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에는 일정한 룰이 있다. 1990년대를 강타했던 일종의 시리즈물인 프랜차이즈 영화 ‘스크림’은 이 공식을 영리하게 재활용했다. 80년대를 휩쓸었던 ‘13일의 금요일’이나 ‘할로윈’ ‘나이트메어’에 자주 등장하는 빤한 공식을 새로운 리듬으로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1990년대 이후 일반화한 영화 공식이라면 일본에서 시작한 ‘J호러 스타일’을 들 수 있다.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귀신, 관절을 꺾는 소음, 눈 밑으로 길게 드리워진 다크서클은 코미디로 패러디될 만큼 일반화됐다. 10대 청소년이 등장하는 할리우드식 공포영화, 무자비한 분위기로 압도하는 일본 공포영화에 이어 등장한 새로운 형식은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공포영화였다.
파운드 푸티지 양식은 말 그대로 ‘발견된 기록물’ 장르다. 촬영 기법이 장르명이 된 경우라 할 수 있다. ‘블레어 위치’나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대표적 사례다. ‘내비게이션’도 이런 양식을 표방한다.
‘내비게이션’은 시작부터 장르를 분명히 한다. 영화 동아리에서 촬영을 맡고 있는 민우가 새 카메라를 장만하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민우는 동아리 친구인 수나, 철규를 카메라에 담는다. 그들은 선배의 가게를 찾아가 술을 마신 뒤 그 선배의 차를 훔쳐 타고 단풍놀이를 간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민우의 카메라에 담긴다.
일상적으로 흘러가던 이야기는 교통사고 현장에 버려져 있던 내비게이션을 획득하면서부터 무섭게 바뀐다. 젊기에 겁이 없는 이들은 사망 사고의 불길함을 뒤로한 채 내비게이션을 장착한다. 이후는 소문으로 떠돌기도 하던 내비게이션 공포담이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따라갔더니 공동묘지였다, 절벽이었다, 같은 괴담 말이다.
영화에 사실감을 주는 건 파운드 푸티지 형식이라기보다 이 괴담의 낯익음이라 할 수 있다. 웹툰 ‘옥수역 귀신’이나 영화 ‘여고괴담’처럼 사람 사이에 일반화된 괴담을 적극 차용할 때 오히려 영화의 사실감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 이 영화에서 사용한 저주받은 내비게이션 괴담이라는 소재도 그런 점에서 흥미롭다.
문제는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지나친 답습이다. 워낙 공포영화가 정해진 룰과 그 룰의 반복에서 발생하는 익숙한 즐거움을 쫓는다 해도 ‘내비게이션’이 표방하는 장르적 관습은 지나친 바가 있다. 일단 이 장르의 최초 작이라고 할 수 있을 ‘블레어 위치’가 대중에게 선보인 게 1999년이다. 촬영 기법 자체만으로도 새로움이 확보되던 당시와 달리 이미 파운드 푸티지는 영화적 인습이 됐다. 게다가 스마트폰이 상용화된 2014년 영화 등장인물이 스마트폰에 대한 언급 없이 내비게이션에만 전적으로 의지하는 설정도 억지스럽다. 감독이 ‘뫼비우스의 띠’라고 명명한 수미상관 구조도 작위적이다.
물론 공포영화는 약간의 어설픔과 부족함이 더 매력적인 장르이긴 하다. 수많은 감독이 저예산 공포영화로 첫발을 떼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새로운 변주 없는 관습은 지루한 반복에 불과하다. 공포영화의 묘미는 결국 무의식 속 깊숙이 숨겨진 무엇에 대한 자극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일반화한 영화 공식이라면 일본에서 시작한 ‘J호러 스타일’을 들 수 있다.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귀신, 관절을 꺾는 소음, 눈 밑으로 길게 드리워진 다크서클은 코미디로 패러디될 만큼 일반화됐다. 10대 청소년이 등장하는 할리우드식 공포영화, 무자비한 분위기로 압도하는 일본 공포영화에 이어 등장한 새로운 형식은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공포영화였다.
파운드 푸티지 양식은 말 그대로 ‘발견된 기록물’ 장르다. 촬영 기법이 장르명이 된 경우라 할 수 있다. ‘블레어 위치’나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대표적 사례다. ‘내비게이션’도 이런 양식을 표방한다.
‘내비게이션’은 시작부터 장르를 분명히 한다. 영화 동아리에서 촬영을 맡고 있는 민우가 새 카메라를 장만하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민우는 동아리 친구인 수나, 철규를 카메라에 담는다. 그들은 선배의 가게를 찾아가 술을 마신 뒤 그 선배의 차를 훔쳐 타고 단풍놀이를 간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민우의 카메라에 담긴다.
일상적으로 흘러가던 이야기는 교통사고 현장에 버려져 있던 내비게이션을 획득하면서부터 무섭게 바뀐다. 젊기에 겁이 없는 이들은 사망 사고의 불길함을 뒤로한 채 내비게이션을 장착한다. 이후는 소문으로 떠돌기도 하던 내비게이션 공포담이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따라갔더니 공동묘지였다, 절벽이었다, 같은 괴담 말이다.
영화에 사실감을 주는 건 파운드 푸티지 형식이라기보다 이 괴담의 낯익음이라 할 수 있다. 웹툰 ‘옥수역 귀신’이나 영화 ‘여고괴담’처럼 사람 사이에 일반화된 괴담을 적극 차용할 때 오히려 영화의 사실감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 이 영화에서 사용한 저주받은 내비게이션 괴담이라는 소재도 그런 점에서 흥미롭다.
문제는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지나친 답습이다. 워낙 공포영화가 정해진 룰과 그 룰의 반복에서 발생하는 익숙한 즐거움을 쫓는다 해도 ‘내비게이션’이 표방하는 장르적 관습은 지나친 바가 있다. 일단 이 장르의 최초 작이라고 할 수 있을 ‘블레어 위치’가 대중에게 선보인 게 1999년이다. 촬영 기법 자체만으로도 새로움이 확보되던 당시와 달리 이미 파운드 푸티지는 영화적 인습이 됐다. 게다가 스마트폰이 상용화된 2014년 영화 등장인물이 스마트폰에 대한 언급 없이 내비게이션에만 전적으로 의지하는 설정도 억지스럽다. 감독이 ‘뫼비우스의 띠’라고 명명한 수미상관 구조도 작위적이다.
물론 공포영화는 약간의 어설픔과 부족함이 더 매력적인 장르이긴 하다. 수많은 감독이 저예산 공포영화로 첫발을 떼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새로운 변주 없는 관습은 지루한 반복에 불과하다. 공포영화의 묘미는 결국 무의식 속 깊숙이 숨겨진 무엇에 대한 자극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