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피스 드 본’ 와인(왼쪽)과 오스피스 드 본 건물.
매년 11월 셋째 주말이면 본은 포도 수확 축제인 ‘영광의 3일(Les Trois Glorieuses)’로 들썩이는데, 그중에서도 15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스피스 드 본(Hospices de Beaune)’ 와인 자선 경매는 전 세계 와인애호가의 이목을 집중케 한다.
오스피스 드 본의 역사는 144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르고뉴 재상이던 니콜라 롤랑(Nicolas Rolin)과 그의 아내는 기근과 전염병으로 신음하던 사람들을 돕고자 오스피스 드 본을 설립했다. 빈민병원이라기엔 무척 수려한 이 건물은 북유럽 르네상스 건축물 가운데서도 역작으로 꼽히는데 다채로운 타일로 장식한 지붕이 특히 아름답다. 내부도 로히어르 판데르 베이던(Rogier van der Weyden)의 ‘최후의 심판’ 등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장식돼 있다. 현재 이 건물은 해마다 4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관광지가 됐지만, 설립자 뜻을 이어받은 병원은 현대식 건물로 옮겨 지금도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오스피스 드 본은 설립 당시부터 기부로 운영됐다. 15세기부터 기증받은 포도밭이 60ha(60만m2)가 넘고, 그중 85%가 상위 등급인 그랑 크뤼(Grand Cru) 또는 프르미에 크뤼(Premier Cru) 밭이다. 생산되는 와인도 47가지나 되는데 코르통(Corton), 에세조(Echezeaux), 샹베르탱(Chambertin), 몽라셰(Montrachet) 등 부르고뉴 와인 애호가라면 한 병쯤 소유하고 싶을 만한 와인이 대부분이다.
그해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은 배럴 단위로 경매된다. 1배럴(약 159ℓ)이 288병 정도 분량이다 보니 개인보다 기부를 목적으로 기업이 구매하거나 부르고뉴 와인중개상인 네고시앙(Ne′gociant)이 낙찰받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경우 네고시앙을 통하면 3~6병 단위로 예약해 공동낙찰을 받을 수도 있다. 낙찰된 와인은 구매자가 지정한 네고시앙의 셀러에서 12~24개월간 숙성을 거친다. 네고시앙은 가장 잘 숙성된 시점에 와인을 병입하고 구매자 이름을 넣은 레이블을 붙여 우송해준다.
오스피스 드 본 와인 자선 경매 모습.
오스피스 드 본 와인의 수수한 하얀색 레이블은 오히려 겸손한 기부의 상징처럼 아름답게 빛나 보인다. 우수한 포도밭에서 생산한 품질 좋은 와인일 뿐 아니라 수익금이 좋은 곳에 쓰이는 와인이니 감사하고 싶은 분에게 선물하거나 개인적인 기념일을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해 구매한다면 마음이 더 따뜻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