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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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포스코 1.0’ 6개월 성적표는?

권오준호 군살 빼기 등 내부 개혁 고삐…주가 올랐지만 알짜배기 매각 논란도

  • 양충모 객원기자 gaddjun@gmail.com

    입력2014-09-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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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 포스코 1.0’ 6개월 성적표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취임 직후인 3월 22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4층 아트홀에서 사내 교육프로그램 강사로 나서 임직원들에게 포스코의 미래 성장전략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일본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다케우치 가오루가 쓴 ‘이과 바보 문과 바보’에는 이과 출신 사장의 특징을 정리해둔 대목이 있다. ‘전문성에 대한 집념’ ‘기술평가력’ ‘원리원칙을 중시함’ ‘현장 중시’ 등이 그것이다. 다케우치는 같은 책에서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같은 이들은 ‘이과계 엘리트’”라고 설명하면서 “이과계의 카리스마는 얕잡아볼 수 없다”고 서술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취임 반년을 맞았다. 권 회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나와 미국 피츠버그대 대학원에서 금속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포스코 입사 후에도 포스코 기술연구소장, 기술총괄장 등을 역임했다. 이력만 보면 전형적인 이과계 최고경영자(CEO)다.

    권 회장 취임 당시 포스코는 ‘창사 최대 위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20%를 넘어서던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고, 연결 영업이익은 2010년 5조5000억 원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했다.

    조강생산량 순위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다. 지난해 전 세계 철강업체 조강생산량 순위에서 포스코는 중국 우한강철(3930만t)에 이어 6위를 차지해 2012년 5위에서 한 계단 내려갔다. 포스코는 한때 아르셀로미탈, 바오강그룹 등과 함께 ‘세계 빅3 철강사’로 꼽혔던 기업이다.

    시작은 기대 반 우려 반



    포스코의 명운을 쥐게 된 권 회장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포스코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의 정통 엔지니어라는 점에서 전문성에는 높은 점수를 줬지만, 반대로 이 점이 권 회장의 약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포스코의 최대 과제는 방만한 사업을 재편하고 재무구조와 수익성을 개선해 회사 경영을 건실히 하는 것인데, 엔지니어 출신인 권 회장이 이런 일에 적합하겠느냐는 의문이었다. 보통 기업 재정이 악화될 때는 실적을 높이려는 방책으로 경제 경영에 밝은 인물을 톱으로 세우곤 한다.

    그러나 권 회장 취임 반년을 맞은 포스코의 모습을 보면 당초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말이다. 단적으로 권 회장 취임 후 포스코 주가는 30% 가까이 상승했다. 9월 15일에는 36만3500원으로 52주 신고가(1년 사이 최고가)를 갱신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포스코의 주가 상승 배경으로 구조조정 등 CEO의 내부 개혁을 꼽는 분위기다.

    7월 24일 발표된 권 회장의 첫 성적표도 괜찮았다. 포스코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분기 대비 8.2% 증가한 16조7040억 원,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14.7% 증가한 8391억 원을 기록했다.

    3월 14일 권 회장 취임과 함께 포스코는 회사 비전을 ‘POSCO the Great’로 바꿨다. 권 회장은 취임식에서 ‘혁신 포스코 1.0’을 제시하며 대대적인 경영 혁신을 예고했다. 먼저 권 회장은 조직의 군살을 빼고 철강 본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목적은 비용 절감과 의사결정 속도 높이기였다. 권 회장은 기존의 기획재무, 기술, 성장투자, 탄소강사업, 스테인리스강사업, 경영지원 등 6개 부문을 철강사업, 철강생산, 재무투자, 경영인프라 등 4개 본부제로 개편하고 경영 임원 수를 50% 이상 줄였다.

    또한 회장 직속인 ‘가치경영실’을 신설해 그룹 차원의 투자 사업과 경영 정책 등을 조율함으로써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가치경영실은 포스코의 재무구조 개선과 중·장기 비전 수립 업무를 위해 마련된 컨트롤타워로 인수합병(M·A), 매각 등 굵직한 사안들의 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포스코가 이미 완료했거나 진행하는 국내 매각 사례는 포스코-우루과이, 포스화인, 광양LNG터미널, 포스코특수강, 포스코엠텍 도시광산 사업부 등 10여 건에 달한다. 그동안 시장에서 그룹 내 정리 대상 1순위로 꼽혔던 포스코플랜텍에 대해선 적자 사업인 해양사업을 대폭 축소하는 구조조정안을 만들었다. 또한 자회사 포스코P·S를 철강유통 부문, 건물임대·유지보수 사업을 하는 포스메이트는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사업 부문의 중간 지주회사로 전환해 사업 성격이 유사한 계열사들을 묶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갖고 있던 경남 창원 대우백화점과 부산 대우백화점 센트럴스퀘어, 포스코건설 소유의 베트남 다이아몬드플라자 백화점을 롯데그룹에 넘기며 유통 부문도 정리했다.

    ‘혁신 포스코 1.0’ 6개월 성적표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산소공장(왼쪽)과 배가스 청정설비 전경.

    한편 동부발전당진과 동부제철 인천공장 패키지 인수는 과감히 포기했다. 재무 부담에 비해 사업성이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건은 KDB산업은행이 주간사였다.

    그러나 포스코는 동부 패키지 대신 동양그룹으로부터 4310억9000만 원에 동양파워를 인수했다. 에너지 분야의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이유에서다. 동양파워는 국내 최대 민간 석탄화력발전 허가업체로 지난해 삼척석탄화력발전소 사업권을 따낸 바 있다. 포스코는 이 발전소 사업에 포스코건설, 포스코엔지니어링, 포스코ICT 등 계열사가 대거 참여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3년 내 신용등급 A 가능할까

    포스코의 숨 가쁜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내실에 치중한 나머지 알짜배기 기업을 파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세아그룹 자회사인 세아베스틸에 매각될 것으로 예상되는 포스코특수강이 대표적이다. 포스코특수강은 세아베스틸과 특수강 시장을 양분하며 스테인리스선재와 봉강 시장에서 60%대의 점유율을 보이는 노른자 기업이다. 지난해 4분기까지 악화됐던 실적도 올해 반전 추세에 들어선 상황이다. 특수강 사업이 철강 산업과 무관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련의 사업 매각을 생각하면 이런 움직임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포스코의 최우선과제는 재무구조 개선이다. 이것을 통해 최근 국내외 신용평가사로부터 연이어 강등된 신용등급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회사채 등의 발행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비용이 증가한다. 조달비용 증가는 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어렵게 한다. 포스코 처지에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고, 포스코특수강의 매각은 그 고리를 끊는 톱질일지도 모른다.

    권 회장은 3월 14일 취임식에서 “3년 내 신용등급을 A등급으로 올려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포스코의 단기성 차입금은 지난해 말 1조9313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9281억 원으로 1조 원 넘게 감소했다.

    포스코는 당분간 신규 투자도 축소할 방침이다. 권 회장은 5월 개최된 기업설명회에서 사업구조 개편안을 직접 설명하며 올해 투자비용을 5조6000억 원으로 축소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의 8조8000억 원보다 3조 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연초 수립했던 6조5000억 원보다 9000억 원 감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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