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현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232쪽/ 1만1500원
하지만 지금 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상업용 시설 및 주택 개발 관련 업무를 하면서 부동산 현장에 몸담고 있는 저자는 “아직까지 많은 사람이 거품 붕괴가 시작된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고 말한다.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 중개업소의 유리창에 붙은 가격표나 인터넷에 떠 있는 가격을 보면서 위안을 삼기 때문이다.
사실 아파트의 몰락은 많은 사람이 이미 경고했다. 부동산 중개업자의 근거 없는 꼬드김과 손바닥 뒤집듯 하는 정책 변화, 책임감 없이 내뱉는 언론의 물타기에 그 실체가 가려졌을 뿐이다.
‘분양만 받으면 그 자리에서 수천만 원은 먹을 수 있다.’ 2005년 5월 송도 신도시 더샵퍼트월드(64층) 115.70m²(35평형)의 분양 경쟁률은 206대 1이었다. 그러나 2011년 1500여 세대의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한 결과는 놀라웠다. 2009년 입주 시점에서 손바뀜(소유자 명의 변경)은 1500여 세대 가운데 3%에 그쳤고, 분양가 대비 부채금액 비율이 60%를 차지했으며, 2011년 상반기까지 전체 거래건수도 15건에 그쳤다. 이곳 아파트 소유자는 손해를 보고 집을 팔려 해도 찾아오는 사람조차 없어 심각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린다.
문제는 이런 집값 하락에 따른 고통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그 근거로 먼저 인구구조의 변화를 들었다. “일본의 단카이 세대,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와 두 나라의 부동산 시장이 붕괴한 때는 거의 일치했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도 이제 곧 경제활동에서 대거 물러나는 반면, 부동산 유효 수요인 3040세대는 크게 줄어 부동산 시장이 장기적으로 침체할 것이다. 과잉공급 또한 문제다. 집이 남으면 짓지 말아야 하지만, 정부는 경제 논리가 아닌 서민의 주거안정이나 주거복지 논리를 적용해 연간 최하 30만 호 이상을 계속 공급할 것이다.”
여기에다 글로벌 경제가 가진 ‘부채의 함정’도 부동산 발목을 잡는다. 최근 몇 년간 엄청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했던 세계 각국에 인플레이션 쓰나미가 몰려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는 틀림없이 세금을 인상하고 금리를 올릴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빠르면 올 1월부터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상 최저금리에서도 부동산 시장이 침체했는데, 금리를 올린다면 집값 하락은 불 보듯 빤하다.
지금까지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중산층이 된다는 표상이자 경제적으로도 안정에 접어들었다는 징표였다. 그래서 아파트는 중산층의 집으로서 자산 가치 증대 수단이나 고급주택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으며 사회 계급을 나누는 기준이 돼왔다.
“이제부터는 집을 언제 팔고 언제 살 것인지 투자에 대한 관심보다 주택(부동산)의 본질적 가치에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과중한 이자 부담으로 인한 고통의 공간이 아닌, 가족과의 행복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언론은 여전히 ‘집을 사면 패가망신’ 또는 ‘하반기에는 꼭 집을 사라’는 상반된 전망을 내놓는다. 순간의 선택이 당신과 가족의 미래를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