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27~28일 ‘황금 주말’
1998 방콕대회부터 2010 광저우대회까지 4회 연속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한 한국은 이번 인천대회에서 금메달 90개 이상을 획득해 5개 대회 연속 종합 2위 수성을 목표로 한다.
대회 초반 사격 남녀 대표팀의 진종오(KT)와 김장미(우리은행)가 첫 금메달에 도전한 뒤 수영 박태환(인천시청), 역도 사재혁(제주도청), 기계체조 양학선(한국체대)이 안정적으로 금빛 낭보를 전하면 금메달이 쏟아지는 ‘황금 주말’이 기다린다.
한국의 최대 메달밭으로 꼽히는 양궁 8개 금메달의 주인공은 9월 27~28일 가려진다. 27일에는 컴파운드 남녀 단체·개인 결선이, 28일에는 리커브 남녀 단체·개인 결선이 열린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은 금메달 8개 석권을 노린다. 한국은 2006년과 2010년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양궁 금메달을 모두 차지했다. 남자 리커브 주장 오진혁(현대제철)은 2012 런던올림픽 개인전 챔피언이다. 김우진(청주시청)은 2010 광저우대회에서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이승윤(코오롱)은 지난해 고교생으로서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을 제패한 기대주다. 여자부에는 광저우대회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주현정(현대모비스)과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자 장혜진(LH) 등이 포진했다.
양궁과 마찬가지로 앞선 2개 대회에서 한국이 전 종목 우승을 달성했던 골프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도 9월 28일 주인이 결정된다. 남자골프의 경우 대만이 경쟁국으로 꼽히지만, 객관적 전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의 적수가 될 수 없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류중일 감독(삼성)이 지휘봉을 잡고 프로야구 선수가 대거 출전한 야구 대표팀도 이변이 없는 한 28일 금메달을 놓고 결승전을 치른다. 배드민턴 간판 이용대(삼성전기)도 같은 날 유연성(상무)과 짝을 이룬 남자 복식에서 자신의 아시아경기대회 첫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는 야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9월 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공식 훈련을 가졌다.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제94회 전국체육대회’ 남자 일반부 계영 8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환.
여자축구에서 남과 북이 금메달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칠 공산이 크다. 북한 여자축구는 아시아 최정상급이다. 2010 광저우대회 때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동아시아선수권대회와 국제종합대회인 동아시아경기대회에서 연거푸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막강하다.
4년 전 광저우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동메달을 따냈던 한국 여자축구도 안방 이점을 십분 활용해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한다. 북한 에이스 허은별, 나은심과 한국 지소연(첼시)이 그라운드에서 펼칠 기량 대결도 볼만할 듯. 허은별은 동아시아선수권대회 한국과의 1차전에서 두 골을 터뜨려 승리를 이끌었고, 나은심은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북한이 4강에 오르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지소연은 소속팀 사정상 8강 이후 일정에만 참가한다.
탁구 혼합복식에서 남북 대결도 관심거리다. 북한 김혁봉·김정 조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한국 이상수(삼성생명)·박영숙(한국마사회) 조를 꺾고 우승했다. 이상수·박영숙 조 대신 나서는 이정우(울산시)·양하은(대한항공) 조가 설욕에 성공할지, 아니면 김혁봉·김정 조가 수성에 성공할지 궁금하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9kg급 김영준(수원시청)과 북한 윤원철의 맞대결도 탁구와 비슷한 구도다. 북한 레슬링 간판 윤원철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최규진(조폐공사)과 맞붙어 예선 탈락했으나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최규진을 꺾고 우승했다. 김영준이 최규진을 대신해 설욕에 나선다.
반대로 기계체조 도마 종목은 북한이 한국에 도전하는 모양새다. 현역 최고인 한국 양학선의 아성에 북한 이세광이 도전장을 던졌다. 이세광은 2006 도하대회에서 아시아 정상에 섰지만 양학선 등장 이후 ‘2인자’로 물러났다.
# 복싱, 레슬링, 테니스…명예 회복하나
8월 20일 오후 서울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D-30일 국가대표 임원 및 선수 기자회견 후 가진 공개훈련에서 레슬링 선수단이 훈련을 하고 있다.
1960~90년대 한국 스포츠 부흥을 이끌었던 복싱은 2002 부산대회를 끝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광저우대회를 포함해 최근 3개 대회에서 단 1개의 금메달과도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사이 카자흐스탄, 중국이 아시아 정상으로 성장했다. 한국은 지난달 열린 2014 타이페이 국제복싱대회 남자 52kg급에서 우승한 함상명(용인대)과 81kg급 김형규(한국체대) 2명 중 최소 1명이 금메달을 따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총 49개 금메달을 가져왔던 한국 레슬링은 4년 전 광저우에서 큰 충격에 빠졌다. 1986 서울대회부터 2006 도하대회까지 6회 대회 연속 레슬링 종목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획득했던 한국은 광저우에서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에 그치며 단 하나의 금메달도 목에 걸지 못했다. 1982 뉴델리대회 이후 28년 만에 ‘노골드’ 수모를 겪었다.
1998 방콕대회 이후부터 꾸준히 금메달 행진을 이어온 테니스는 광저우대회에서 동메달 2개를 보태는 데 그쳤다. 젊은 피를 수혈한 한국 테니스는 인천에서 다시 한 번 비상을 꿈꾼다. 남자 대표팀 유망주는 정현(삼일공고). 정현은 8월 3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방콕오픈 챌린저 대회에서 국내 남자선수 최연소로 챌린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남자대표팀 막내인 정현은 ATP 랭킹에서 선배들보다 높은 180위에 올라 있다.
# 박태환, 사상 첫 ‘개인 2번째 MVP’?
아시아경기대회에 ‘최우수선수’(MVP)상이 등장한 것은 1974 테헤란대회 때부터다. 1998 방콕대회부터 삼성전자가 후원사로 나서면서 ‘삼성 MVP 어워드’라는 이름으로 가장 빼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에게 수여하고 있다.
1998 방콕대회 MVP는 이토 고지(일본)였다. 육상 단거리 스타인 이토는 남자 100m와 2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해 2관왕에 올랐다. 2002 부산대회 MVP 주인공은 일본 수영 영웅 기타지마 고스케였다. 기타지마는 100·200m 평영과 400m 혼계영에서 금메달을 따내 3관왕에 올랐다. 기타지마는 부산대회 활약을 밑바탕 삼아 2004 아테네올림픽과 2008 베이징올림픽 평영 100·200m에서 금메달을 획득, 두 대회 연속 2관왕에 오르며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2006 도하대회에서 가장 빛난 주인공은 한국 박태환이었다. 당시 17세 고교생이던 박태환은 자유형 200·400·1500m 금메달을 쓸어 담아 한국 선수 최초로 아시아경기대회 MVP를 차지했다. 자유형 200m와 1500m에선 아시아신기록까지 세워 기자단 869명 가운데 가장 많은 231명에게 표를 받아 MVP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도하대회에서 아시아를 평정한 박태환은 2007 멜버른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 금메달, 2008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과 200m 은메달을 따내며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했다.
박태환은 2010 광저우대회에서도 자유형 100·200·400m 금메달을 따내 2연속 3관왕에 성공했지만 중국 취재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배드민턴 스타 린단에게 밀려 MVP 2연패에 실패했다. 린단은 2013표 가운데 497표를 획득해 462표를 얻은 박태환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MVP를 가져갔다. 2006 도하대회에서 배드민턴 남자단체전 금메달에 그쳤던 린단은 2010 광저우대회에서 남자 단·복식 금메달을 따내 2관왕에 올랐다.
인천대회 MVP 후보는 OCA와 인천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삼성전자가 참여한 MVP 운영위원회에서 선정한다. 이후 기자단 투표를 거쳐 수상자가 결정된다. 자유형 100·200·400·1500m에 출전하는 박태환은 또다시 MVP를 노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 박태환이 안방에서 MVP를 차지한다면 아시아경기대회 역사상 개인 두 번째 MVP를 수상하는 첫 선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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