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은 사실상 무료다. 정부는 만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민간의료기관에서 필수 예방접종을 할 때 백신비와 접종행위료(1만 원)를 지원한다(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여부에 따라 개인이 5000원을 추가 부담하기도 한다). 필수 예방접종 백신은 BCG(피내용), B형 간염, DTaP, MMR, 일본뇌염(사백신), 폴리오, 수두, Td, Tdap, DTaP-IPV 콤보백신 등 총 10종이다.
그런데도 아기 엄마들은 예방접종을 하려고 특정 병원을 찾는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위치한 연세참이비인후과는 서울에서 영유아 예방접종을 가장 싸게 하는 개인병원이라는 소문이 자자해 엄마들이 많이 간다. 예방접종자를 하루에 10명만 접수받는 서울시립어린이병원에 가려고 예방접종일 한 달 전부터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는 열혈 엄마도 있다. 그뿐 아니라 서울 곳곳에서 갓난아기를 안고 중랑구 중곡동에 위치한 인구보건협회 산하 가족보건의원을 찾는 사람도 많다.
영유아 ‘선택’ 예방접종비 150만 원
아기 엄마들이 특정 병원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을 내고 맞혀야 하는 예방접종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무료’로 지원하는 예방접종을 ‘필수’ 예방접종이라 하고, 그렇지 않은 폐구균(1~4차), 로타바이러스(1~3차), A형 간염(1~2차), 뇌수막염(1~4차) 백신 등을 ‘선택’ 예방접종이라고 분류하는데, 민간의료원에서 이 백신을 모두 접종할 경우 그 비용이 120만~150만 원에 달한다.
특이한 것은 병원마다 임대료, 인건비 등을 감안해 제각각 예방접종비를 책정하기 때문에 그 비용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가령 일반 소아과에서 폐구균, 뇌수막염,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한꺼번에 접종하면 30여만 원이 들지만 엄마들이 발품을 팔아 찾아가는 곳은 20여만 원이면 해결할 수 있다. 이 주사를 3~4회 맞히게 되면 40여만 원을 절약할 수 있으니 엄마들이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싼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다.
백신 판매율로 살펴본 ‘선택’ 예방접종 백신 접종률은 60~70% 수준이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에 따르면 뇌수막염 백신 접종률은 90%, 폐구균 백신 접종률은 60~70%, 로타바이러스 백신 접종률은 20~30%에 달한다.
부모가 ‘선택’ 예방접종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사 효용성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염을 예방하는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2009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가 모든 나라에 기본 접종으로 권유했다. 또한 뇌수막염과 폐구균 백신 역시 미국에서는 ‘기본 접종’, 즉 기본적으로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으로 분류된다. 뇌수막염 백신은 뇌수막염, 패혈증, 폐렴, 후두염, 관절염을 예방하고 폐구균 백신은 뇌수막염, 패혈증, 폐렴, 중이염을 방지한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런 현실 때문에 부모와 아이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안는다는 점이다. ‘병원 진료비와 마찬가지로 병원 예방접종비도 정해진 가격일 것’이라고 여겨 일반 소아과에 가거나 조금이라도 아껴보겠다며 특정 병원에 가는 부모는 ‘선택’ 예방접종을 하면서 그 비용을 부담스러워한다. 한편 경제력이 부족한 부모 때문에 예방접종을 하지 못하는 아기도 많다.
그렇다면 영유아 예방접종을 두고 이런 혼란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언뜻 특정 병원에 비해 예방접종비를 높게 책정한 소아과를 탓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정훈 소아과 의사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비판”이라고 일축했다.
“소아과는 진료비가 낮게 책정돼 있어 예방접종 같은 진료 외 행위로 소득을 창출해 병원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한계 상황’에 처해 있다. 예방접종비마저 일률적으로 낮추면 소아과 운영이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결국 소아과가 줄어들어 영유아 개개인의 의료서비스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기 엄마들 “전면 무료화하라”
그는 “소아과의 낮은 진료비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 상황을 타개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정부가 예방접종을 지원 여부에 따라 ‘필수’와 ‘선택’으로 나누지 말고 일괄적으로 모두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기모란 을지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비용을 들여서라도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예방의학에서는 질병 발생률, 사망률, 예방접종 효용 등 비용효과 분석을 통해 예방접종을 선택적으로 실시하라고 권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하정훈 의사는 “‘사회 전체’가 아닌 ‘개인의 건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국가에서 저출산을 해결하는 차원에서라도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 발생률이 아무리 낮다 해도 한 개인이 그 병에 걸렸을 때 발생하는 부정적인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그 아이가 일주일 동안 학교와 학원에 못 간 것이 대수롭지 않을 수 있지만, 그 탓에 학업에 영향을 끼쳐 인생이 흐트러질 수도 있지 않은가. 예방의학에서 말하는 비용에서는 이 부분이 축소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에 아기 엄마들의 선택 예방접종 비용 부담에 따른 민원이 끊임없이 들어오는데도 ‘영유아 예방접종 전면 무료화’를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조차 실태를 파악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필수 예방접종 비용을 지원하는 데 드는 예산은 1400억 원. 선택 예방접종 가운데 A형 간염, 뇌수막염, 폐구균 백신 단 세 가지를 지원하는 데 투입되는 예산은 27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그런데도 아기 엄마들은 예방접종을 하려고 특정 병원을 찾는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위치한 연세참이비인후과는 서울에서 영유아 예방접종을 가장 싸게 하는 개인병원이라는 소문이 자자해 엄마들이 많이 간다. 예방접종자를 하루에 10명만 접수받는 서울시립어린이병원에 가려고 예방접종일 한 달 전부터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는 열혈 엄마도 있다. 그뿐 아니라 서울 곳곳에서 갓난아기를 안고 중랑구 중곡동에 위치한 인구보건협회 산하 가족보건의원을 찾는 사람도 많다.
영유아 ‘선택’ 예방접종비 150만 원
아기 엄마들이 특정 병원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을 내고 맞혀야 하는 예방접종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무료’로 지원하는 예방접종을 ‘필수’ 예방접종이라 하고, 그렇지 않은 폐구균(1~4차), 로타바이러스(1~3차), A형 간염(1~2차), 뇌수막염(1~4차) 백신 등을 ‘선택’ 예방접종이라고 분류하는데, 민간의료원에서 이 백신을 모두 접종할 경우 그 비용이 120만~150만 원에 달한다.
특이한 것은 병원마다 임대료, 인건비 등을 감안해 제각각 예방접종비를 책정하기 때문에 그 비용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가령 일반 소아과에서 폐구균, 뇌수막염,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한꺼번에 접종하면 30여만 원이 들지만 엄마들이 발품을 팔아 찾아가는 곳은 20여만 원이면 해결할 수 있다. 이 주사를 3~4회 맞히게 되면 40여만 원을 절약할 수 있으니 엄마들이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싼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다.
백신 판매율로 살펴본 ‘선택’ 예방접종 백신 접종률은 60~70% 수준이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에 따르면 뇌수막염 백신 접종률은 90%, 폐구균 백신 접종률은 60~70%, 로타바이러스 백신 접종률은 20~30%에 달한다.
부모가 ‘선택’ 예방접종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사 효용성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염을 예방하는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2009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가 모든 나라에 기본 접종으로 권유했다. 또한 뇌수막염과 폐구균 백신 역시 미국에서는 ‘기본 접종’, 즉 기본적으로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으로 분류된다. 뇌수막염 백신은 뇌수막염, 패혈증, 폐렴, 후두염, 관절염을 예방하고 폐구균 백신은 뇌수막염, 패혈증, 폐렴, 중이염을 방지한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런 현실 때문에 부모와 아이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안는다는 점이다. ‘병원 진료비와 마찬가지로 병원 예방접종비도 정해진 가격일 것’이라고 여겨 일반 소아과에 가거나 조금이라도 아껴보겠다며 특정 병원에 가는 부모는 ‘선택’ 예방접종을 하면서 그 비용을 부담스러워한다. 한편 경제력이 부족한 부모 때문에 예방접종을 하지 못하는 아기도 많다.
그렇다면 영유아 예방접종을 두고 이런 혼란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언뜻 특정 병원에 비해 예방접종비를 높게 책정한 소아과를 탓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정훈 소아과 의사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비판”이라고 일축했다.
“소아과는 진료비가 낮게 책정돼 있어 예방접종 같은 진료 외 행위로 소득을 창출해 병원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한계 상황’에 처해 있다. 예방접종비마저 일률적으로 낮추면 소아과 운영이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결국 소아과가 줄어들어 영유아 개개인의 의료서비스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기 엄마들 “전면 무료화하라”
그는 “소아과의 낮은 진료비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 상황을 타개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정부가 예방접종을 지원 여부에 따라 ‘필수’와 ‘선택’으로 나누지 말고 일괄적으로 모두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기모란 을지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비용을 들여서라도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예방의학에서는 질병 발생률, 사망률, 예방접종 효용 등 비용효과 분석을 통해 예방접종을 선택적으로 실시하라고 권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하정훈 의사는 “‘사회 전체’가 아닌 ‘개인의 건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국가에서 저출산을 해결하는 차원에서라도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 발생률이 아무리 낮다 해도 한 개인이 그 병에 걸렸을 때 발생하는 부정적인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그 아이가 일주일 동안 학교와 학원에 못 간 것이 대수롭지 않을 수 있지만, 그 탓에 학업에 영향을 끼쳐 인생이 흐트러질 수도 있지 않은가. 예방의학에서 말하는 비용에서는 이 부분이 축소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에 아기 엄마들의 선택 예방접종 비용 부담에 따른 민원이 끊임없이 들어오는데도 ‘영유아 예방접종 전면 무료화’를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조차 실태를 파악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필수 예방접종 비용을 지원하는 데 드는 예산은 1400억 원. 선택 예방접종 가운데 A형 간염, 뇌수막염, 폐구균 백신 단 세 가지를 지원하는 데 투입되는 예산은 2700억 원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