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2035년에는 세계 인구의 75%가 도시에서 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014년 10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일본의 장기 침체를 야기했던 저물가 현상이 유로존에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하며 걱정스럽게 표현한 말이다. 2014년 9월 ‘제네바 보고서’는 높은 부채, 성장률 둔화, 저물가 등의 ‘유해한 조합(poisonous combination)’이 나타나고 있다며 위기 재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빈약한 성장의 시대’나 ‘유해한 조합’은 현재 글로벌 경제의 어려움을 드러내는 표현들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저성장이나 가계부채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 경제의 중추인 제조업과 대그룹 구조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우리나라 대기업은 3대째 그룹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 놓여 있는데, 과연 이들이 창업 1, 2세대만큼 기업가 정신을 갖고 있느냐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최근 창업 1세대가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고 있는 중국 알리바바, 샤오미, 화웨이 등과의 경쟁에서 버텨낼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가 많아진 배경이다.
삶의 방식이 바뀌다
도시화는 소비시장 확대를 가져오는 중요한 동인 중 하나다.
불확실할 때는 확실한 것을 추구하는 게임을 해야 한다. 현재 존재하는 흐름 가운데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것들을 찾아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인구통계학적 변화다. 고령화라는 트렌드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간의 수명 연장은 물리적 나이의 증가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산운용, 라이프스타일, 가족관계, 가치관, 자아상 등 광범위한 변화를 유발한다.
중산층의 성장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2009년 18억4500만 명이던 중산층은 2030년에는 48억8400만 명으로 2.6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중산층 증가의 주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다. 이들 지역이 경제 성장을 하면서 중산층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성장과 중산층의 증가는 동전 양면과도 같다.
도시화도 장기적인 트렌드다. 191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도시에 사는 사람이 10%에 불과했다. 98년의 시간이 흐른 2008년에는 세계 인구의 50%가 도시에 산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속도다. 현재 도시화는 과거보다 더 역동적이고 가속적이다. 일부 연구자의 전망에 따르면, 2035년에는 세계 인구의 75%가 도시에서 살 것이라고 한다. 도시화도 고령화 못지않게 삶의 방식을 확 바꿔놓는다. 농부가 사는 모습과 도시의 화이트칼라가 사는 모습을 비교해보라.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을 것이다. 도시화는 소비시장 확대를 가져오는 중요한 동인 중 하나다. 도시에서의 삶은 돈을 쓰는 삶이다. 규모에서 차이는 있겠지만 돈을 쓰지 않고는 도시에서 생활할 수 없다. 글로벌 차원의 소비 확대에 도시화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저성장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개연성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제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1년 박정희 정권의 등장으로 시작돼 50여 년 가까이 진행된 고성장은 이제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고성장에서 저성장 시대로의 변화도 삶의 다양한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
고성장 시대에는 소유물이 곧 그 사람의 성공을 나타내는 징표였다. 대표적으로 지위재(신분재) 성격을 가진 주택과 자동차는 자신이 성공했음을 나타내는 신호였다. 앞으로도 지위재에 대한 열망은 지속되겠지만 이제 사람들은 그 열망이 자칫 자신을 불행하게 할 수도 있음을 알아가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욕망은 성공의 에너지가 될 가능성보다 좌절의 고통만 키울 확률이 높다.
저렴한 식사, 값비싼 후식으로 대표되는 ‘작은 사치’가 젊은 층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가치관의 재조정도 필요하다. ‘성공=행복’이란 방정식과 이제 거리를 둬야 한다. 사회적인 성공, 즉 돈과 지위는 갖지 못했다 해도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생각해야 한다. ‘만족=성공’의 가치관으로 이동해야 할 때가 왔다. ‘성공=행복’ 방정식에서는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 결혼이라는 벨트컨베이어식 라이프스타일이 기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벨트컨베이어가 작동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 ‘성공=행복’ 방정식에 따라 투입량을 늘리다 보면,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공산이 커진다.
성공=행복 No, 만족=성공 Yes!
고령화, 중산층 증가, 도시화, 저성장으로 인한 소비 패턴의 변화는 지금도 존재하고 앞으로도 존재할 트렌드다. 트렌드는 저항의 대상이 아니라 순응의 대상이다. 이런 트렌드에 적합한 투자처를 골라낼 수 있다면, 그 보상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소비시장의 확대로 혜택을 보는 기업, 합리적 소비 시대에 원가 경쟁력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 도시화라는 네트워크에서 소비 확대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도 새로운 성장을 해나갈 가능성이 높다.
빈약한 성장의 시대에도 성장하는 트렌드는 있는 법이다. 트렌드는 직선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중간에 반동도 있다. 그러나 그 반동은 일시적일 따름이다. 긴 트렌드에 투자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이유는 트렌드의 힘이 반동을 밀어내고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