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부쯤 팔린 에세이집을 낸 시인에게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물었다. 하지만 시인은 대답을 거부했다. 에세이집이 너무 많이 팔린 바람에 문단에서 시인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1990년대 초반엔 학자, 시인, 소설가가 쓴 에세이를 잡문 취급하는 분위기였다. 주요 문학출판사가 금기로 여기는 것이 에세이집 출간이기도 했다. 유홍준이 1993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대박을 터뜨리자 ‘잡문으로 인세 수입을 노리는 한심한 사람’으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20년 가까이 꾸준히 팔리며 지금은 에세이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시나 소설을 넘어 에세이로도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늘고 있다. ‘사람풍경’(예담), ‘천 개의 공감’(한겨레출판사), ‘좋은 이별’(푸른숲) 등 각각 여행, 치유, 애도를 다룬 심리에세이 3부작을 펴낸 소설가 김형경이 대표적이다. 심리치료를 받았던 자신의 경험을 되살리고 정신분석에 관한 지식까지 가미해 글을 쓰는 김형경은 이제 인간의 마음과 관계의 문제를 제대로 탐구하는 작가이자 ‘심리치료사’로 인식된다.
대표적 중견작가 김연수는 작가가 되는 과정에서 마음에 새겼던 문장 중 정수를 골라 자신의 감상을 붙인 에세이집 ‘청춘의 문장들’(마음산책)이라는 걸출한 장기 스테디셀러를 갖고 있다. 그는 이 책 서문에서 “이제 다시는 이런 책을 쓰는 일은 없을 테니까”라며 심정을 밝혔다. 하지만 6년 반이 지난 2010년 12월, 자신이 아끼는 시와 소설에 특별한 감상을 덧붙여 아름답고 가슴 저렸던 순간을 이야기하는 ‘우리가 보낸 순간’(전 2권, 마음산책)을 펴냈다.
가장 대중성 있는 작가 공지영은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오픈하우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황금나침반),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한겨레출판사) 등의 베스트셀러 에세이집을 자주 펴냈다. 2004년에 동인문학상, 이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한꺼번에 수상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김영하는 ‘포스트 잇’(현대문학), ‘랄랄라 하우스’, ‘굴비낚시’, ‘김영하ㆍ이우일의 영화이야기’(이상 마음산책), ‘여행자’(아트북스) 등의 에세이집을 냈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아가는 김영하는 에세이에서도 그만의 발랄한 상상을 맘껏 펼쳐 보인다. 최근에 에세이집을 펴낸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한겨레출판사)의 도종환, ‘칼과 황홀’(문학동네)의 성석제, ‘우리가 사랑한 1초들’(돌)의 곽재구, ‘뭐라도 되겠지’(마음산책)의 김중혁, ‘생각의 일요일들’(달)의 은희경도 뛰어난 에세이스트로 각광받는다.
지금 출판계는 초판이 소설은 3000부, 시는 1000부를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위기를 기획에세이로 극복하려는 문학출판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몇몇 출판사의 기획시리즈는 안정된 시장을 확보했다. 주력 장르의 책을 자주 펴내기 어려운 작가(시인)들이 에세이 출간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작가(시인)가 사유를 파격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장르인 에세이는 블로그 같은 소셜미디어에 매우 적합할 뿐 아니라, 작가와 독자가 소통하기에 가장 손쉬운 창구다. 독자 처지에서는 에세이야말로 작가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코드이자 장치일 수 있다. 그래서 한 작가의 마니아는 그 작가의 에세이집을 모두 구입하는 편이다. 이제 에세이를 잉여글이나 잡문으로 폄하할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자신의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내봄이 어떨지.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
1990년대 초반엔 학자, 시인, 소설가가 쓴 에세이를 잡문 취급하는 분위기였다. 주요 문학출판사가 금기로 여기는 것이 에세이집 출간이기도 했다. 유홍준이 1993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대박을 터뜨리자 ‘잡문으로 인세 수입을 노리는 한심한 사람’으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20년 가까이 꾸준히 팔리며 지금은 에세이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시나 소설을 넘어 에세이로도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늘고 있다. ‘사람풍경’(예담), ‘천 개의 공감’(한겨레출판사), ‘좋은 이별’(푸른숲) 등 각각 여행, 치유, 애도를 다룬 심리에세이 3부작을 펴낸 소설가 김형경이 대표적이다. 심리치료를 받았던 자신의 경험을 되살리고 정신분석에 관한 지식까지 가미해 글을 쓰는 김형경은 이제 인간의 마음과 관계의 문제를 제대로 탐구하는 작가이자 ‘심리치료사’로 인식된다.
대표적 중견작가 김연수는 작가가 되는 과정에서 마음에 새겼던 문장 중 정수를 골라 자신의 감상을 붙인 에세이집 ‘청춘의 문장들’(마음산책)이라는 걸출한 장기 스테디셀러를 갖고 있다. 그는 이 책 서문에서 “이제 다시는 이런 책을 쓰는 일은 없을 테니까”라며 심정을 밝혔다. 하지만 6년 반이 지난 2010년 12월, 자신이 아끼는 시와 소설에 특별한 감상을 덧붙여 아름답고 가슴 저렸던 순간을 이야기하는 ‘우리가 보낸 순간’(전 2권, 마음산책)을 펴냈다.
가장 대중성 있는 작가 공지영은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오픈하우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황금나침반),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한겨레출판사) 등의 베스트셀러 에세이집을 자주 펴냈다. 2004년에 동인문학상, 이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한꺼번에 수상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김영하는 ‘포스트 잇’(현대문학), ‘랄랄라 하우스’, ‘굴비낚시’, ‘김영하ㆍ이우일의 영화이야기’(이상 마음산책), ‘여행자’(아트북스) 등의 에세이집을 냈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아가는 김영하는 에세이에서도 그만의 발랄한 상상을 맘껏 펼쳐 보인다. 최근에 에세이집을 펴낸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한겨레출판사)의 도종환, ‘칼과 황홀’(문학동네)의 성석제, ‘우리가 사랑한 1초들’(돌)의 곽재구, ‘뭐라도 되겠지’(마음산책)의 김중혁, ‘생각의 일요일들’(달)의 은희경도 뛰어난 에세이스트로 각광받는다.
지금 출판계는 초판이 소설은 3000부, 시는 1000부를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위기를 기획에세이로 극복하려는 문학출판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몇몇 출판사의 기획시리즈는 안정된 시장을 확보했다. 주력 장르의 책을 자주 펴내기 어려운 작가(시인)들이 에세이 출간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작가(시인)가 사유를 파격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장르인 에세이는 블로그 같은 소셜미디어에 매우 적합할 뿐 아니라, 작가와 독자가 소통하기에 가장 손쉬운 창구다. 독자 처지에서는 에세이야말로 작가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코드이자 장치일 수 있다. 그래서 한 작가의 마니아는 그 작가의 에세이집을 모두 구입하는 편이다. 이제 에세이를 잉여글이나 잡문으로 폄하할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자신의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내봄이 어떨지.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