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디지털 생태계와 출판의 활로-N스크린 시대, 출판 비즈니스’를 주제로 토론이 벌어졌다. 이 토론에서는 전자책의 미래를 주로 다뤘다. 사회자였던 필자는 교보문고에서 일하는 한 발제자에게 “전자책의 매출액이 어느 정도냐”고 물었다. 교보문고에서 ‘전자책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전자상거래)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50%나 성장했다’는 발표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필자가 다시 “전체 매출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그는 망설이다가 “1% 정도 된다”고 했다.
전자책 시장이 많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 정도다. 전자책에 대한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언론인은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민음사)를 읽고 싶은데 928쪽이나 되기 때문에 너무 무거워 들고 다니기 힘들어 읽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전자책이 나온다면 훨씬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누군가는 베스트셀러 100위권에 오른 책 중 80%만 전자책으로 나와도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자책 업계에서는 2011년 신규로 등록한 2만4000여 출판사 대부분이 전자책을 출판하는 1인 출판사며, 2011년 전자책 매출은 약 1500억 원으로 2010년 300억 원의 5배나 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2500만 대, 태블릿PC가 100만 대 넘게 보급되는 등 모바일 단말기 보급 확대가 전자책 구매의 확장으로 이어져 성장잠재력이 크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장르문학 출판사를 제외한 대부분 출판사의 반응은 싸늘하다. 열심히 전자책을 펴내며 활발한 마케팅을 벌이던 몇몇 문학출판사도 요즘 잠잠하다.
전자책 시장이 기대만큼 활성화하지 않는 것은 독자가 전자책을 구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가 구매할 만한 전자책을 출시하지 않아서기도 하지만 믿을 만한 플랫폼을 찾지 못한 이유도 크다. 지금 플랫폼을 지향하는 곳은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리디북스 같은 온라인서점과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같은 통신사 등이다. 신세계와 네이버도 전자책 업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독자의 기대에 부응할 정도로 확실한 믿음을 주는 업체는 없다. 더구나 전자책을 앞장서서 개척해온 교보문고는 전자책 활성화를 위해 출판사들이 연합해 만든 회사인 한국출판콘텐츠(KPC)와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를 놓고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믿을 만한 플랫폼이 없다는 것은 ‘책장’이 없는 것과 같다. 독서라는 행위에서 ‘책장’은 매우 중요하다. 다 읽은 책과 아직 읽지 않은 책을 동시에 책장에 꽂아놓고 그것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는 재미는 종이책 독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은 단순히 아이콘만 나열했을 뿐이라서 킨들에 밀린다. 그래서 아이패드 출시 후 책을 절단해 스캔해주는 업종만 성황을 이뤘다는 비난이 있었다.
전자책을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신뢰할 만한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클라우드상에서 데이터를 보관하고 ID를 연동하면 아무리 단말기를 바꿔도 책이 사라질 일이 없는 플랫폼이 있어야 출판사도 안심하고 전자책을 제대로 출시할 것이다.
하나의 문화가 자리 잡으려면 문화적 기반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 저자나 출판사 같은 콘텐츠 생산업자가 전자책에 목숨을 걸어도 될 만한 시스템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종이책은 출시하면 바로 비즈니스가 성립된다. 전자책 분야에서도 전송 방법, 플랫폼, 결제, 상점 등을 모두 포함한 신뢰할 만한 하나의 네트워크가 등장해야 한다. 2012년에는 그런 네트워크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
전자책 시장이 많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 정도다. 전자책에 대한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언론인은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민음사)를 읽고 싶은데 928쪽이나 되기 때문에 너무 무거워 들고 다니기 힘들어 읽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전자책이 나온다면 훨씬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누군가는 베스트셀러 100위권에 오른 책 중 80%만 전자책으로 나와도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자책 업계에서는 2011년 신규로 등록한 2만4000여 출판사 대부분이 전자책을 출판하는 1인 출판사며, 2011년 전자책 매출은 약 1500억 원으로 2010년 300억 원의 5배나 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2500만 대, 태블릿PC가 100만 대 넘게 보급되는 등 모바일 단말기 보급 확대가 전자책 구매의 확장으로 이어져 성장잠재력이 크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장르문학 출판사를 제외한 대부분 출판사의 반응은 싸늘하다. 열심히 전자책을 펴내며 활발한 마케팅을 벌이던 몇몇 문학출판사도 요즘 잠잠하다.
전자책 시장이 기대만큼 활성화하지 않는 것은 독자가 전자책을 구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가 구매할 만한 전자책을 출시하지 않아서기도 하지만 믿을 만한 플랫폼을 찾지 못한 이유도 크다. 지금 플랫폼을 지향하는 곳은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리디북스 같은 온라인서점과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같은 통신사 등이다. 신세계와 네이버도 전자책 업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독자의 기대에 부응할 정도로 확실한 믿음을 주는 업체는 없다. 더구나 전자책을 앞장서서 개척해온 교보문고는 전자책 활성화를 위해 출판사들이 연합해 만든 회사인 한국출판콘텐츠(KPC)와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를 놓고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믿을 만한 플랫폼이 없다는 것은 ‘책장’이 없는 것과 같다. 독서라는 행위에서 ‘책장’은 매우 중요하다. 다 읽은 책과 아직 읽지 않은 책을 동시에 책장에 꽂아놓고 그것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는 재미는 종이책 독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은 단순히 아이콘만 나열했을 뿐이라서 킨들에 밀린다. 그래서 아이패드 출시 후 책을 절단해 스캔해주는 업종만 성황을 이뤘다는 비난이 있었다.
전자책을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신뢰할 만한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클라우드상에서 데이터를 보관하고 ID를 연동하면 아무리 단말기를 바꿔도 책이 사라질 일이 없는 플랫폼이 있어야 출판사도 안심하고 전자책을 제대로 출시할 것이다.
하나의 문화가 자리 잡으려면 문화적 기반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 저자나 출판사 같은 콘텐츠 생산업자가 전자책에 목숨을 걸어도 될 만한 시스템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종이책은 출시하면 바로 비즈니스가 성립된다. 전자책 분야에서도 전송 방법, 플랫폼, 결제, 상점 등을 모두 포함한 신뢰할 만한 하나의 네트워크가 등장해야 한다. 2012년에는 그런 네트워크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