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을 8개월 앞둔 정치권이 간판으로 내세울 ‘새 인물 영입’에 올인하고 있다. 국민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명망가라면 ‘당 색깔과 걸어온 길이 달라도 적극 모셔 와야 한다’고 할 만큼 적극적이다.
역대 총선 결과는 ‘새 인물’의 위력을 증명한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집권 민자당은 1년 뒤 철저한 분석을 통해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 인물을 앞세워 총선을 치렀다. 지방선거 참패 1년 만에 139석을 얻은 것은 과감한 물갈이와 참신한 새 인물 영입, 신당(신한국당) 창당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때 민중당 출신이면서 인재 영입 사례로 신한국당에 입당해 국회에 입성한 사람이 이재오 특임장관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안상수 전 대표 역시 전문가 영입 사례로 이때 신한국당에 입당했다.
2000년 치른 16대 총선에서도 여야는 ‘새 인물’로 정면 대결을 펼쳤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송영길, 임종석 등 소위 ‘젊은 피’를 전면에 배치했고, 이에 맞서는 한나라당도 원희룡, 오세훈 등을 앞세워 맞불을 놓았다. 기성 정치인이 낙천과 낙선의 쓴잔을 마시는 사이 이들 386세대 정치인은 대부분 살아 돌아왔다.
새 인물 앞세우면 반드시 승리
‘새 인물을 앞세우면 이긴다’는 총선 당선 방정식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선자금 수사에서 ‘차떼기 당’으로 낙인찍힌 것은 물론, 총선을 두 달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해 ‘탄핵 역풍’에 시달리던 한나라당은 ‘물갈이 깃발’을 높이 세워 위기를 극복했다. 현역의원 27명을 자의 반 타의 반 불출마 선언하도록 하고 그 빈자리에 정두언, 나경원, 주호영 등 각계 전문가를 영입해 전면에 배치했다. ‘탄핵 역풍’으로 ‘50석을 건지기도 어렵다’던 한나라당은 새 인물과 박근혜 효과에 힘입어 121석을 얻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새 인물 영입에 나선 여야 정치권은 서울대 안철수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안동 신세계연합클리닉 박경철 원장을 특히 주목한다. 두 사람은 올 들어 20대와 30대를 대상으로 전국 곳곳에서 ‘청춘콘서트’를 열고 있다. 이들이 가는 곳마다 적게는 2000~3000명, 많게는 7000명까지 운집한다. 또 이들이 출연한 TV 다큐멘터리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을 제쳤다. 애국가 시청률에 비유되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을 누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여야가 유독 안철수-박경철 콤비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들이 여의도에선 찾아볼 수 없는, 대중에게 어필할 만한 ‘자신만의 유전자와 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디오피니언 백왕순 부소장은 “(안철수와 박경철) 두 사람은 높은 대중성과 신뢰도, 미래지향성을 동시에 갖췄다”고 분석했다. 두 사람이 전면에 나서면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를 여야 모두 갖고 있는 것이다.
‘표’를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 것 같은 정치권은 벌써부터 두 사람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공을 들이는 중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 한나라당은 안 교수에게 추파를 던졌다. 당시 핵심 당직자는 안 교수에게 ‘입당만 한다면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자리도 줄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성사되지 않았다.
최근엔 더욱 절박한 모습이다.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은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영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나라당 당직자는 “두 사람 모두 영남 출신인 데다 20, 30대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당 처지에선 어떤 지역구를 주더라도 영입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부산, 박 원장은 경북 출신이다.
야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민주당은 박 원장을 2008년 총선 공천심사위원으로 임명했던 인연이 있다. 박 원장이 영남 공략의 선봉에 서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은 더 적극적이다. “(부산 출신인) 안 교수가 같이 뛰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뜨거운 구애에도, 정작 두 사람이 내년 총선에 뛰어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안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혼자 들어가서는 아무것도 바꿔놓지 못한다고 많이 말씀했는데, 나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며 “생각이 같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들어가 바꿔놓는다면 그거야말로 좋겠지만 그럴 일이 있겠나. 그래서 나 혼자 바꿀 수 없으니까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 순회강연처럼) 혼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도 “정치에 투신할 뜻이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완곡하게 밝혔다.
정치권 밖 인사들 물망에 올라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여야가 경쟁적으로 안철수-박경철 콤비에게 구애하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 얼굴이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새 인물’에 대한 갈증은 집권 여당이자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더 크다. 이명박 정부가 중용한 사람은 일부가 병역면제자인 데다 대부분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았다. 위장 전입과 탈세 의혹은 인사 검증과정에서 늘 등장하는 단골메뉴였다. 한나라당에서는 내년 총선 공천의 제1조건이 ‘병역을 마치고,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은, 위장 전입과 탈세에서 자유로운, 전혀 한나라당스럽지 않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자조 섞인 한탄마저 나온다.
친박(친박근혜)계의 한 핵심 인사는 “높은 도덕성과 21세기에 필수적인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인사 가운데 사회공헌에 힘써온 인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검찰 출신 고위직보다 사회복지사 가운데 헌신적 삶을 살아온 분을 모시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다른 여권 인사는 박원순 변호사를 거명하면서 “한나라당과 색깔이 다르더라도 사회적 존경을 받는 분을 모셔 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권 사무총장도 “시민사회활동을 했거나 현장에서 주민과 열심히 봉사활동을 한 사람에게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친이(친이명박)계 핵심 인사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이 인사는 “한나라당이 강남벨트에 강남좌파를 투입하는 과감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명문대와 국가고시를 거쳐 비단길만 걸어온 기득권층이 아닌, 공동체를 걱정하고 사회참여에 적극적인 중도세력, 심지어 진보 인사까지 포섭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고민은 야권도 마찬가지다. 야권의 한 핵심 인사는 “전직 관료나 변호사 같은 명망가만으로는 젊은 층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 안철수와 박경철, 그리고 서울대 조국 교수처럼 기득권과 거리를 유지해온 정치권 밖 인사를 적극 영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참신한 인물 영입이라는 전초전에 돌입했다. 중국에서 인재 활용 경전으로 통하는 ‘변경(辯經)’을 보면 “인재를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고 했다. 새 인물 영입에 나선 여야 가운데 어느 정당이 국민이 원하는 천하의 인재를 더 많이 영입할 수 있을까. 내년 총선을 지켜보는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역대 총선 결과는 ‘새 인물’의 위력을 증명한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집권 민자당은 1년 뒤 철저한 분석을 통해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 인물을 앞세워 총선을 치렀다. 지방선거 참패 1년 만에 139석을 얻은 것은 과감한 물갈이와 참신한 새 인물 영입, 신당(신한국당) 창당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때 민중당 출신이면서 인재 영입 사례로 신한국당에 입당해 국회에 입성한 사람이 이재오 특임장관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안상수 전 대표 역시 전문가 영입 사례로 이때 신한국당에 입당했다.
2000년 치른 16대 총선에서도 여야는 ‘새 인물’로 정면 대결을 펼쳤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송영길, 임종석 등 소위 ‘젊은 피’를 전면에 배치했고, 이에 맞서는 한나라당도 원희룡, 오세훈 등을 앞세워 맞불을 놓았다. 기성 정치인이 낙천과 낙선의 쓴잔을 마시는 사이 이들 386세대 정치인은 대부분 살아 돌아왔다.
새 인물 앞세우면 반드시 승리
‘새 인물을 앞세우면 이긴다’는 총선 당선 방정식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선자금 수사에서 ‘차떼기 당’으로 낙인찍힌 것은 물론, 총선을 두 달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해 ‘탄핵 역풍’에 시달리던 한나라당은 ‘물갈이 깃발’을 높이 세워 위기를 극복했다. 현역의원 27명을 자의 반 타의 반 불출마 선언하도록 하고 그 빈자리에 정두언, 나경원, 주호영 등 각계 전문가를 영입해 전면에 배치했다. ‘탄핵 역풍’으로 ‘50석을 건지기도 어렵다’던 한나라당은 새 인물과 박근혜 효과에 힘입어 121석을 얻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새 인물 영입에 나선 여야 정치권은 서울대 안철수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안동 신세계연합클리닉 박경철 원장을 특히 주목한다. 두 사람은 올 들어 20대와 30대를 대상으로 전국 곳곳에서 ‘청춘콘서트’를 열고 있다. 이들이 가는 곳마다 적게는 2000~3000명, 많게는 7000명까지 운집한다. 또 이들이 출연한 TV 다큐멘터리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을 제쳤다. 애국가 시청률에 비유되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을 누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여야가 유독 안철수-박경철 콤비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들이 여의도에선 찾아볼 수 없는, 대중에게 어필할 만한 ‘자신만의 유전자와 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디오피니언 백왕순 부소장은 “(안철수와 박경철) 두 사람은 높은 대중성과 신뢰도, 미래지향성을 동시에 갖췄다”고 분석했다. 두 사람이 전면에 나서면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를 여야 모두 갖고 있는 것이다.
‘표’를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 것 같은 정치권은 벌써부터 두 사람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공을 들이는 중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 한나라당은 안 교수에게 추파를 던졌다. 당시 핵심 당직자는 안 교수에게 ‘입당만 한다면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자리도 줄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성사되지 않았다.
최근엔 더욱 절박한 모습이다.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은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영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나라당 당직자는 “두 사람 모두 영남 출신인 데다 20, 30대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당 처지에선 어떤 지역구를 주더라도 영입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부산, 박 원장은 경북 출신이다.
박경철
정치권의 뜨거운 구애에도, 정작 두 사람이 내년 총선에 뛰어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안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혼자 들어가서는 아무것도 바꿔놓지 못한다고 많이 말씀했는데, 나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며 “생각이 같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들어가 바꿔놓는다면 그거야말로 좋겠지만 그럴 일이 있겠나. 그래서 나 혼자 바꿀 수 없으니까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 순회강연처럼) 혼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도 “정치에 투신할 뜻이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완곡하게 밝혔다.
정치권 밖 인사들 물망에 올라
안철수
친박(친박근혜)계의 한 핵심 인사는 “높은 도덕성과 21세기에 필수적인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인사 가운데 사회공헌에 힘써온 인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검찰 출신 고위직보다 사회복지사 가운데 헌신적 삶을 살아온 분을 모시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다른 여권 인사는 박원순 변호사를 거명하면서 “한나라당과 색깔이 다르더라도 사회적 존경을 받는 분을 모셔 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권 사무총장도 “시민사회활동을 했거나 현장에서 주민과 열심히 봉사활동을 한 사람에게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친이(친이명박)계 핵심 인사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이 인사는 “한나라당이 강남벨트에 강남좌파를 투입하는 과감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명문대와 국가고시를 거쳐 비단길만 걸어온 기득권층이 아닌, 공동체를 걱정하고 사회참여에 적극적인 중도세력, 심지어 진보 인사까지 포섭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고민은 야권도 마찬가지다. 야권의 한 핵심 인사는 “전직 관료나 변호사 같은 명망가만으로는 젊은 층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 안철수와 박경철, 그리고 서울대 조국 교수처럼 기득권과 거리를 유지해온 정치권 밖 인사를 적극 영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참신한 인물 영입이라는 전초전에 돌입했다. 중국에서 인재 활용 경전으로 통하는 ‘변경(辯經)’을 보면 “인재를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고 했다. 새 인물 영입에 나선 여야 가운데 어느 정당이 국민이 원하는 천하의 인재를 더 많이 영입할 수 있을까. 내년 총선을 지켜보는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