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비정규직 조합원들과 회사 측 관계자들이 몸싸움을 벌였다.
지방의 한 도시 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과 2004년 9월 1일부터 2006년 8월 31일까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노인종합복지관 물리치료사로 입사한 A씨는, 한 차례 계약을 갱신해 2008년 8월 31일까지 근무했다. 그런데 공단은 기간 만료가 예정된 A씨와 재계약을 하지 않은 채 2008년 8월 1일 물리치료사 계약직 직원 공개 채용공고를 내면서 A씨에게 응시하라고 권했다. A씨가 공개 채용에 반발해 응시원서를 제출하지 않자, 공단은 재계약 체결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고, 원직 복직과 임금 상당액 지급 취지의 구제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공단이 다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해 구제신청이 기각되자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제1심과 제2심 재판에서 A씨가 모두 승소했으나 사건은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대법원은 기간이 정해진 계약직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된 후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전제했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봤다. 또한 그런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자에게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고 부당하게 근로계약 갱신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 해고와 마찬가지라고 봤다. 근로계약 내용, 근로계약이 이뤄진 동기와 경위, 근로계약 갱신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 설정 여부와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볼 때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는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계약직 직원 규정에 계약 갱신이 예정돼 있는 사정 △원고가 담당하는 물리치료 업무는 복지관의 주요 업무로 상시적, 계속적 사업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정 △공단이 재계약 의사가 있는 계약직 직원 대다수의 계약을 갱신해왔고, 계약직 직원의 직무가 없어지더라도 일용직 직원으로 다시 채용한 사정 △공단 스스로 계약직 직원을 무기계약 전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시의 지침이 부당하다며 시장에게 이의 시정을 건의했던 사정 등에 비춰 담당업무 자체가 폐지되지 않는 한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A씨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봤다.
사용자가 기존 직원들의 동의 없이 가점 부여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재계약 절차가 아닌 공채 절차를 통해 선발돼야만 계약 갱신을 해주겠다고 주장하고, 공채에 응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계약 갱신을 거부한 것은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고 확정한 것이다.
결국 A씨는 부당 해고라는 판정을 받아냈지만, 3년에 달하는 송사를 거치면서 숱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계약직 직원을 무기계약 전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장에게 부당함을 건의했던 공단이 자기 직원을 부당 해고하면서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간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민주시민과 공공기관에 던져진 중요한 숙제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사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