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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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열외” 김관진式 파격 인사

‘전임 정부 사람’ 불이익받던 실력파 장교들 구제…내년 1월 개각설 앞둔 마지막 작품?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11-11-21 09: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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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열외” 김관진式 파격 인사

    2010년 12월 31일 군 장성급 진급자 34명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고식에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경례하고 있다. 앞쪽에 놓인 칼은 삼정검(三精劍)으로 진급하는 장성에게 수여한다.

    “소문은 그렇게 돌지만 그게 되겠나 싶다. 발표가 날 때까지 수많은 각축이 오갈 것이고, 이해관계자들은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려 애쓸 것이다. 모든 인사(人事)가 그렇듯 이번 인사도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다.”

    장성급 인사 발표를 코앞에 둔 11월 초순, 군 사정에 밝은 한 정부 관계자가 남긴 말이다. 최근 며칠 사이 국방부와 청와대 주변에서 회자되는 인사안이 “매우 파격적”이라는 것. 군 내부에서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간 여러 차례 진급에서 누락됐던 이들이 대폭 명단에 올라와 있다는 얘기였다.

    이 관계자의 ‘의심’과 달리, 11월 10일 드디어 공개된 인사자 명단은 ‘소문 그대로’였다. 당초 거론된 인사 상당수가 진급에 포함된 것. 그중에는 통상 3년 차까지 심사 대상에 포함되는 진급연한을 넘겨 더는 기회가 없다던 이들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측은 진급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우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심사 대상을 4∼7년 차까지 확대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살생부 소문, 하나회 출신도 승진

    이번에 진급 선발과 주요 부서장 보직을 부여받은 총 107명의 중장급 이하 장성 및 대령 가운데 군 주변의 관심을 끈 이름은 육해공군을 통틀어 5~6명 선. 대부분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와 국방비서관실, 국회 연락단 등에 파견근무를 했던 이들이다. 군 당국은 여러 차례에 걸쳐 부인해왔지만, 그간 군 주변에서는 ‘지난 정권에서 잘나갔던 장교들’의 명단을 정리해 진급 결정에 참조한다는 이른바 ‘살생부(殺生簿)’에 관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구체적인 불이익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거론된 이들이 그간 진급에서 누락되거나 지원부대 등의 한직에 주로 발령받았던 건 사실 아니냐는 게 군 안팎의 대체적인 시선이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군사정권 시절 사조직으로 악명 높았던 하나회 출신 장성 2명이 소장에서 중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지난번 인사에서 이미 하나회 출신 3성 장군이 나왔다고는 해도, 김영삼 정부 이후 하나회 출신 장교들이 주요 보직에서 배제돼왔던 것에 비춰보면 이 역시 파격에 가깝다. 더는 ‘과거 문제’를 인사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이번 장성급 인사가 일으킨 파장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정치적 맥락을 최대한 배제하고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한 인사’라는 것이다. “군인다운 군인, 개혁성·추진력 보유자, 연합·합동 작전능력과 위기관리 능력 구비자 중에서 우수자를 선발, 최우선적으로 발탁했다”는 국방부의 공식 설명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간 군 주변에서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합참에서 합동작전을 담당해본 경력자 상당수가 한직으로 밀려나는 바람에 군 임무의 핵심 중 핵심인 작전능력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평가가 만만찮았다.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건의 대응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것 또한 이 때문이라는 견해였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군 관계자들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뚝심’을 가장 먼저 거론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과 3군 사령관, 합참의장 등을 거치는 동안 직접 실무능력을 지켜봤던 장교들을 ‘살려냈다’는 것. 일각에서는 김 장관이 이번 인사를 앞두고 ‘정치적 맥락을 배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침을 군무회의를 통해 3군 본부에 직접 하달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치 열외” 김관진式 파격 인사

    10월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

    장성급 지휘관 인사는 공식적으로 각 군 본부가 작성, 상신해 국방부 장관의 결재와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확정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실을 중심으로 관련 기관에서 작성한 참고자료 등을 종합해 조율과 검증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에 가깝다. 이번 인사에서도 이른바 ‘전임 정부에서 잘나갔던 장교들’ 가운데 1~2명이 빠졌음을 감안하면 청와대의 조율과정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닌 듯하지만, 당초 알려진 방향이 대부분 관철됐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의미가 다르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안보 관련 사안을 조언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인종 경호처장이 10월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문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사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사저 논란이 한창일 당시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할 일은 제대로 않고 군 인사 개입만 일삼았다”고 말했을 정도로 경호처의 그간 행보에 대해서는 여권과 군 내부 모두에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던 상황. 그간 진급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논란이 불거지곤 했던 국군기무사령부 역시 조선대 교수 e메일 해킹 사건으로 사령관 본인이 인사조치 대상자로 거론되던 상황이다 보니 왈가왈부할 공간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군인사 악순환 끊는 출발점 기대”

    다만 이번 인사를 계기로 김 장관의 행보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다소 엇갈린다. 먼저 ‘장관다운 장관’의 리더십이 앞으로도 청와대-군 관계에서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정권 핵심부가 개입해 ‘전임 정부 인사’와 ‘이번 정부 인사’를 가르는 인사패턴을 근절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희망사항이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와 국방부 주변에서 떠도는 ‘내년 1월 부분개각설’과 관련해 김 장관이 퇴임 전에 마지막으로 소신을 발휘한 것뿐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이 올 연말까지 어떤 식으로든 결론 나면 그에 맞물려 청와대가 국방장관을 교체할 것이라는 게 그 골자. 이렇게 될 경우 이번이 자신의 손으로 결재하는 마지막 인사가 되는 김 장관이 그간의 문제점을 정리한다는 차원에서 ‘최후 결심’한 것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군 사정에 정통한 전직 안보당국 관계자의 말이다.

    “정권이 바뀌면 군 인사 또한 그에 따라 휘둘려왔고, 이렇게 만들어진 상처는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엘리트 장교들의 몸과 마음에 깊은 악영향을 미쳤다. 동기와 선후배가 편을 갈라 다툼을 벌이는 일까지 생겼다. 한번 다친 군심(軍心)은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들여도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최근 몇 년간 인사 문제를 두고 벌어진 일이 입증해준다. 이번 인사가 이 악순환을 끊는 출발점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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