갔다. “대통령 주변에 쓴소리를 할 인물이 필요하므로 주요 자리에 검사 출신은 안 된다”는 말까지 쏟아냈다.
‘친박’의 이런 변화는 심상치 않은 민심을 의식한 절박감에서 비롯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 후 최저치다. 특히 전통적 지지층인 50, 60대에서도 지지율 하락이 나타났다.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이라는 인식이 보수층에서도 만연한 셈이다.
따라서 내년 총선에서 대통령과 함께 침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친박’, 특히 수도권 의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일례로 최근 청와대 쇄신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지역구를 보면 3선 홍문종 의원은 경기 의정부을, 재선 이학재 의원은 인천 서구 강화갑이다.
바늘방석 수도권 친박
이미 지난 연말부터 ‘친박계’는 바늘방석에 앉아 있었다. ‘청와대 문건 유출’ 때문이다. 야당에서는 노골적으로 “새누리당 의원들과 대통령 측근들이 대통령에게 민심을 전달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래도 ‘친박’ 의원들은 대통령의 ‘찌라시’ 발언을 인용하면서 청와대를 옹호했다. 문건 유출 파문은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기점으로 잠시 국민 관심 밖으로 멀어지는 듯 보였다.
새해 들어 ‘친박’은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기대를 걸었다. ‘청와대 문건 유출’로 촉발된 위기를 반전할 좋은 기회라고 본 것이다. 청와대도 이번 기자회견에 상당히 신경 쓴 것으로 알려졌다. 수평적 분위기를 만들고자 의자를 원형으로 배치하고, 장관과 수석들이 대통령 발언을 받아 적던 기존 모습도 바꾸려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도 미래지향적인 말들로 가득했다. 통일, 경제 활성화, 개혁 등이다.
하지만 여론 반응은 좋지 않았다. 최대 관심사인 청와대 인적쇄신에 대해 대통령이 사실상 선을 그으면서 ‘불통’ ‘대통령이 국민에게 항명’이란 표현까지 나왔다. 여기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둘러싼 이른바 ‘K-Y 수첩 파문’이 터졌다. 청와대는 문건 유출 배후자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언급했다는 의혹을 받은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을 면직 처리했다.
악재가 겹치면서 민심은 요동쳤다.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 후 최저치로 떨어지고, 새누리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했다. 한국갤럽 주간여론조사(1월 13~15일)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35%, 새누리당 지지율은 43%로 나타났다.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5%p 하락하고, 부정평가는 4%p 상승해 그 격차가 11%p에서 20%p로 벌어졌다(그래프 참조).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못 한다’는 경향성이 매우 강해진 셈이다. 특히 이 조사 결과의 가장 큰 특징은 50대에서 처음으로 긍정(43%)보다 부정평가(50%)가 높게 나타난 점이다. 리얼미터 조사(1월 12~16일)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은 39.4%로 집권 후 최저치였고, 60세 이상에서 6.2%p나 급락했다. 새누리당 지지율도 39.3%로 1.5%p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 동반 하락에 대해 ‘국정 지도자의 리더십에 대한 실망감’ ‘여당에 대한 불만’이 겹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집권 1년 차에 인사 실패 △2년 차에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응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이런 회의론이 해소되기도 전 지난 연말 ‘문건 유출’ 파문이 터졌으며 △집권 3년 차 초반 ‘수첩 파문’까지 겹쳐 전통적 지지층의 심리적 방어선까지 흔들렸다는 것이다.
총선, 방패막이가 없다
새누리당의 지지율 하락도 유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여당은 도대체 뭐하냐”는 불만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되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이에 민심 변화에 민감한 의원, 특히 ‘수도권 친박’들이 더는 대통령을 옹호하기만은 어려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친박’의 기류 변화는 당내 권력 재편과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집권 3년 차인 올해 청와대는 여전히 살아 있는 권력임에는 틀림없지만 후반기로 넘어가면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게 마련이다. 또 새누리당 소속 원내외 정치인들은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들어가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새누리당 상황을 보면 ‘친박’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부에서 차기 주자로 내세울 인물이 사실상 없고, 당의 주요 요직도 ‘범비박계’(비박근혜계)가 차지하고 있어서다. 본인들을 보호해줄 튼튼한 울타리나 ‘후광효과’를 기대할 인물이 없는 셈이다. 반면 ‘범비박계’를 보면 총선을 진두지휘할 김무성 대표,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등이 있다. 이들은 잠재적 대선주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친박’이 집권 4년 차에 치를 총선에 대비하려면 차기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미래를 도모하거나, 본인 스스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론’ 등이 거론됐지만 현재로선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이에 ‘친박’ 의원들은 청와대 쇄신 압박을 통해 현재 권력과 일부분 차별화를 시작하면서 여론전을 통해 지역 유권자들에게 본인의 존재를 알리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정권 초기만 해도 ‘대통령 호위무사’란 타이틀이 자랑거리였고 ‘친박의 단결’이 미덕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앞으로 여론 흐름에 따라 ‘친박’ 내부에서 쓴소리가 더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문종 의원은 1월 21일 TBS FM ‘퇴근길 이철희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여론조사가 나올 때마다 그야말로 식은땀이 날 정도”라고 복잡한 심정을 밝혔다.
최근 새누리당 ‘친박계’(친박근혜계)의 분위기를 비유한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던 이들이 청와대를 향해 다소 까칠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지난 연말 ‘친박의 재결집’이 눈에 띄었다면, 1월 중순부터는 ‘친박의 쓴소리’가 관심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의 대표적 친박계 멤버인 홍문종 의원, 이학재 의원 등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적쇄신’과 ‘대통령의 적극적 소통’을 강력히 주장했다. 홍 의원은 2012년 대통령선거(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핵심 보직인 조직총괄본부장 출신이고,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친박 원로’ 정치인들은 한발 더 나갔다. “대통령 주변에 쓴소리를 할 인물이 필요하므로 주요 자리에 검사 출신은 안 된다”는 말까지 쏟아냈다.
‘친박’의 이런 변화는 심상치 않은 민심을 의식한 절박감에서 비롯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 후 최저치다. 특히 전통적 지지층인 50, 60대에서도 지지율 하락이 나타났다.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이라는 인식이 보수층에서도 만연한 셈이다.
따라서 내년 총선에서 대통령과 함께 침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친박’, 특히 수도권 의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일례로 최근 청와대 쇄신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지역구를 보면 3선 홍문종 의원은 경기 의정부을, 재선 이학재 의원은 인천 서구 강화갑이다.
바늘방석 수도권 친박
이미 지난 연말부터 ‘친박계’는 바늘방석에 앉아 있었다. ‘청와대 문건 유출’ 때문이다. 야당에서는 노골적으로 “새누리당 의원들과 대통령 측근들이 대통령에게 민심을 전달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래도 ‘친박’ 의원들은 대통령의 ‘찌라시’ 발언을 인용하면서 청와대를 옹호했다. 문건 유출 파문은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기점으로 잠시 국민 관심 밖으로 멀어지는 듯 보였다.
새해 들어 ‘친박’은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기대를 걸었다. ‘청와대 문건 유출’로 촉발된 위기를 반전할 좋은 기회라고 본 것이다. 청와대도 이번 기자회견에 상당히 신경 쓴 것으로 알려졌다. 수평적 분위기를 만들고자 의자를 원형으로 배치하고, 장관과 수석들이 대통령 발언을 받아 적던 기존 모습도 바꾸려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도 미래지향적인 말들로 가득했다. 통일, 경제 활성화, 개혁 등이다.
하지만 여론 반응은 좋지 않았다. 최대 관심사인 청와대 인적쇄신에 대해 대통령이 사실상 선을 그으면서 ‘불통’ ‘대통령이 국민에게 항명’이란 표현까지 나왔다. 여기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둘러싼 이른바 ‘K-Y 수첩 파문’이 터졌다. 청와대는 문건 유출 배후자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언급했다는 의혹을 받은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을 면직 처리했다.
악재가 겹치면서 민심은 요동쳤다.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 후 최저치로 떨어지고, 새누리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했다. 한국갤럽 주간여론조사(1월 13~15일)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35%, 새누리당 지지율은 43%로 나타났다.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5%p 하락하고, 부정평가는 4%p 상승해 그 격차가 11%p에서 20%p로 벌어졌다(그래프 참조).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못 한다’는 경향성이 매우 강해진 셈이다. 특히 이 조사 결과의 가장 큰 특징은 50대에서 처음으로 긍정(43%)보다 부정평가(50%)가 높게 나타난 점이다. 리얼미터 조사(1월 12~16일)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은 39.4%로 집권 후 최저치였고, 60세 이상에서 6.2%p나 급락했다. 새누리당 지지율도 39.3%로 1.5%p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 동반 하락에 대해 ‘국정 지도자의 리더십에 대한 실망감’ ‘여당에 대한 불만’이 겹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집권 1년 차에 인사 실패 △2년 차에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응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이런 회의론이 해소되기도 전 지난 연말 ‘문건 유출’ 파문이 터졌으며 △집권 3년 차 초반 ‘수첩 파문’까지 겹쳐 전통적 지지층의 심리적 방어선까지 흔들렸다는 것이다.
총선, 방패막이가 없다
새누리당의 대표적 친박계 인사인 홍문종(왼쪽), 이학재 의원까지 청와대를 향해 ‘쓴소리’를 내고 있다.
새누리당의 지지율 하락도 유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여당은 도대체 뭐하냐”는 불만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되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이에 민심 변화에 민감한 의원, 특히 ‘수도권 친박’들이 더는 대통령을 옹호하기만은 어려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친박’의 기류 변화는 당내 권력 재편과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집권 3년 차인 올해 청와대는 여전히 살아 있는 권력임에는 틀림없지만 후반기로 넘어가면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게 마련이다. 또 새누리당 소속 원내외 정치인들은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들어가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새누리당 상황을 보면 ‘친박’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부에서 차기 주자로 내세울 인물이 사실상 없고, 당의 주요 요직도 ‘범비박계’(비박근혜계)가 차지하고 있어서다. 본인들을 보호해줄 튼튼한 울타리나 ‘후광효과’를 기대할 인물이 없는 셈이다. 반면 ‘범비박계’를 보면 총선을 진두지휘할 김무성 대표,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등이 있다. 이들은 잠재적 대선주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친박’이 집권 4년 차에 치를 총선에 대비하려면 차기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미래를 도모하거나, 본인 스스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론’ 등이 거론됐지만 현재로선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이에 ‘친박’ 의원들은 청와대 쇄신 압박을 통해 현재 권력과 일부분 차별화를 시작하면서 여론전을 통해 지역 유권자들에게 본인의 존재를 알리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정권 초기만 해도 ‘대통령 호위무사’란 타이틀이 자랑거리였고 ‘친박의 단결’이 미덕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앞으로 여론 흐름에 따라 ‘친박’ 내부에서 쓴소리가 더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문종 의원은 1월 21일 TBS FM ‘퇴근길 이철희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여론조사가 나올 때마다 그야말로 식은땀이 날 정도”라고 복잡한 심정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