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 한국을 방문한 사울 싱어가 ‘모바일 창업 코리아 2011’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5월 19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 벤처기업협회 황철주 회장,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김일수 회장 등 250여 명의 정보기술(IT) 업계 임직원이 모여들었다. 이스라엘‘예루살렘포스트’칼럼니스트로, 2010년 이스라엘 경제 성장의 비결을 담은 책 ‘창업국가’를 펴낸 ‘벤처 그루(Guru)’ 사울 싱어의 강연을 들으러 온 것. 이들은 모두 KT와 주요 벤처기업협회가 주도해 2009년 9월 창립한 ‘IT CEO 포럼’회원이다.
사울 싱어 강연에 모여든 임직원KT가 ‘창업국가’와 ‘이스라엘’에 주목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KT는 2010년 ‘창업국가’를 ‘임직원 필독서’로 선정했다. ‘창업국가’를 번역한 미국 벨연구소 윤종록 특임연구원은 “KT가 임원들에게 직접 ‘창업국가’를 읽고 인상 깊은 부분을 써내라고 ‘숙제’도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T 이석채 회장도 이날 참석해 다른 임직원과 함께 진지한 자세로 강연을 들었다.
KT 부사장 출신인 윤 연구원이 ‘창업국가’를 번역한 것도 KT와 이스라엘의 인연 덕분이다. 윤 연구원은 2005년 KT 부사장 재직 당시 한국을 방문한 에후드 올메르트 부총리를 안내한 인연으로 그해 9월 이스라엘에 초청받았다. 윤 연구원은 “당시 부총리 산하에 OCS(Office of Chief Scientist)라는 ‘브레인 타워’에서 자연과학, 경제, 환경, 미래사회 전망 등 분야를 불문하고 토론과 결정을 하는 데 깊은 인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당당하게 도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대인의 태도가 이스라엘 벤처의 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2008년 미국 벨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그는 우연한 기회에 ‘창업국가’ 출간을 알게 됐으며, 한국에 ‘이스라엘의 힘’을 알리려고 세계 최초로 번역본을 펴냈다.
KT가 운영하는 KT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 사이트(www.digieco.co.kr)는 벤처 창업가 사이에서 교과서로 통한다. 매주 한 편 이상 ‘스타트업 스토리’라는 제목으로 실제 창업한 벤처 사업가를 인터뷰하고, 해외 유명 벤처기업도 소개한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IT 벤처를 분석한 자료도 유용하다. 소셜데이팅 벤처 ‘이음’(www.i-um.net)을 창업한 박희은 대표는 “창업 전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이후에도 디지에코를 보면서 열심히 공부한다. 해외의 우수 벤처 사례를 공부하는 데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위)5월 19일 KT 이석채 회장(오른쪽)과 대화하는 사울 싱어. (아래)사울 싱어의 책 ‘창업국가’ 사인회. 그의 한국 강연을 듣기 위해 많은 사람이 왔다.
KT는 1인 창조기업 창업 활성화를 위해 직접적인 지원도 한다. 2010년 3월 KT는 생태계라는 뜻의 에코(eco)와 혁신이라는 뜻의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합친 ‘에코노베이션(Econovation)’ 정책을 발표했다. 풀어 말하면 ‘개방형 모바일 개발자 지원정책’으로, 능력 있는 개발자가 경쟁력 있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및 콘텐츠를 개발하도록 도와줌으로써 바람직한 IT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KT는 “이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앱 개발자를 3000명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글로벌 수준 앱 개발자 3000명 양성이를 위해 KT는 2010년 6월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에코노베이션 제1센터’를 설립, 모바일 앱 개발자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330㎡(100평) 공간을 무료로 제공했다. 또한 개발자의 기획과 마케팅에 필요한 주요 시장 및 통계 정보를 제공, 사업을 지원한다. 이 밖에도 1년에 1~2번 앱 개발 대회를 열어 수상자는 중국, 일본에 진출할 수 있도록 특전을 부여한다.
KT는 “과거 이동통신사가 사업을 폐쇄적으로 운영했다면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개방형 구조로 바뀌었다”며 “개발자의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통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을 자생적 생태계로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KT는 “지난해부터 ‘올레 경영’이라는 이념으로 역발상, 혁신을 중시했다. 이를 위해 ‘스타트업 정신’을 배우려는 내부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뷰 | 한국 방문한 ‘창업국가’저자 사울 싱어
“한국, IT 콘텐츠 강국 도약 절호의 기회”
| “한국에서 부는 스마트 혁명은 이제 한국이 ‘세계 최초의 IT 인프라 강국’이 아니라 ‘IT 콘텐츠 강국’으로 한 단계 올라설 좋은 기회입니다. 이러한 제2의 IT 혁명기를 맞아 국가 경쟁력을 키우려면 정부와 대기업이 제 몫을 해야 합니다.”
‘창업국가’의 저자 사울 싱어는 5월 19일 한국을 방문해 “한국과 이스라엘은 환경이 유사하지만 서로 다른 장점을 가졌다”고 말했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땅이 좁고 자원이 부족하며 안보 상황이 불안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스라엘은 한국과 달리 ‘창의성 교육’을 시행하고 ‘과학 기술’에 과감한 투자를 해 새로운 선진국 모델을 제시한다는 것.
특히 이 차이점은 2000년대 초 ‘벤처 붕괴 현상’에서 도드라졌다. 1990년대 후반 동시에 벤처붐을 겪었던 두 나라는 2000년대 초 ‘벤처 거품’이 빠진 이후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한국은 벤처 창업이 고사하다시피 했지만 이스라엘은 현재 미국을 제외하고 나스닥에 상장한 벤처기업이 가장 많은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싱어는 “이스라엘에서도 창업은 어렵고 ‘대부분의 벤처는 망한다’는 걱정을 하지만, 그럼에도 벤처에 대한 절실함이 있고 살아남으려면 혁신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이 적다”면서 “한국 역시 ‘창업 마인드’를 갖추고 ‘철면피 정신’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스라엘의 벤처 ‘베터 플레이스(Better Place)’는 전기자동차(이하 전기차)의 배터리 시스템을 혁신해 전기차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했다. 그동안 전기차는 충전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불편함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베터 플레이스의 배터리 시스템을 적용한 전기차는 올해 말부터 덴마크, 호주에 수출할 예정이다. 싱어는 “작은 나라가 전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구실을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자랑스러워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