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보다 ‘차이나 리스크’가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세가 예상보다 심각해 중국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미국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혜택을 함께 누릴 것이다.”
세계적 금융 석학 케네스 로고프(61·사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제의 현 위기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로고프 교수는 66개국의 금융위기를 분석한 저서 ‘이번엔 다르다’를 펴내 주목받은 ‘경제위기 전문가’다. 2001~2003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재직하면서 미국 주택시장의 붕괴를 앞서 경고하기도 했다.
제15회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10월 13일 방한한 로고프 교수는 1997년부터 수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삼성, 현대자동차그룹 같은 대기업이 독식하는 경제로는 미래가 없다. 지나친 정부 규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이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한국 경제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로고프 교수와의 일문일답.
‘차이나 리스크’ 강력한 후폭풍 우려
▼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현재 세계 경제의 3대 리스크는 중국의 경기 둔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급격한 통화정책 변화, 중동과 러시아 등의 지정학적 불안이다. 이 중 가장 강력한 파급 효과를 가진 것은 ‘차이나 리스크’다.
중국의 경기 하락세가 예상보다 심각하다. 앞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은 (정부 목표치인 7.5%는커녕) 7% 밑으로 떨어져 5∼6%대를 이어갈 것이다. 중국 경제가 하드랜딩(경착륙)까지는 아니지만 소프트랜딩(연착륙)을 할 개연성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 자원을 수출하는 브라질, 러시아, 호주 등 자원 부국, 특히 신흥국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중국이 가장 큰 수출시장인 한국도 영향을 받긴 하겠지만 자원 수출국이 아닌 데다 미국 등의 수출시장이 받쳐줄 것이므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 미국 주택시장 붕괴를 예측한 바 있는데 중국도 버블 붕괴가 우려되나.
“중국이 주택 판매가격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전망하기 어렵다. 중국의 주요 통계 자체를 신뢰하기 힘들다. 하지만 중국 금융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중국 기업부채와 은행권 부실대출이 크게 늘고 있어 금융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하면서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걸 느꼈다. 또 중국 경제의 불균형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며, 국가지도자가 바뀐다 해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미국 경제는 지금 같은 회복세를 계속 이어갈까.
“IMF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했는데 나는 이보다 높은 3.0%에 근접할 거라고 본다. 또 내년에는 3.3% 달성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예상보다 위축됐다고 해도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 현재 고용시장이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자동차, 서비스산업 등 많은 분야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훨씬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 그렇다면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는.
“강한 회복세 때문에 금리인상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본다. 내년 9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나는 이보다 앞당겨진 내년 중반쯤이 될 것으로 본다. 내년 중반쯤 미국 경제는 전환기를 맞을 것이다.”
▼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의 자본 유출 우려가 크다.
“그동안 신흥국의 높은 금리를 좇았던 글로벌 자금들이 금리 차가 좁혀지면서 신흥국에서 발을 뺄 것이다. 이는 신흥국에 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 현상은 아니다. 특히 신흥국 중에서도 펀더멘털(기초 경제 여건)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한국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것이다. 미국의 강한 경기 회복은 한국 경제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 신흥국 상품에 대한 수요도 살아날 것이기 때문에 길게 보면 신흥국에 긍정적이다.”
필요 이상 규제 경제 성장 발목 잡아
▼ 일본 아베노믹스 효과는 계속될까.
“그동안 아베노믹스의 강력한 지지자였지만 점차 아베노믹스에 대한 인내심을 잃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세 개 화살’ 중 재정확대, 양적완화 같은 경기부양책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지만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잠재력에 목표를 둔 구조개혁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하면 아베노믹스는 성공하기 어려울 테고, 정치적 지지도 잃게 될 것이다. 지금이 일본 경제에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다.”
▼ 한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 경제의 성장세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견고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책은 단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다. 한국의 정부 부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정부 지출을 더 확대할 여력이 있다. 하지만 일본과 마찬가지로 구조개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단기 부양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 한국 경제를 위해 조언 한마디만 한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제조업이 아니다. 문화, 과학, 엔터테인먼트 같은 서비스산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서비스 분야 규제는 지나치게 강하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친화적이지 않다.
한국은 규제가 필요 이상으로 많아 경제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또한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이 독식하는 경제로는 성장을 이룰 수 없다. 삼성 입사시험인 SSAT(삼성직무능력검사)에 수십만 명이 몰리는 건 삼성에게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한국 경제에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불필요한 규제, 특히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불친절한 규제를 과감히 없애고 창조 기업이 육성될 수 있게 시장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세계적 금융 석학 케네스 로고프(61·사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제의 현 위기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로고프 교수는 66개국의 금융위기를 분석한 저서 ‘이번엔 다르다’를 펴내 주목받은 ‘경제위기 전문가’다. 2001~2003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재직하면서 미국 주택시장의 붕괴를 앞서 경고하기도 했다.
제15회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10월 13일 방한한 로고프 교수는 1997년부터 수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삼성, 현대자동차그룹 같은 대기업이 독식하는 경제로는 미래가 없다. 지나친 정부 규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이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한국 경제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로고프 교수와의 일문일답.
‘차이나 리스크’ 강력한 후폭풍 우려
▼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현재 세계 경제의 3대 리스크는 중국의 경기 둔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급격한 통화정책 변화, 중동과 러시아 등의 지정학적 불안이다. 이 중 가장 강력한 파급 효과를 가진 것은 ‘차이나 리스크’다.
중국의 경기 하락세가 예상보다 심각하다. 앞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은 (정부 목표치인 7.5%는커녕) 7% 밑으로 떨어져 5∼6%대를 이어갈 것이다. 중국 경제가 하드랜딩(경착륙)까지는 아니지만 소프트랜딩(연착륙)을 할 개연성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 자원을 수출하는 브라질, 러시아, 호주 등 자원 부국, 특히 신흥국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중국이 가장 큰 수출시장인 한국도 영향을 받긴 하겠지만 자원 수출국이 아닌 데다 미국 등의 수출시장이 받쳐줄 것이므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 미국 주택시장 붕괴를 예측한 바 있는데 중국도 버블 붕괴가 우려되나.
“중국이 주택 판매가격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전망하기 어렵다. 중국의 주요 통계 자체를 신뢰하기 힘들다. 하지만 중국 금융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중국 기업부채와 은행권 부실대출이 크게 늘고 있어 금융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하면서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걸 느꼈다. 또 중국 경제의 불균형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며, 국가지도자가 바뀐다 해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미국 경제는 지금 같은 회복세를 계속 이어갈까.
“IMF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했는데 나는 이보다 높은 3.0%에 근접할 거라고 본다. 또 내년에는 3.3% 달성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예상보다 위축됐다고 해도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 현재 고용시장이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자동차, 서비스산업 등 많은 분야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훨씬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 그렇다면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는.
“강한 회복세 때문에 금리인상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본다. 내년 9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나는 이보다 앞당겨진 내년 중반쯤이 될 것으로 본다. 내년 중반쯤 미국 경제는 전환기를 맞을 것이다.”
▼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의 자본 유출 우려가 크다.
“그동안 신흥국의 높은 금리를 좇았던 글로벌 자금들이 금리 차가 좁혀지면서 신흥국에서 발을 뺄 것이다. 이는 신흥국에 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 현상은 아니다. 특히 신흥국 중에서도 펀더멘털(기초 경제 여건)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한국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것이다. 미국의 강한 경기 회복은 한국 경제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 신흥국 상품에 대한 수요도 살아날 것이기 때문에 길게 보면 신흥국에 긍정적이다.”
필요 이상 규제 경제 성장 발목 잡아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삼성그룹과 현대 자동차그룹 같은 대기업이 독식하는 경제로는 성장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아베노믹스의 강력한 지지자였지만 점차 아베노믹스에 대한 인내심을 잃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세 개 화살’ 중 재정확대, 양적완화 같은 경기부양책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지만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잠재력에 목표를 둔 구조개혁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하면 아베노믹스는 성공하기 어려울 테고, 정치적 지지도 잃게 될 것이다. 지금이 일본 경제에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다.”
▼ 한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 경제의 성장세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견고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책은 단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다. 한국의 정부 부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정부 지출을 더 확대할 여력이 있다. 하지만 일본과 마찬가지로 구조개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단기 부양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 한국 경제를 위해 조언 한마디만 한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제조업이 아니다. 문화, 과학, 엔터테인먼트 같은 서비스산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서비스 분야 규제는 지나치게 강하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친화적이지 않다.
한국은 규제가 필요 이상으로 많아 경제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또한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이 독식하는 경제로는 성장을 이룰 수 없다. 삼성 입사시험인 SSAT(삼성직무능력검사)에 수십만 명이 몰리는 건 삼성에게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한국 경제에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불필요한 규제, 특히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불친절한 규제를 과감히 없애고 창조 기업이 육성될 수 있게 시장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