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2009년부터 송유근 군을 지도해온 박석재(57)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은 송군 같은 ‘슈퍼 영재’를 ‘갈고 닦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답을 뽑아내는 기계’쯤으로 생각하는 사회풍토가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과정에서 아이는 심하게 상처 받고 위축된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영재는 일반인보다 학문에 대한 호기심과 흡수력, 이해력이 빠르긴 해도 보통 아이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국내에 송군 같은 슈퍼 영재는 100명도 넘지만 대부분 나이가 든 이후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어떤 이는 평범하다 못해 사회적으로 ‘낙오자’ ‘실패자’라는 낙인까지 찍힌 사례도 있었다.
최근 신한대에 임용된 김웅용 교수 역시 박 연구위원이 꼽은 이런 안타까운 사례 가운데 하나다. 김 교수는 1960년대 4세 나이로 4개 국어를 하고, 5세 때 일본 후지TV에 출연해 도쿄대 교수가 낸 미적분 문제를 풀 정도로 대단한, 세계적인 천재였다. 8세 때 미국항공우주국(NASA) 초청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연구원으로 활동한 그는 어린 나이에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는 그곳에서의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5년 만에 돌연 귀국했다.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머리로 하는 것, 예를 들어 문제를 푸는 일은 가능했지만 동료들과 어울리는 일 등은 불가능했다. 그런 상황을 견디는 것이 끔찍했다”고 회고했다.
대학까지 ‘교육계 KTX’ 필요
김 교수의 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 영재에게 학업 성취를 위한 동기 부여 이상으로 그 나이에 맞는 전인교육도 중요하다는 것이 박 연구위원 생각이다. 공부만 해서는 공부 외엔 아무것도 모르거나 공부조차 잘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연아 선수가 동계스포츠 아이콘이 된 것처럼 유근이도 미래창조경영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1년에 두 번 방송 출연을 허락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에게 공부는 안 시키고 방송에 나가게 했다고 난리가 났더군요. 유근이가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다른 것은 일절 하지 않고 오직 공부만 해야 행복할까요. 슈퍼 영재도 음악과 미술을 접하고, 여러 사람이 모여 밴드나 연극을 하는 등 그 나름의 방법을 통해 자기 나이에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 터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 연구위원이 틈날 때마다 송군과 함께 영화나 공연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할 기회를 마련하고, 일상에서 일어난 소소한 대화를 나누려 애쓰는 이유도 그래서다.
“일반 아이에 비해 학습 능력이 뛰어난 슈퍼 영재에겐 초교 교과과정부터 대학 교과과정까지 일사불란하게 마칠 수 있는 ‘교육계 KTX’가 필요합니다. 그 종착역은 ‘슈퍼 영재대학’이 돼야 할 거고요. 그래야 나이 어린 슈퍼 영재가 일반 대학에서 각개격파를 당하며 상처 받는 일을 막을 수 있겠죠.”
박 연구위원은 김 교수 사례처럼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재능을 지닌 사람이 그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금도 계속된다고 개탄했다. 또한 반복되는 시행착오의 고리를 끊으려면 입시를 위한 영재교육이 아닌 영재의 꿈과 재능을 실현하고 이끌어나갈 체계적이고도 전문적인 교육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