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무렵 한 매체에 ‘2011년 가장 기대되는 음반 5선’이라는 주제로 원고를 쓴 적이 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이상 정규 앨범을 만날 수 없었던 우리나라 아티스트 다섯 팀을 꼽은 글이었다. 흥미롭게도 7월과 8월 두 달 사이 그 다섯 팀 가운데 네 팀이 새 음반을 발매했거나 발매가 확정됐다. 올여름 쏟아진 게 기록적인 폭우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오랜 기간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음반이 8월 초 드디어 공개됐다. 밴드 ‘라이너스의 담요’의 ‘Show Me Love’. 2003년 데뷔 이래 8년 동안 홍대 카페 라이브와 한국형 치유계 팝 사운드의 원조로 군림해오면서도, 고작 이피반레코드(EP) 2장이 디스코그래피의 전부였던 이들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총 작업 기간 4년, 후반 작업에만 1년 반이 걸린 이 앨범은 멤버 연진(보컬, 건반)과 이상준(기타) 외에 세션으로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이 이채롭다. 단 2장의 정규 앨범으로 한국 인디록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자리매김한 ‘검정치마’의 조휴일을 비롯해 ‘로로스’의 도재명,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중엽, ‘할로우 잰’의 임환택 등 인디 신(scene)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탄성을 지를 이름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전공 분야가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장르만 따져도 이모코어에서 포크록, 스케이트펑크, 슈게이징 등 웬만해선 서로 ‘겸상’하지 않을 다양한 스타일의 뮤지션이 한자리에서 연주와 노래를 들려준다. 반쯤은 인맥과 친분 때문이겠지만, 나머지 반쯤은 팬으로서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자발적인 참여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라이너스의 담요’가 이 앨범에서 궁극적으로 빚어내는 곡들은 치열한 장르 음악이기보다 매우 보편적이면서도 감미로운 팝이니까 말이다.
한국 턴테이블리즘을 대표하는 DJ 소울스케이프가 후반 작업을 담당했다는 사실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보도자료에 인용된 그의 코멘트는 굳이 이 앨범에 국한할 필요 없이 말 자체로도 음미할 가치가 있다. “팝음악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즉흥적이고 친근한 몇 소절의 멜로디와 장르의 옷을 입히는 것 정도로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 수는 있지만, 결코 파퓰러 뮤직의 핵심을 담을 수 있다고 볼 순 없다.”
소규모 독립 제작사에서 만든 소위 ‘인디팝’ 음반이 대중음악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하면 고개를 갸웃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즉흥적이고 친근한 몇 소절의 멜로디’에 지나지 않는 경박한 노래가 훨씬 큰 인기를 얻는 게 작금의 현실 아니냐고 삐딱하게 반문할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내 대답은 이렇다. 시간과 영감을 충분히 투입한 3분짜리 팝송은 아주 오랜 후에도 남아다양한 연령층의 사람을 감동하게 만들 수 있다. 또 지역적으로도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에게든 쉽게 가 닿을 수 있는 매체이기도 하다. 그렇게 팝송이 가진 보편성은 시간과 장소라는 두 가지 축을 타고 무한히 넓어질 수 있는 것이다.
‘Show Me Love’는 이런 공시성과 통시성 모두에서 2011년 한국 대중음악계의 가장 보편적인 팝을 담아낸 음반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올해 누가 앨범을 내든 담요 속에 묻혀버릴 것”이라는 조휴일의 추천사는 그래서 빈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 정바비는 1995년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원년 멤버로 데뷔한 인디 뮤지션. ‘줄리아 하트’ ‘바비빌’ 등 밴드를 거쳐 2009년 ‘브로콜리 너마저’ 출신 계피와 함께 ‘가을방학’을 결성, 2010년 1집 ‘가을방학’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오랜 기간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음반이 8월 초 드디어 공개됐다. 밴드 ‘라이너스의 담요’의 ‘Show Me Love’. 2003년 데뷔 이래 8년 동안 홍대 카페 라이브와 한국형 치유계 팝 사운드의 원조로 군림해오면서도, 고작 이피반레코드(EP) 2장이 디스코그래피의 전부였던 이들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총 작업 기간 4년, 후반 작업에만 1년 반이 걸린 이 앨범은 멤버 연진(보컬, 건반)과 이상준(기타) 외에 세션으로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이 이채롭다. 단 2장의 정규 앨범으로 한국 인디록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자리매김한 ‘검정치마’의 조휴일을 비롯해 ‘로로스’의 도재명,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중엽, ‘할로우 잰’의 임환택 등 인디 신(scene)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탄성을 지를 이름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전공 분야가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장르만 따져도 이모코어에서 포크록, 스케이트펑크, 슈게이징 등 웬만해선 서로 ‘겸상’하지 않을 다양한 스타일의 뮤지션이 한자리에서 연주와 노래를 들려준다. 반쯤은 인맥과 친분 때문이겠지만, 나머지 반쯤은 팬으로서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자발적인 참여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라이너스의 담요’가 이 앨범에서 궁극적으로 빚어내는 곡들은 치열한 장르 음악이기보다 매우 보편적이면서도 감미로운 팝이니까 말이다.
한국 턴테이블리즘을 대표하는 DJ 소울스케이프가 후반 작업을 담당했다는 사실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보도자료에 인용된 그의 코멘트는 굳이 이 앨범에 국한할 필요 없이 말 자체로도 음미할 가치가 있다. “팝음악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즉흥적이고 친근한 몇 소절의 멜로디와 장르의 옷을 입히는 것 정도로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 수는 있지만, 결코 파퓰러 뮤직의 핵심을 담을 수 있다고 볼 순 없다.”
소규모 독립 제작사에서 만든 소위 ‘인디팝’ 음반이 대중음악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하면 고개를 갸웃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즉흥적이고 친근한 몇 소절의 멜로디’에 지나지 않는 경박한 노래가 훨씬 큰 인기를 얻는 게 작금의 현실 아니냐고 삐딱하게 반문할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내 대답은 이렇다. 시간과 영감을 충분히 투입한 3분짜리 팝송은 아주 오랜 후에도 남아다양한 연령층의 사람을 감동하게 만들 수 있다. 또 지역적으로도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에게든 쉽게 가 닿을 수 있는 매체이기도 하다. 그렇게 팝송이 가진 보편성은 시간과 장소라는 두 가지 축을 타고 무한히 넓어질 수 있는 것이다.
‘Show Me Love’는 이런 공시성과 통시성 모두에서 2011년 한국 대중음악계의 가장 보편적인 팝을 담아낸 음반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올해 누가 앨범을 내든 담요 속에 묻혀버릴 것”이라는 조휴일의 추천사는 그래서 빈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 정바비는 1995년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원년 멤버로 데뷔한 인디 뮤지션. ‘줄리아 하트’ ‘바비빌’ 등 밴드를 거쳐 2009년 ‘브로콜리 너마저’ 출신 계피와 함께 ‘가을방학’을 결성, 2010년 1집 ‘가을방학’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