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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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은 없다

12회 10월유신③

  • 입력2012-05-29 11: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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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보법이 도대체 뭐기에 이러는지.”

    오종택이 말하자 서상국은 쓴웃음을 지었다.

    “1%를 위한 법이지.”

    “그게 무슨 말이야?”

    둘은 오늘도 홍대 앞 삼겹살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만날 때마다 데려왔던 오종택의 대녀(代女) 이애주는 오늘 교정이 밀려서 출판사에 남았다. 오종택의 시선을 받은 서상국이 말했다.



    “요즘 민주당이나 진보 진영에서 소득 상위 1%가 부(富)를 독식한다고 주장하는 것 들었지?”

    “들었다.”

    “보수 진영에서는 국보법 위반자들이 1% 남짓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진보나 보수 진영에서 각각 1%를 타깃으로 내세우고 있지. 이것이 요즘 유행하는 1% 대 99% 이론이다.”

    “그럴듯하구먼.”

    “국보법에 신경 쓰는 놈들은 1% 쯤이야. 너나 나 같은 인간은 국보법이 뭔지도 모른 채 잘만 살아왔으니까.”

    그들은 지금 엄격하게 국보법을 적용해나가는 사회 분위기를 말하는 중이다. 전교조 소속으로 학생에게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강의를 했던 교사들이 구속됐고 각종 사회단체, 노조, 공무원과 군대에까지 침투해 있던 국보법 위반자들에 대한 대대적 검거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는 안정된 상태였고 주가는 연일 오르고 있다. 시위가 뚝 끊기면서 외국인 투자가 전년 대비 두 배 늘었다. 경제는 오히려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소주잔을 든 서상국이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2008년의 10월유신은 성공할 것 같다. 아주 시기가 좋아.”

    # 정부는 지난번 종교세 국민투표 때부터 단련한 대국민 홍보를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대통령 연임제와 교육감 직선제 폐지의 당위성을 홍보하는 데 전력투구 중이다. 여당 또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터라 행동의 낭비가 없다. 이것은 당대표인 박근혜가 이명박 당총재와 뜻을 같이한다는 증거도 될 것이었다. 디데이(D-day)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10월 안으로 개헌한다는 소문이 퍼졌고, 사회 분위기로 봐도 가능한 일이었다. 10월 중순의 어느 날 저녁 무렵, 여의도 일식당 ‘동경’의 밀실 안으로 세우리당 원내대표 정몽준이 들어섰다.

    “아이고, 어시 오시오.”

    안에서 정몽준을 맞는 사내는 이재오다. 이미 식탁에는 생선회에 안주까지 다 차려졌고 이재오의 술잔에는 소주가 채워져 있다. 앞쪽에 앉은 정몽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이재오를 보았다.

    “요즘 바쁘실 텐데, 갑자기 무슨 일로 보자고 하시는 겁니까?”

    이재오가 김대중과 함께 북한을 방문한다는 소식은 이미 전 세계에 알려졌다. 지금 정부는 북한 측 응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외교 장관을 통해 공식 방문 요청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북한 측은 아직 가부를 통보해오지 않았다. 정몽준의 시선을 받은 이재오가 잔에 술을 채워주며 물었다.

    “민주주의는 당파 간 치열한 논쟁과 합의가 지속돼야만 합니다. 안 그래요?”

    “그건 그렇지만….”

    술을 받으며 정몽준이 의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난데없이 이재오한테서 연락이 온 것은 어제 오후다. 이재오는 술이나 한잔하자고 했지만 정몽준은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이재오가 누구인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이자 앞으로도 킹메이커 구실을 할 위인인 것이다. 그때 이재오가 말을 이었다.

    “당에도 소통위원회가 있어야겠습니다. 지금 정부의 문광부, 행안부가 공동으로 이끄는 세대결연 사업을 당에서 주도해야 합니다.”

    눈이 번쩍 뜨인 정몽준이 몸을 굳혔다. 소주를 한 모금 삼킨 이재오가 정색했다.

    “정 대표가 발의하시면 의원들이 모일 겁니다. 한 40명 될라나?”

    머리를 기울였던 이재오가 말을 잇는다.

    “친이(친이명박)계 대부로 등장했다는 소문이 당장 떠돌겠지만 시치미 뚝 떼고 친박(친박근혜)계 몇 명을 잡아 참가시키시지요. 민주당에서 몇 명 끌어오면 대박인데….”

    “밀어주시는 겁니까?”

    정몽준이 갈라진 목소리로 묻자 이재오가 고른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내가 보궐에서 배지 달면 도로 빼앗아올랍니다.”

    “고맙습니다.”

    술잔을 내려놓은 정몽준 얼굴에 그제야 웃음기가 떠올랐다. 이재오는 지금 정몽준에게 친이계를 끌어모아 가달라는 말을 한 것이다. 더구나 정부에서 핵심 사업으로 추진 중인 ‘세대결연’은 두 달 만에 약 200만 쌍, ‘결연인구’는 420만 명에 이르는 대(大)실적을 이루었다. 거기에다 세대결연 교육, 지원사업이 끊임없이 창출되는 상황이다. 그것을 당 소통위원회가 맡으면 또 하나의 권력 중심이 창출되는 셈이다. 그때 이재오가 말했다.

    “대통령이 박 대표한테 양해를 구했다고 했습니다. 그런 줄 알고 계시오.”

    정몽준은 머리만 끄덕였다. 이재오가 말한 것처럼 세우리당도 계파 간 치열한 경쟁시대에 진입할 것이었다. 이는 집권경쟁도 되겠지만 당분간은 이명박에 대한 충성경쟁이다. 그것이 당에 활력을 불어넣을 테고, 아울러 이명박의 국정 운영에도 도움이 될 테니까.

    # 야당과 반정부단체에서는 ‘10월유신’이라며 격렬히 반대투쟁을 벌였지만, 박정희가 실시했던 ‘원조 10월유신’과는 차이가 있다. ‘원조 10월유신’은 1972년 10월 17일 대통령 박정희가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 해산, 정당 활동 중지, 일부 헌법 효력 정지 등을 단행한 비상조치를 말한다. 대통령 박정희는 그 상태에서 11월 21일 국민투표로 유신을 확정했으며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한 간접선거로 12월 27일 다시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것으로 제4공화국이 출범한 것이다. 10월유신으로 박정희는 장기집권체제를 구축한 것은 물론, 유신헌법에 따라 국회의원 3분의 1을 임명할 권한까지 얻어 독재체제 기반을 굳혔다. 그러나 지금의 헌법개정은 다르다. 일일이 대조할 필요도 없다.

    “왜 하필 10월에 일을 벌이는지 모르겠네.”

    입맛을 다신 홍사덕이 말을 이었다.

    “아, 11월에 해도 되잖아? 10월에 끝내려고 하니까 말 만들기 좋아하는 놈들이 10월유신 해쌌지.”

    10월유신 하면 박정희 독재가 떠오를 테고, 박정희 하면 바로 세우리당 대표인 박근혜가 연상될 것이었다. 국민감정에 나쁜 이미지로 박히면 안 된다. 의원회관에 있는 홍사덕 의원실 안에는 최경환과 이혜훈이 와 있었는데 모두 친박계 의원들이다. 이혜훈이 머리를 끄덕였다.

    “너무 앞서가니까 우리 대표님 위치가 약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같이 나가는 배려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 인기가 91%요. 또 2% 포인트 올랐습니다.”

    최경환이 말하자 둘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제각기 찌뿌듯한 표정이다. 이명박이 앞서나간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저 혼자 살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모두 당과 국민을 위한 것이었다. 요즘은 눈속임 정치, 쇼맨십이 거의 통하지 않는다. 이명박 인기가 그렇게 치솟는 이유는 그것을 국민도 알기 때문이다. 그때 이혜훈이 머리를 들고 둘을 번갈아보았다.

    “정 대표가 요즘 친이계하고 자주 접촉하는 것 같던데. 뭔가 꾸민다는 소문도 있고요. 들으셨어요?”

    “나도 좀 들었습니다.”

    최경환이 대답했을 때 홍사덕이 말을 잇는다.

    “그래야 정상이지. 지금 박 대표 독주체제는 너무 싱거워서 나중에 대선 때 식상해지면 큰일납니다.”

    “식상해지다니요?”

    정색한 이혜훈이 묻자 홍사덕이 한마디씩 차분하게 말을 뱉는다.

    “국민경선이라든가 경쟁자와의 대립, 비교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에게 후보 자질을 더 자세히 검증받고 국민의 흥미를 유발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선 흥행에 성공하는 거지요.”

    “맞습니다.”

    머리를 끄덕인 최경환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이젠 우리도 대선이 쇼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아유.”

    이혜훈이 쓴웃음을 띤 얼굴로 따라 말한다.

    “하지만 그 흥행이 누구한테는 축제가 되겠지만 패자한테는 장례식이죠. 그게 현실입니다.”

    # “선진당 표가 다 가기만 해도 법안은 통과됩니다.”

    김효석이 말하자 정세균이 입맛을 다셨다.

    “우리 민주당에서도 이탈 표가 나올 것 같다니까. 법안 투표만 하면 끝난 거요.”

    “더구나 신분법이 통과된 터라 이젠 단상 점거도 못 해.”

    혼잣소리로 말한 김효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10월유신을 하려고 신분법부터 통과시켰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목소리를 낮춘 정세균이 앞쪽으로 상반신을 기울였다. 여의도 한정식집 순천옥의 밀실 안이다. 둘은 지금 점심을 먹는 중이다. 정세균이 말을 이었다.

    “이 대통령이 정몽준 의원을 키워준다는 소문 들으셨습니까?”

    “박근혜 라이벌로 정몽준, 김문수를 키운다는 말이 퍼진 지 좀 되었지요?”

    “그것이 곧 구체화될 것 같습니다.”

    김효석의 시선을 받은 정세균이 말을 잇는다.

    “정몽준 의원한테 소통위원장을 맡긴다는 소문이오. 이명박계 의원들을 모두 소통위원회에 넣고 박근혜 대항마로 키운다고 하는구먼.”

    “소통위원회라면 지금 세대결연을 주관하게 될 것 아닙니까?”

    긴장한 김효석이 묻더니 심호흡을 했다.

    “파워가 당장 막강해지겠는데.”

    “박근혜가 반발할 가능성이 많지요.”

    “이 정보 확실한 겁니까?”

    김효석이 묻자 정세균이 쓴웃음을 지은 뒤 머리를 끄덕였다.

    “내가 이 사람들한테 놀아나는지 모르지만 청와대에서 흘러나온 정보요. 틀림없습니다.”

    # 같은 시간에 청와대 소식당에서 이명박과 박근혜가 각각 대통령실장 류우익, 당대표 비서실장 진영만을 대동한 채 점심을 먹는 중이다. 점심메뉴는 약식 한정식으로 갈비찜과 미역국, 겉절이 무침에 된장찌개였다. 밑반찬으로 조개젓과 창난젓, 게장이 나란히 놓였다. 이윽고 밥그릇을 깨끗이 비운 이명박이 숭늉 그릇을 집으며 박근혜를 보았다.

    “이번 개헌만 끝나면 정국이 안정될 겁니다. 그럼 그 틀 안에서 경제발전에 전력투구해야지요.”

    박근혜는 머리만 끄덕였고 이명박이 말을 잇는다.

    “정몽준 의원한테 소통위원회를 만들라고 했습니다. 박 대표께서도 지원해주시지요.”

    그 순간 식탁 주변이 조용해진 느낌이 든 것은 박근혜가 대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명박이 숭늉 그릇을 들고 맛있게 네 모금을 삼킨 뒤 내려놓았을 때 박근혜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묻는다.

    “경쟁구도로 가야 당에 활기가 생기겠 지요?”

    “은밀하게 숨어서 만들면 해롭고 모양도 안 좋습니다. 국민 앞에 다 드러내면 국민도 동참하게 됩니다.”

    “대통령께선 주심(主審)을 보시고 말이지요?”

    머리를 든 이명박이 박근혜의 웃음 띤 얼굴을 보았다. 그러자 이명박이 따라 웃는다.

    “과연, 이해해주시는군요.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공명정대하게 주심을 보겠습니다.”

    # 대북방송이 재개된 지도 한 달이 넘은 터라 휴전선의 긴장감은 조금 풀어졌다. 그러나 북한 고위층의 분이 풀린 것은 아니다. 북한군이 전연지대라고 부르는 휴전선에서 북쪽에다 대고 확성기로 틀어놓는 대북방송은 떨어지는 폭탄이나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지난 정권 때 그쳤다가 갑자기 이명박 정권에서 다시 터지자 북한은 북폭을 당한 듯 분기탱천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 측이 전직 대통령급 특사를 내세워 회담 제의를 해온 것이다.

    “오늘로서 일주일째인데, 현 상황에서는 무소식이 희소식이올시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말했으므로 이재오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얼굴에 ‘공무원들이란’이라는 글씨가 박혀 있는 것 같다. 둘은 지금 통일부 장관 집무실 소파에 앉아 방북 준비를 하고 있다. 그때 김하중이 넌지시 말했다.

    “엊그제 김 전 대통령께서 전화 주셨는 데요.”

    시선을 든 이재오가 다음 말을 기다렸다. ‘김 전’이라면 김대중일 터였다. 꼼꼼한 분이니 방북 준비를 확인하려고 그랬겠지. 김하중이 말을 잇는다.

    “수행원은 몇 명이냐, 돈은 얼마나 가져가느냐, 그게 달러냐 한국 돈이냐 하고 여러 가지를 물으셔서….”

    “아니, 잠깐.”

    말을 자른 이재오가 커피잔을 내려놓고 물었다.

    “김 대통령께서 말이오?”

    “예, 그렇다니까요. 좀 말씀드리기가 곤란해서….”

    “돈을 얼마나 가져가느냐고 물어요?”

    “예.”

    “갑자기 무슨 돈?”

    “그러니까 말씀입니다.”

    “내가 동교동에다 연락해봐야겠는데.”

    “아니, 그게 아니고. 상도동에다….”

    “뭐요?”

    이재오가 눈을 부릅떴다.

    “상도동에는 왜?”

    “아, 상도동 김 전 대통령께서 전화하셨다고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 “이런 참.”

    이재오의 말을 들은 이명박이 입맛을 다셨지만 전두환은 소리내어 웃었다.

    “음하하하. 그 양반 참.”

    그러고는 전두환이 이재오를 보았다.

    “그 양반이 평양 가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닙니까? 괜히 심술이 나서.”

    “글쎄요.”

    하고는 이재오가 외면했다. 그때 이명박이 전두환에게 재촉했다.

    “뭐 하십니까?”

    “아참.”

    잊었다는 듯이 전두환이 아무렇게나 바둑알을 놓았는데 이명박은 심각하게 굽어다 본다. 청와대 소식당 안에서 둘은 바둑을 두는 것이다. 이명박이 괜찮다고 하는 바람에 이재오는 김영삼 이야기를 둘 앞에서 해버렸다. 그때 바둑판에서 머리를 든 이명박이 전두환에게 물었다.

    레임덕은 없다
    “기다려볼까요?”

    “예, 기다리면 가부간 대답이 올 겁니다.”

    정색한 전두환이 말을 잇는다.

    “지금 우리가 기선을 잡은 겁니다, 대통령님. 군에 강경파 퇴역 장군 50여 명을 재배치한 것에서부터 대북방송 개시, 남한 특사 파견으로 이어진 상황에 난데없는 장난은 못 칩니다.”

    전두환의 시선을 받은 이재오가 소리 죽여 숨을 뱉는다. 그때서야 이명박의 대북강경책, 난데없는 특사 제안의 비밀을 안 것이다. 모두 전두환의 조언을 듣고 움직인 것이다. 그때 전두환이 헛기침을 했다. 그러고는 정색한 얼굴로 이재오를 보았다.

    “이 의원은 평양 가시기 전에 내 이야기를 듣고 가시지요.”

    전두환의 시선이 이재오의 머리 위쪽으로 옮겨졌다. 뭔가를 떠올리는 표정으로 전두환이 말을 잇는다.

    “1983년 10월 9일, 그러니까 지금부터 25년 전 대한민국 대통령이던 내가 정부각료, 수행원과 함께 동남아 순방에 올라 미얀마의 아웅산 묘지를 참배했습니다.”

    이재오는 숨을 죽였고 전두환이 말을 이었다.

    “오전 10시 28분, 아웅산 묘지에서 나를 기다리던 대한민국 정부각료와 수행원 17명이 북한이 설치한 폭탄테러에 폭사했습니다.”

    전두환의 치켜뜬 눈이 더 몽롱해졌다. 기를 쓰고 떠올리려는 표정이다.

    “나는 다 기억합니다. 폭사한 17명을. 부총리 서석준, 외무 장관 이범석, 상공 장관 김동휘, 동자부 장관 서상철, 버마대사 이계철, 청와대 경제수석 김재익, 대외협력위원장 하동선, 재무부 차관 이기욱, 농수산부 차관 강인희….”

    잠깐 시선을 내린 이재오는 전두환이 손가락을 꼽는 것을 보았다. 손가락 다섯 개가 쫙 펴졌다. 10명이다. 다시 전두환의 말이 이어지면서 손가락 하나가 접혀졌다.

    “과기처 차관 김용환, 국회의원 심상우, 대통령 주치의 민병석, 청와대 공보비서 이재관, 경호원 한경희, 정태진, 그리고 동아일보 기자 이중현이요.”

    전두환의 손가락 두 개가 펴진 상태다. 17명이 맞다. 심호흡을 한 전두환의 눈에 초점이 잡혔다.

    “나는 지금도 다 외웁니다. 내가 외우고 있는 한 북한놈들이 대한민국을 함부로 못 합니다.”

    # 그리고 이틀 후인 10월 24일, 국회는 재적의원 3분의 2 발의와 만장일치 찬성으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세우리당, 선진당, 그리고 민주당 일부 의원인 218명이 발의해 218명 전원이 찬성한 것이다. 이것으로 2012년 12월 19일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면서부터 대통령 연임이 가능해졌다. 교육감 직선제가 폐지되고 임명제가 실시된다. 그러나 관선 교육감은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이로써 10월유신이 시작됐군.”

    통과 소식을 집무실에서 들은 이명박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으므로 앞쪽에선 비서실 멤버들이 뻥한 표정을 지었다. 이명박이 자기 입으로 ‘10월유신’이라고 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웃지도 않는다. 다시 이명박이 말을 이었다.

    “대한민국은 재도약하는 거야.”

    이원호

    레임덕은 없다
    1947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고, 전북대를 졸업했다. (주)백양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무역 일을 했고, (주)경세무역을 설립해 직접 경영했다. 1992년 ‘황제의 꿈’과 ‘밤의 대통령’이 100만 부 이상 팔리며 최고의 대중문학 작가로 떠올랐다. 간결하고 힘 있는 문체, 스케일이 큰 구성, 속도감 넘치는 전개는 그의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이다. 기업, 협객, 정치, 역사, 연애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지금까지 50여 편의 소설을 냈으며 1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주요 작품으로 ‘할증인간’ ‘바람의 칼’ ‘강한 여자’ ‘보스’ ‘무법자’ ‘프로페셔널’ ‘황제의 꿈’ ‘밤의 대통령’ ‘강안남자’ ‘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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