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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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사고 ‘망각’을 깨운 좋은 기사

  • 이웅현 국제정치칼럼니스트 zvezda@korea.ac.kr

    입력2012-03-12 1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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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안 사고 ‘망각’을 깨운 좋은 기사
    827호 커버스토리는 기자 한 사람이 쓴 단 두 편의 기사로 이뤄졌지만, 가히 발군이었다. 세인의 기억 속에서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나 현지에서는 여전히 흐르고 있는 ‘태안의 눈물’을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4년, 태안 바닷가를 가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생생하게 전달했다. 피해지역 주민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팩트’로 묘사한 앞의 기사가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갖게 했다면, 이어지는 ‘속 터져 죽는 피해배상 협상’은 이를 ‘공분’으로 바뀌게 했다. 인재(人災)든 천재(天災)든 피해자로서는 당장의 재해도 고난이지만 그 후유증이 더 힘겨울 것이다. 그리고 이 고통을 좌절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주변의 ‘무관심’일진대, 커버스토리는 ‘삼성도 침묵’하고 사회도 ‘망각’한 처참했던 사고에 대해 ‘발언’한 보기 드문 기사였다. 다만 기사 강도에 비해 표지사진을 비롯한 딸린 사진들의 임팩트가 크지 않아 아쉬웠다.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확인하려고 정치인이 일종의 ‘돌출행동’을 하는 것은 사실 한국에만 있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며, 더욱이 정치‘판’에서만 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러나 어떤 틀을 활용하든 설명해야 할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점에서 ‘보수안정형 한국인이 꼴통 강용석을 키웠다’는 문장이 다소 거칠고 ‘리얼리스트’에 대한 정의도 석연치 않지만, 눈길을 끄는 흥미로운 기사였다.

    827호의 하드코어는 두 개의 ‘특집’에 있었다고 하겠다. ‘패러디 전성시대’와 ‘웹툰, 문화가 되다’는 내용은 무겁지 않으면서도, 시대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사회에 대한 관심을 어디에도 배분해야 하는지를 생각게 하는, 뒷맛이 무거운 기사였다. 다양한 매체가 전달하는 정보와 ‘문화’에 대해 고르게, 그리고 깊이 있게 관찰하지 않으면 근대와 탈근대가 공존하는 복잡다단한 이 시대를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갖게 했다. ‘메모가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는 제목의 기사가 말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메모하고 메모리(기억)하는 일 말고는 달리 도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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