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밤인 시간에 지구, 태양, 달이 완전히 일렬로 배열될 때만 관찰할 수 있는 ‘개기월식’ 진행 모습.
설 하루 전날인 섣달그믐에 대한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날 잠이 들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괴담(?)인데, 한 해 마지막 날 밤 지나온 1년을 반성하고 새로 다가오는 1년의 각오를 다지라는 뜻에서 생겼다고 한다. 한 해가 저무는 날답게 섣달그믐에는 달이 뜨지 않는다. 아니 전후가 바뀌었다. 섣달그믐이라 달이 뜨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달이 뜨지 않기 때문에 그믐이다.
‘미니문’과 ‘슈퍼문’의 크기
언제나 똑같은 모양으로 뜨는 태양과 달리 달은 약 30일을 주기로 매일 모양이 바뀐다. 정확히는 29.53일인데, 달이 지구 주변을 한 바퀴 도는 기간이다. 달이 지구 주변을 도는 동안 지구도 태양 주변을 움직여 달이 한 바퀴 도는 기간이 기준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사소한 것(?)은 일단 넘어가자. 처음 달력을 만들었던 사람들은 하루가 지날 때마다 눈에 띄게 모양이 바뀌는 달을 기준으로 삼았다. 바로 ‘음력’이다. 1년 365일을 달 모양에 따라 나누고 경우에 따라 윤달을 넣었다. 현재는 음력을 우리 고유 명절을 헤아릴 때 외에는 그리 사용하지 않지만 달 모양을 아는 데는 매우 유용하다.
달은 약 30일을 주기로 매일 모양을 바꾸며 밤하늘에 떠오른다.
비록 설연휴 달은 볼 수 없지만 태양계의 다른 천체는 비교적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수성에서 해왕성으로 이어지는 태양계 행성(지구 제외) 7개 가운데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천체는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으로 이번 설에는 수성과 화성, 목성을 볼 수 있다.
수성과 화성은 지구 궤도 안쪽에서 태양 주변을 도는 내행성이다. 이 때문에 지구에서 볼 때는 항상 태양 주변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지만, 태양 근처에 있는 만큼 한밤중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먼저 수성을 찾아보자. 이번 설날 수성은 육안으로 관측하기 매우 좋은 위치에 자리 잡는다. 해가 진 직후 서쪽 하늘을 잘 살피면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이 보일 텐데, 그것이 바로 수성이다. 지평선에 가까이 붙었을 테니 잘 찾아봐야 한다. 해가 진 직후 2시간가량만 보이므로 아차 하면 놓치기 십상이다.
10월 8일 밤하늘에서 달이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 우주쇼가 펼쳐진다.
수성을 놓쳤다면 바로 몸을 정반대로 돌려 동쪽 하늘에서 목성을 찾자. 해가 지는 것과 동시에 동쪽 하늘에서 목성이 떠오른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천체인 만큼 ‘나는 목성이다’라고 말하는 듯 남다른 밝기를 뽐낸다.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여기서 주의할 점. 아무리 밝게 빛난다 해도 화보에서처럼 목성 줄무늬까지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해가 진 직후 떠오르는 목성은 밤 12시 정남쪽을 거쳐 해가 뜨기 직전 서쪽 하늘에서 진다.
목성이 지나간 뒤 밤 12시가 넘어가면 동쪽에서 화성과 토성이 뜬다. 이 두 천체는 밤 12시쯤 동쪽에서 떠서 해 뜨기 직전 남쪽에 도착한다. 솔직히 말해 토성은 여느 별과 구분하기 어렵다. 목성 줄무늬도 보이지 않는데 토성 고리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 대신 화성은 육안으로도 붉게 보여 구분하기 쉽다. 주변 별보다 붉게 주황색으로 보이는 별이 있다면, 그 별이 바로 화성이다.
귀향길에 태양계 천체를 찾는 팁(tip) 하나. 방위를 볼 줄 모른다면 목적지를 잘 생각해보자. 서울에서 전라도나 경상도로 내려가는 길이라면 앞쪽은 남쪽, 오른쪽은 서쪽, 왼쪽은 동쪽이다. 강원도로 간다면 앞이 동쪽, 뒤가 서쪽, 왼쪽은 북쪽, 오른쪽은 남쪽이다.
그래도 모르겠다고? 스마트폰에 있는 지도는 사용자에게 매우 친절하며, 정확한 방향을 가르쳐주니 참고하자. 눈앞에 보이는 별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도 있다. 별자리 앱계 최강자 ‘Star Walk’는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정확하게 별자리를 표시해준다. 오랫동안 아이폰 전용 앱이었지만 최근 안드로이드용으로도 나왔다. 유료 앱이긴 해도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다른 회사가 개발한 무료 앱도 많으니 ‘별자리’ 키워드로 검색해보자.
9월 28일 우리나라에서 토성이 달 뒤로 숨는 ‘토성엄폐’를 관찰할 수 있다.
9월 28일에는 토성이 달 뒤로 숨는 토성엄폐가 일어난다. 이날은 음력 9월 5일로 초승달이 뜬다. 초승달은 오전 9시쯤 떠서 오후 9시에 지는데, 토성엄폐는 낮 12시 남동쪽 하늘에서 시작돼 1시간가량 이어진다. 낮에 달을 봐야 하는 만큼 육안으로 보기 어렵지만 천체망원경을 이용하면 쉽게 관측할 수 있다. 마침 일요일이고, 9월 말이면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니 바람도 쐴 겸 가까운 천문대를 찾아가는 게 좋겠다.
10월에는 천체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손꼽는 ‘월식’이 기다린다. 그것도 달 일부가 가려지는 부분월식이 아닌, 달 전체가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이다. 개기월식은 보름달일 때, 지구와 태양, 달이 완전히 일렬로 배열될 때, 그리고 그렇게 각 천체가 일렬로 선 순간 우리나라가 낮이 아닐 때만 극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10월 8일(음력 9월 15일)이 바로 그날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동부와 호주,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서부에서만 관측할 수 있다.
10월 개기월식 손꼽는 사람들
이날 월식은 오후 6시 14분부터 시작한다. 동쪽 하늘에 뜬 보름달이 서서히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기 시작한다. 약 1시간 뒤인 오후 7시 24분에는 본격적으로 달이 가려지는 개기월식이 시작된다. 개기월식을 찍은 사진에 나오는 붉은 달을 바로 이때부터 볼 수 있다. 성능 좋은 카메라가 있다면 직접 사진에 담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참고로 기자도 이날만큼은 천문대를 찾을 예정이다. 이날 달 옆에 천왕성도 가까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월식은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지만 지구에서 29억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천왕성은 육안으로 거의 볼 수 없다.
지구가, 그리고 다른 천체가 늘 태양 주변을 도는 만큼 크고 작은 우주쇼는 언제나 준비돼 있다. 바쁜 삶 속에서 잠깐이라도 하늘을 올려다보는 건 어떨까. 화려하진 않아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당신을 위한 우주쇼가 진행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