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만 해도 베스트셀러는 소설과 비소설로만 나뉘어 집계됐다. 그때는 화제의 소설이 출판시장을 주도했다. 팔릴 만한 소설로 판을 짜는 출판사는 판매가 크게 기대되는 소설을 4월쯤에 출간했다. 4월에 나온 책을 프로모션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려놓으면 휴가와 방학이 겹치는 여름에 크게 타오른다. 이 소설이 가을에도 순위를 유지하면 겨울에 다시 한 번 활화산이 돼 판매부수를 크게 키운다. 그러다 보면 연말에는 그해를 대표하는 소설로 소개되고, 결국 스테디셀러가 된다.
하지만 지난해 겨울에는 시장을 주도하는 소설은커녕 소설 자체가 사라졌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우리 소설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공지영의 ‘도가니’(이상 창비)다. ‘엄마를 부탁해’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국내에서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도가니’는 영화의 폭발적인 반응에 편승해 다시 팔려나갔다. 하지만 이 소설들은 각각 2008년과 2009년에 나왔다.
신간소설은 영화화가 결정된 정유정의 ‘7년의 밤’(은행나무)과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창비)이 20만 부를 넘기며 선전했을 뿐이다. 대형 작가의 신간소설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주저앉았다. 겨울에는 ‘나꼼수’ 열풍에 휘말려 소설이 밑바닥을 치자 “소설시장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자책과 함께 “유사 이래 최고의 위기”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올해 문학출판사는 소설을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황석영 등단 50주년, 공지영 소설 1000만 부 돌파, ‘엄마를 부탁해’ 200만 부 돌파 등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벌이면서 4·11 총선 이후를 겨냥한다. 하지만 소설의 미래가 여전히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 소설시장이 침체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출판사가 능력 있는 신인작가를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시장은 신경숙, 공지영, 황석영, 김훈, 박완서 등 팔릴 만한 작가에게 기댔다. 하지만 박완서는 지난해 초 작고했고, 황석영과 김훈의 신작소설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마다 소설을 펴내다 보니 ‘뼈를 깎는 고통’에 ‘편집자의 안목’이 보태진 ‘문자 서사’의 힘이 다소 줄었다는 것이다. 신경숙과 공지영의 구간소설은 작품회 외적 요인으로 다시 화제를 끌었을 뿐이다.
빠르게 변하는 독자의 욕구도 문제다. 다른 모든 상품처럼 소설의 생애주기(사이클 타임)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온라인서점의 점유율 집중 현상까지 생겨 출간 초기 화제를 끌지 못한 소설은 사실상 ‘도태’된다. 이런 소설에는 출판사가 마케팅을 집중하지 않는다. 소설 대부분은 초판 3000부 소화도 힘겹다.
소설 침체에는 좀 더 근원적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지금은 영상시대로, 영상과 연결된 소설이어야 인기를 끈다. ‘뿌리 깊은 나무’(밀리언하우스), ‘완득이’(창비),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은 모두 드라마와 영화의 후광을 입었다. 이런 소설을 읽는 이들은 무엇이든 열심히 읽는다. 그들이 읽는 것은 ‘본 디지털(born-digital)’ 텍스트다. 대표적인 것이 ‘표현도 줄이고, 그림도 빼고, 글자 수도 줄여서’ 멋지게 성공한 휴대전화 소설이다.
온라인상에는 그런 소설이 차고 넘친다. 우리처럼 소설이 침체한 일본에서는 휴대전화 소설이 2010년 이미 120만 종을 넘어섰다. 서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책이 약 60만 종이니 이를 두 배나 넘어선 수치다. 우리라고 다를 것인가. 그러니 소설은 이런 텍스트에 익숙한 ‘문학소녀(소년)’를 끌어들일 새 서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소설을 평론가들은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언론은 무시해버린다. 그래서 소설의 부흥은 당분간 힘들어 보인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
하지만 지난해 겨울에는 시장을 주도하는 소설은커녕 소설 자체가 사라졌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우리 소설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공지영의 ‘도가니’(이상 창비)다. ‘엄마를 부탁해’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국내에서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도가니’는 영화의 폭발적인 반응에 편승해 다시 팔려나갔다. 하지만 이 소설들은 각각 2008년과 2009년에 나왔다.
신간소설은 영화화가 결정된 정유정의 ‘7년의 밤’(은행나무)과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창비)이 20만 부를 넘기며 선전했을 뿐이다. 대형 작가의 신간소설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주저앉았다. 겨울에는 ‘나꼼수’ 열풍에 휘말려 소설이 밑바닥을 치자 “소설시장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자책과 함께 “유사 이래 최고의 위기”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올해 문학출판사는 소설을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황석영 등단 50주년, 공지영 소설 1000만 부 돌파, ‘엄마를 부탁해’ 200만 부 돌파 등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벌이면서 4·11 총선 이후를 겨냥한다. 하지만 소설의 미래가 여전히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 소설시장이 침체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출판사가 능력 있는 신인작가를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시장은 신경숙, 공지영, 황석영, 김훈, 박완서 등 팔릴 만한 작가에게 기댔다. 하지만 박완서는 지난해 초 작고했고, 황석영과 김훈의 신작소설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마다 소설을 펴내다 보니 ‘뼈를 깎는 고통’에 ‘편집자의 안목’이 보태진 ‘문자 서사’의 힘이 다소 줄었다는 것이다. 신경숙과 공지영의 구간소설은 작품회 외적 요인으로 다시 화제를 끌었을 뿐이다.
빠르게 변하는 독자의 욕구도 문제다. 다른 모든 상품처럼 소설의 생애주기(사이클 타임)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온라인서점의 점유율 집중 현상까지 생겨 출간 초기 화제를 끌지 못한 소설은 사실상 ‘도태’된다. 이런 소설에는 출판사가 마케팅을 집중하지 않는다. 소설 대부분은 초판 3000부 소화도 힘겹다.
소설 침체에는 좀 더 근원적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지금은 영상시대로, 영상과 연결된 소설이어야 인기를 끈다. ‘뿌리 깊은 나무’(밀리언하우스), ‘완득이’(창비),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은 모두 드라마와 영화의 후광을 입었다. 이런 소설을 읽는 이들은 무엇이든 열심히 읽는다. 그들이 읽는 것은 ‘본 디지털(born-digital)’ 텍스트다. 대표적인 것이 ‘표현도 줄이고, 그림도 빼고, 글자 수도 줄여서’ 멋지게 성공한 휴대전화 소설이다.
온라인상에는 그런 소설이 차고 넘친다. 우리처럼 소설이 침체한 일본에서는 휴대전화 소설이 2010년 이미 120만 종을 넘어섰다. 서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책이 약 60만 종이니 이를 두 배나 넘어선 수치다. 우리라고 다를 것인가. 그러니 소설은 이런 텍스트에 익숙한 ‘문학소녀(소년)’를 끌어들일 새 서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소설을 평론가들은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언론은 무시해버린다. 그래서 소설의 부흥은 당분간 힘들어 보인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