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서의 경우, 새롭게 시작해보자고 기지개를 켜는 봄에는 재테크 서적, 마음이 뒤흔들리는 가을에는 처세서, 연말연시에는 마케팅 및 비즈니스, 그리고 트렌드 관련 서적이 주로 팔린다. 따라서 봄에 팔리는 재테크 서적의 유형을 살피면 그해 시중의 돈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테크 서적 시장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주식, 금융(돈 관리), 부동산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었다. 그 바람에 판매량 5만 부를 넘기는 책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수년간 침체 끝에 올봄, 이 시장이 드디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빌딩부자들’(성선화/ 다산북스)과 ‘강남부자들’(고준석/ 흐름출판) 등 부동산 부자의 재테크 원칙을 알려주는 책이 인기를 끈 것이다. ‘빌딩부자들’은 70일 만에 7만 부가 팔렸고, ‘강남부자들’은 40일 만에 판매량 2만 부를 넘겼다. 이러한 반응에 출판기획자들은 ‘드디어’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빌딩부자들’의 요지는 묻어만 놔도 가격이 뛰어 시세차익을 줄 것으로 기대되던 ‘가격상승형 시장’을 버리고, 소유주의 관리와 운영 능력에 따라 확연하게 수익률이 달라지는 ‘수익창출형 시장’으로 갈아타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오를 만큼 올라 은행 이자 이상의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고가 아파트를 팔고 안정된 임대수익(월세)을 보장하는 조그만 빌딩이나 상가부터 마련하라는 이야기다.
‘강남부자들’은 200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한국의 부자들’과 ‘한국의 젊은 부자들’의 맥을 잇는 ‘내로 포커스(narrow focus)’형 책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 부동산 부자들의 특성을 설명한다. 부동산으로 부를 이룬 사람들은 사고 자체가 남다르며, 누구보다 빨리 자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고금리로 ‘없는 사람’이 주된 피해자였다면, 2008년 금융위기 때는 편안한 노후를 위해 펀드나 주식에 투자하던 ‘있는 사람’까지 피해를 입었다. 이후 수출 주도 정책이 계속 전개되면서 내수시장의 성장률은 크게 둔화됐다.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인 데다 조기 퇴직자도 넘쳐나 자영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의 두 배를 웃돌지만 그들은 점차 붕괴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노후가 불안한 40, 50대 투자자로 하여금 임대수익이야말로 재테크의 ‘마지막 엘도라도’라는 충고에 쉽게 빠져들게 만든다. 모처럼 주가가 2000대 이상 오른 주식시장은 지금 치고 들어가기에는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금리가 낮아 은행 이자로 재테크를 할 수도 없다. 그러니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 있을지라도 입지 좋은 도시형 주택이나 작은 상가에 관심을 기울여보라는 속삭임에 쉽게 현혹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새마을’이 영어 ‘뉴타운’으로 이름만 바뀌었다. 그간 이 땅의 아파트는 삶을 영위하는 소유공간이라기보다 부(副)의 축적에 대한 욕망을 분출하는 거대한 용광로나 다름없었다. 경매, 재개발, 청약통장 등을 이용한 내 집 마련은 모든 직장인의 유일한 꿈이었다. 하지만 올해 재테크 서적은 이런 꿈마저 조롱한다. 이런 책에서 우리는 정부가 내놓는 어떠한 부동산 대책도 전혀 먹혀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등 다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테크 서적 시장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주식, 금융(돈 관리), 부동산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었다. 그 바람에 판매량 5만 부를 넘기는 책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수년간 침체 끝에 올봄, 이 시장이 드디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빌딩부자들’(성선화/ 다산북스)과 ‘강남부자들’(고준석/ 흐름출판) 등 부동산 부자의 재테크 원칙을 알려주는 책이 인기를 끈 것이다. ‘빌딩부자들’은 70일 만에 7만 부가 팔렸고, ‘강남부자들’은 40일 만에 판매량 2만 부를 넘겼다. 이러한 반응에 출판기획자들은 ‘드디어’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빌딩부자들’의 요지는 묻어만 놔도 가격이 뛰어 시세차익을 줄 것으로 기대되던 ‘가격상승형 시장’을 버리고, 소유주의 관리와 운영 능력에 따라 확연하게 수익률이 달라지는 ‘수익창출형 시장’으로 갈아타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오를 만큼 올라 은행 이자 이상의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고가 아파트를 팔고 안정된 임대수익(월세)을 보장하는 조그만 빌딩이나 상가부터 마련하라는 이야기다.
‘강남부자들’은 200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한국의 부자들’과 ‘한국의 젊은 부자들’의 맥을 잇는 ‘내로 포커스(narrow focus)’형 책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 부동산 부자들의 특성을 설명한다. 부동산으로 부를 이룬 사람들은 사고 자체가 남다르며, 누구보다 빨리 자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고금리로 ‘없는 사람’이 주된 피해자였다면, 2008년 금융위기 때는 편안한 노후를 위해 펀드나 주식에 투자하던 ‘있는 사람’까지 피해를 입었다. 이후 수출 주도 정책이 계속 전개되면서 내수시장의 성장률은 크게 둔화됐다.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인 데다 조기 퇴직자도 넘쳐나 자영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의 두 배를 웃돌지만 그들은 점차 붕괴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노후가 불안한 40, 50대 투자자로 하여금 임대수익이야말로 재테크의 ‘마지막 엘도라도’라는 충고에 쉽게 빠져들게 만든다. 모처럼 주가가 2000대 이상 오른 주식시장은 지금 치고 들어가기에는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금리가 낮아 은행 이자로 재테크를 할 수도 없다. 그러니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 있을지라도 입지 좋은 도시형 주택이나 작은 상가에 관심을 기울여보라는 속삭임에 쉽게 현혹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새마을’이 영어 ‘뉴타운’으로 이름만 바뀌었다. 그간 이 땅의 아파트는 삶을 영위하는 소유공간이라기보다 부(副)의 축적에 대한 욕망을 분출하는 거대한 용광로나 다름없었다. 경매, 재개발, 청약통장 등을 이용한 내 집 마련은 모든 직장인의 유일한 꿈이었다. 하지만 올해 재테크 서적은 이런 꿈마저 조롱한다. 이런 책에서 우리는 정부가 내놓는 어떠한 부동산 대책도 전혀 먹혀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