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움직이고 있다.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출범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정권이 출범 석 달여를 맞으면서 모디노믹스(Modinomics) 정책의 윤곽도 점차 잡혀가고 있는 것. 경제 회복을 급선무로 설정하고 차세대 성장 동인을 제조업에서 찾는다는 것이 골자인 모디노믹스는 세계 경제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위상을 빠른 속도로 재편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 효율성을 높이고 외자 유치에 주력하면서 인프라와 제조업 부흥에 나선다는 모디노믹스의 핵심 비결은 모디 총리가 주지사로 일했던 인도 서부 구자라트 주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실행된 바 있다. 올해 64세, 독신인 모디 총리는 친인척 비리에서 자유롭다는 청렴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강력한 추진력을 선보여왔다. 인도 특유의 느릿느릿한 의사결정, 수많은 행정절차 등은 모디 주지사 재임 시기 구자라트 주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예컨대 캐나다 철도차량 생산업체 봄바디어는 2007년 델리 지하철에 차량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18개월 만에 구자라트 주 사블리에 공장을 완공할 수 있었다. 2008년 10월 타타자동차가 나노(Nano) 승용차 공장을 서벵갈 주 싱구르에 세우려다 토지수용 문제로 좌절했을 때도 모디 주지사는 재빠르게 나섰다. 그가 타타그룹 라탄 타타 회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간결했다 ‘수스와가타마(환영합니다)’. 이후 구자라트 주 사난드에 건립되기 시작한 나노 승용차 공장은 14개월 만인 2010년 1월 완공됐다.
5월 총선에서 인도 중앙정부 총리로 취임한 모디에게 국민은 구자라트 주에서 보여준 빠른 변화와 고성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모디 총리가 화답할 차례인 셈. 그 답이 바로 인프라와 제조업 육성이다. 이를 통해서만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조업 단시일 내 발전 ‘선택과 집중’
지금까지 인도는 서비스업이 발달한 국가로 알려졌다. 인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60%에 이르는 반면, 제조업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도 서비스업은 규모가 영세하고 경기나 소비심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 탓에 국가 전체의 경제 성장을 주도해나가기는 힘들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각광받았던 정보기술(IT) 관련 아웃소싱 비즈니스도 위태롭다. 대부분 콜센터인 인도 IT 서비스업은 선진국 기업 경기에 크게 좌우되는 데다, 후발국인 필리핀, 아일랜드 등으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인도 농업도 차세대 성장동력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몬순(계절풍)에 따라 작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해에는 풍년이었지만 올해는 엘니뇨 영향으로 흉작이 염려되고 있다. 현재 인도의 농민 비중은 전 국민의 52%로 매우 높지만, GDP에서 농업의 비중은 12%에 그친다.
인도의 남은 먹거리는 결국 제조업. 모디 총리는 주어진 5년 임기 내에 제조업과 인프라를 키우려고 ‘선택과 집중’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전임 정권이 2011년 채택한 제조업정책(NMP)을 계승하고 인도식 경제특구를 확대하는 것이다. 경제특구는 제조업을 단시일 내 발전시키는 대표적 전략으로, 1980년대 이후 중국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인도에서도 이미 2005년 ‘특별경제지역(SEZs)법’을 제정해 전국적인 경제특구 지정에 나섰지만 기업 특혜가 줄면서 인기가 사그라지는 중이었다.
모디 정부는 SEZs는 물론 이보다 규모가 큰 투자제조지대(NIMZs) 등 경제특구에 세제특혜 조치를 재도입하는 한편, 인도 전역에 산업회랑(Industrial Corridors)을 확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7월 예산안에는 산업회랑관리청(NICA)을 설립한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현재 건설 진척이 가장 빠른 델리-뭄바이 산업회랑(DMIC)의 경우 총 900억 달러가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산업회랑 내에는 대형 공단격인 NIMZs가 자리 잡을 예정으로, DMIC 내 7개 NIMZs 가운데 구자라트 주 아메다바드-돌레라 공단은 그 넓이(900km2)가 서울시 전체(605km2)보다 훨씬 넓다.
경제특구 조성과 함께 국내 제조업 생산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세제 감면 및 인하 조치도 줄을 잇고 있다. 7월 10일 발표한 예산안에 일부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 및 특별세 조정을 포함한 것이 대표적이다. 소형 TV 부품용 수입관세(10%) 면제, 노트북 컴퓨터에 대한 특별부가세(4%) 면제 등으로 국내 생산이 한결 유리해진 것. 19인치 이하 TV의 음극선관(CRT) 브라운관과 액정표시장치(LCD), 발광다이오드(LED) 패널 등에 대한 관세가 면제되면 인도의 중소 생산업체들은 대당 150~350루피의 가격경쟁력을 누리게 된다.
인도에서 조업 중인 외국 전자업체에 대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 것 역시 현지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조치다. 궁극적으로는 외국 업체가 인도에 상품을 수출하는 대신 아예 인도 내에 공장을 차리도록 유도한다는 게 모디 정부의 목표다. 물론 이는 채찍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점차 외국인직접투자(FDI) 개방 업종을 확대하고 투자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정부 차원의 ‘당근’이 예상되는 이유다.
적극적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해야
이렇게 놓고 보면 모디 정부의 국내 제조업 중시 정책이 외국 업체에 무조건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모디노믹스가 정착해 성장세가 회복되면 인도 경제 내수가 활성화하고 외국 기업의 사업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겠지만, 모디 정부의 자국 생산 우대정책과 보호무역주의적 태도는 분명 경계 대상일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을 포함한 외국 업체는 인도의 무역장벽에 대해 수세적 방어자세를 취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지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외국 제조업체가 별도의 특혜를 누리지는 못한다 해도, 직수출 기업이 받게 될 불이익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이나 아프리카를 겨냥한 수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 인도산 수출분에 대해서는 세제특혜까지 받을 수 있다.
인도 전역에 경제특구식 공단이 확산되는 것 역시 인도 진출을 고려하는 외국 기업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공단이 발전하면 입주 업체는 물론 주변 업체들도 모여들어 공급망 체인이 자연스럽게 강화되기 마련이다. 장차 인도 경제 내수가 회복돼 판매 기회가 확대된다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변화하는 인도, 한국 기업의 신속한 대응이 중요한 이유다.
정부 효율성을 높이고 외자 유치에 주력하면서 인프라와 제조업 부흥에 나선다는 모디노믹스의 핵심 비결은 모디 총리가 주지사로 일했던 인도 서부 구자라트 주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실행된 바 있다. 올해 64세, 독신인 모디 총리는 친인척 비리에서 자유롭다는 청렴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강력한 추진력을 선보여왔다. 인도 특유의 느릿느릿한 의사결정, 수많은 행정절차 등은 모디 주지사 재임 시기 구자라트 주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예컨대 캐나다 철도차량 생산업체 봄바디어는 2007년 델리 지하철에 차량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18개월 만에 구자라트 주 사블리에 공장을 완공할 수 있었다. 2008년 10월 타타자동차가 나노(Nano) 승용차 공장을 서벵갈 주 싱구르에 세우려다 토지수용 문제로 좌절했을 때도 모디 주지사는 재빠르게 나섰다. 그가 타타그룹 라탄 타타 회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간결했다 ‘수스와가타마(환영합니다)’. 이후 구자라트 주 사난드에 건립되기 시작한 나노 승용차 공장은 14개월 만인 2010년 1월 완공됐다.
5월 총선에서 인도 중앙정부 총리로 취임한 모디에게 국민은 구자라트 주에서 보여준 빠른 변화와 고성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모디 총리가 화답할 차례인 셈. 그 답이 바로 인프라와 제조업 육성이다. 이를 통해서만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조업 단시일 내 발전 ‘선택과 집중’
지금까지 인도는 서비스업이 발달한 국가로 알려졌다. 인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60%에 이르는 반면, 제조업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도 서비스업은 규모가 영세하고 경기나 소비심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 탓에 국가 전체의 경제 성장을 주도해나가기는 힘들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각광받았던 정보기술(IT) 관련 아웃소싱 비즈니스도 위태롭다. 대부분 콜센터인 인도 IT 서비스업은 선진국 기업 경기에 크게 좌우되는 데다, 후발국인 필리핀, 아일랜드 등으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인도 농업도 차세대 성장동력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몬순(계절풍)에 따라 작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해에는 풍년이었지만 올해는 엘니뇨 영향으로 흉작이 염려되고 있다. 현재 인도의 농민 비중은 전 국민의 52%로 매우 높지만, GDP에서 농업의 비중은 12%에 그친다.
인도의 남은 먹거리는 결국 제조업. 모디 총리는 주어진 5년 임기 내에 제조업과 인프라를 키우려고 ‘선택과 집중’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전임 정권이 2011년 채택한 제조업정책(NMP)을 계승하고 인도식 경제특구를 확대하는 것이다. 경제특구는 제조업을 단시일 내 발전시키는 대표적 전략으로, 1980년대 이후 중국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인도에서도 이미 2005년 ‘특별경제지역(SEZs)법’을 제정해 전국적인 경제특구 지정에 나섰지만 기업 특혜가 줄면서 인기가 사그라지는 중이었다.
모디 정부는 SEZs는 물론 이보다 규모가 큰 투자제조지대(NIMZs) 등 경제특구에 세제특혜 조치를 재도입하는 한편, 인도 전역에 산업회랑(Industrial Corridors)을 확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7월 예산안에는 산업회랑관리청(NICA)을 설립한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현재 건설 진척이 가장 빠른 델리-뭄바이 산업회랑(DMIC)의 경우 총 900억 달러가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산업회랑 내에는 대형 공단격인 NIMZs가 자리 잡을 예정으로, DMIC 내 7개 NIMZs 가운데 구자라트 주 아메다바드-돌레라 공단은 그 넓이(900km2)가 서울시 전체(605km2)보다 훨씬 넓다.
인도 첸나이의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제2공장.
인도에서 조업 중인 외국 전자업체에 대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 것 역시 현지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조치다. 궁극적으로는 외국 업체가 인도에 상품을 수출하는 대신 아예 인도 내에 공장을 차리도록 유도한다는 게 모디 정부의 목표다. 물론 이는 채찍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점차 외국인직접투자(FDI) 개방 업종을 확대하고 투자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정부 차원의 ‘당근’이 예상되는 이유다.
적극적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해야
이렇게 놓고 보면 모디 정부의 국내 제조업 중시 정책이 외국 업체에 무조건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모디노믹스가 정착해 성장세가 회복되면 인도 경제 내수가 활성화하고 외국 기업의 사업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겠지만, 모디 정부의 자국 생산 우대정책과 보호무역주의적 태도는 분명 경계 대상일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을 포함한 외국 업체는 인도의 무역장벽에 대해 수세적 방어자세를 취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지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외국 제조업체가 별도의 특혜를 누리지는 못한다 해도, 직수출 기업이 받게 될 불이익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이나 아프리카를 겨냥한 수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 인도산 수출분에 대해서는 세제특혜까지 받을 수 있다.
인도 전역에 경제특구식 공단이 확산되는 것 역시 인도 진출을 고려하는 외국 기업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공단이 발전하면 입주 업체는 물론 주변 업체들도 모여들어 공급망 체인이 자연스럽게 강화되기 마련이다. 장차 인도 경제 내수가 회복돼 판매 기회가 확대된다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변화하는 인도, 한국 기업의 신속한 대응이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