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결국 구글 맵스를 버렸다.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 2012에서 애플은 새로운 운용체계 iOS6의 세부 스펙을 공개했다. iOS6에 들어가는 지도는 구글 것이 아닌 애플이 자체 개발한 지도였다. 애플이 2007년부터 아이폰에 기본으로 탑재해온 구글 맵스를 대신해 자체 지도를 넣으리라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애플 지도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특히 하늘에서 보는 듯한 플라이 오버뷰(fly over view) 기능이 눈길을 끈다. 실시간으로 익명의 교통정보를 수집해 표시하는 교통상황도 유익하다. 턴바이턴 내비게이션 기능도 주목할 만하다. 시리(Siri·아이폰의 음성인식 기능)로 목적지를 검색해 바로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MS, 아마존도 ‘독립’ 움직임
이 정도면 애플이 얼마나 지도에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스마트 생태계에서 지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지도다. 교통수단과 교통상황을 확인하고 주변 맛집을 검색하는 기능은 모두 지도를 기반으로 한다. 맞춤형 서비스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를 알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 또한 지도가 없으면 안 된다. 지도는 새로운 서비스로 나아가는 플랫폼이기도 한 것이다.
애플이 스마트폰 혁명을 이룬 지 5년이 다 돼간다. 스마트 라이프의 기본인 지도 서비스는 지난 5년 동안 구글이 독점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의 양대 산맥인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모두 지도를 공급해왔기 때문이다. 애플은 처음 구글 맵스를 탑재할 때만 해도 구글과 동맹관계였다. 지도는 검색에 이어 애플과 구글이 협력해온 대표적인 서비스다. iOS에 구글 검색엔진과 지도를 사용하는 대신 트래픽과 광고수익을 보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안드로이드로 구글과 경쟁하는 마당에 스마트폰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인 지도를 구글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이 경쟁관계가 되면서 협업 모델은 깨지기 시작했다.
정보기술(IT) 세상에서 영원한 독식은 있을 수 없다. 이를 방증하듯 구글 맵스에서 탈피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만 공급할 수 있는 특화 서비스를 내놓으려고 한다. 그런데 특화 서비스 대부분이 지도에 의존하게 되니 자체적으로 지도를 만들려는 건 당연한 절차다.
이유가 그뿐일까. 업계의 구글 맵스 탈피 움직임은 무엇보다 구글의 ‘유료화’ 선언 탓이 크다. 구글은 지난해 9월 구글 맵스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면 유료 요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는 셧다운(워터마크 및 광고 삽입, 상업용으로 과다 노출 시 강제종료) 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휴대전화 제조사는 물론 삼성카드, 대우증권, 신한은행 등 서비스 기업은 구글과 지도 유료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거나 체결할 예정이다.
애플은 이미 뉴아이패드에서 구글 맵스 탈피를 시도했다. 애플은 뉴아이패드의 기본 지도 서비스로 오픈스트리트맵을 채택했다. 오픈스트리트맵은 오픈스트리트맵재단이 운영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아직은 품질 면에서 구글 맵스가 앞서지만 대형 업체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품질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구글 맵스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애플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0년 오픈스트리트맵 창립자인 스티브 코스트를 최고빙맵설계자(Chief Bing Map Architect)로 고용하고 관련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해왔다. 위치기반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포스퀘어 역시 구글 맵스에서 벗어나 오픈스트리트맵을 선택했다.
7월 초 아마존닷컴은 3차원(3D) 지도 제작업체인 업넥스트(UpNext)를 인수했다. 업넥스트는 2007년 뉴욕에 설립한 3D 지도 제작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미국 내 50개 도시의 입체지도를 제공한다. 현재 아마존 킨들파이어는 위치정보시스템(GPS) 수신 장치가 없어 위치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인수로 향후 출시하는 새로운 기기에 지도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한다. 구글이 킨들파이어와 경쟁할 만한 구글 넥서스7을 내놓자, 지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이 기존 유통 부문에 지도 서비스를 결합한다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국토부, 3D 공간정보 민간에 제공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은 지도 대란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미 국내 중소기업들은 대란을 겪고 있다. 대기업들이 구글의 유료화에 대응하는 동안 중소기업들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구글 맵스를 이용해온 한 부동산정보 서비스업체는 앞으로 구글 맵스를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구글로부터 셧다운 예보를 받았던 이 회사는 국내 지도 서비스업체와 손을 잡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만 영업하는 사업 특성상 유료화한 구글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상업용이냐 비상업용이냐를 놓고 논란을 빚기도 한다. 비상업용이라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위치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새로운 지도에 맞춰 서비스를 다시 개발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소비자들의 불편도 예상된다. 기업마다 인터페이스가 달라 생소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새로 출시하는 글로벌 지도 서비스는 현지화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지도는 우리나라 주요 건물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 등 아직은 콘텐츠가 부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iOS6 베타 버전을 내려받아 앱 개발에 착수한 국내 개발자들은 건물은 없고 큰 도로만 표시한 애플 지도에 당혹스러워한다. 관련 전문가는 “국내법상 지도 콘텐츠는 국외 반출이 안 되기 때문에 애플의 지도 콘텐츠가 완벽해질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혼란에 대비해 6월 공간정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출범했다. 진흥원은 국토해양부가 대한지적공사, 다음, KT, NHN 등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설립한 기관이다. 국가가 보유한 3D 공간정보(지도, 지적, 측량 등)를 민간에 제공해 산업 활성화에 나선다. 공간정보 오픈플랫폼 서비스 ‘브이월드’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브이월드가 제공하는 공간정보는 3D 지도, 연속지적도 등 기본 공간정보뿐 아니라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각종 생태자연도나 건물 정보도 포함한다.
업체 한 관계자는 “지도 정보는 나라의 중요 자산이면서 공공 자산”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이 지도 주도권을 쟁탈하려고 전면전을 벌이는데, 공공 자산인 국내 지도 콘텐츠만큼은 국내에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 지도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특히 하늘에서 보는 듯한 플라이 오버뷰(fly over view) 기능이 눈길을 끈다. 실시간으로 익명의 교통정보를 수집해 표시하는 교통상황도 유익하다. 턴바이턴 내비게이션 기능도 주목할 만하다. 시리(Siri·아이폰의 음성인식 기능)로 목적지를 검색해 바로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MS, 아마존도 ‘독립’ 움직임
이 정도면 애플이 얼마나 지도에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스마트 생태계에서 지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지도다. 교통수단과 교통상황을 확인하고 주변 맛집을 검색하는 기능은 모두 지도를 기반으로 한다. 맞춤형 서비스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를 알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 또한 지도가 없으면 안 된다. 지도는 새로운 서비스로 나아가는 플랫폼이기도 한 것이다.
애플이 스마트폰 혁명을 이룬 지 5년이 다 돼간다. 스마트 라이프의 기본인 지도 서비스는 지난 5년 동안 구글이 독점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의 양대 산맥인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모두 지도를 공급해왔기 때문이다. 애플은 처음 구글 맵스를 탑재할 때만 해도 구글과 동맹관계였다. 지도는 검색에 이어 애플과 구글이 협력해온 대표적인 서비스다. iOS에 구글 검색엔진과 지도를 사용하는 대신 트래픽과 광고수익을 보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안드로이드로 구글과 경쟁하는 마당에 스마트폰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인 지도를 구글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이 경쟁관계가 되면서 협업 모델은 깨지기 시작했다.
정보기술(IT) 세상에서 영원한 독식은 있을 수 없다. 이를 방증하듯 구글 맵스에서 탈피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만 공급할 수 있는 특화 서비스를 내놓으려고 한다. 그런데 특화 서비스 대부분이 지도에 의존하게 되니 자체적으로 지도를 만들려는 건 당연한 절차다.
이유가 그뿐일까. 업계의 구글 맵스 탈피 움직임은 무엇보다 구글의 ‘유료화’ 선언 탓이 크다. 구글은 지난해 9월 구글 맵스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면 유료 요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는 셧다운(워터마크 및 광고 삽입, 상업용으로 과다 노출 시 강제종료) 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휴대전화 제조사는 물론 삼성카드, 대우증권, 신한은행 등 서비스 기업은 구글과 지도 유료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거나 체결할 예정이다.
애플은 이미 뉴아이패드에서 구글 맵스 탈피를 시도했다. 애플은 뉴아이패드의 기본 지도 서비스로 오픈스트리트맵을 채택했다. 오픈스트리트맵은 오픈스트리트맵재단이 운영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아직은 품질 면에서 구글 맵스가 앞서지만 대형 업체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품질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WWDC 2012에서 공개한 애플 지도. 독도를 ‘竹島(다케시마)’로 표기해 논란이 일었다.
7월 초 아마존닷컴은 3차원(3D) 지도 제작업체인 업넥스트(UpNext)를 인수했다. 업넥스트는 2007년 뉴욕에 설립한 3D 지도 제작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미국 내 50개 도시의 입체지도를 제공한다. 현재 아마존 킨들파이어는 위치정보시스템(GPS) 수신 장치가 없어 위치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인수로 향후 출시하는 새로운 기기에 지도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한다. 구글이 킨들파이어와 경쟁할 만한 구글 넥서스7을 내놓자, 지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이 기존 유통 부문에 지도 서비스를 결합한다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국토부, 3D 공간정보 민간에 제공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은 지도 대란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미 국내 중소기업들은 대란을 겪고 있다. 대기업들이 구글의 유료화에 대응하는 동안 중소기업들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구글 맵스를 이용해온 한 부동산정보 서비스업체는 앞으로 구글 맵스를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구글로부터 셧다운 예보를 받았던 이 회사는 국내 지도 서비스업체와 손을 잡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만 영업하는 사업 특성상 유료화한 구글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상업용이냐 비상업용이냐를 놓고 논란을 빚기도 한다. 비상업용이라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위치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새로운 지도에 맞춰 서비스를 다시 개발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소비자들의 불편도 예상된다. 기업마다 인터페이스가 달라 생소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새로 출시하는 글로벌 지도 서비스는 현지화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지도는 우리나라 주요 건물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 등 아직은 콘텐츠가 부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iOS6 베타 버전을 내려받아 앱 개발에 착수한 국내 개발자들은 건물은 없고 큰 도로만 표시한 애플 지도에 당혹스러워한다. 관련 전문가는 “국내법상 지도 콘텐츠는 국외 반출이 안 되기 때문에 애플의 지도 콘텐츠가 완벽해질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혼란에 대비해 6월 공간정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출범했다. 진흥원은 국토해양부가 대한지적공사, 다음, KT, NHN 등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설립한 기관이다. 국가가 보유한 3D 공간정보(지도, 지적, 측량 등)를 민간에 제공해 산업 활성화에 나선다. 공간정보 오픈플랫폼 서비스 ‘브이월드’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브이월드가 제공하는 공간정보는 3D 지도, 연속지적도 등 기본 공간정보뿐 아니라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각종 생태자연도나 건물 정보도 포함한다.
업체 한 관계자는 “지도 정보는 나라의 중요 자산이면서 공공 자산”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이 지도 주도권을 쟁탈하려고 전면전을 벌이는데, 공공 자산인 국내 지도 콘텐츠만큼은 국내에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