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년 전만 해도 제주도에서 며칠간 머물려면 50만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했다. 가장 저렴한 민박집에 머물며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어도 그 정도의 비용은 기본적으로 필요했다. 그래서 가난한 대학생이 제주도에 가서 며칠간 놀고 오려면 몇 개월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제주도 여행에 그만한 돈이 들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김포~제주 간 국적기 왕복 항공료가 30만 원이 훌쩍 넘었던 까닭이다. 비행시간이 짧은 탓에 풍족한 서비스를 받지 못한 승객들은 항상 뭔가 밑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2011년 1월 김포~제주 간 왕복 항공료는 20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물가는 치솟았는데도 항공료는 10만 원 이상 저렴해진 것. 모든 물건의 가격이나 요금이 위로만 향하는데 항공료만은 아래로 떨어졌다. 이처럼 ‘항공 요금의 역주행’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저가항공(LCC·Low Cost Carrier)의 등장 덕분이다.
4개국 7개 도시에 취항
1996년 이후 국내선 항공료는 매년 8.5% 인상률을 기록했다. ‘제주지역항공사 설립을 위한 경영컨설팅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1996년 김포~제주 간 국적기의 편도 요금이 평균 4만4000원이었지만 1999년에는 6만9000원, 2001년에는 7만5000원 등으로 크게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때로는 외국 국적의 항공기를 이용해 일본, 중국 등에 가는 항공료보다 국적기를 이용하는 국내선 항공료가 비싼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2004년경 LCC 설립 논의가 본격화되고 2006년 이후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등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국내선 항공료 성장이 둔화됐다. 결국 2004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선 항공료는 실질적으로 동결 상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저렴해진 꼴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국내 LCC 4개 업체는 20여 년간 철옹성 같았던 항공 시장의 큰 변화를 이끌었다. 국내 LCC는 공급자 중심의 항공 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꿨다”고 평가했다.
국내 LCC 등장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제주특별자치도다. 1990년대 신혼여행지로 이름을 날렸던 제주도는 2000년대 내국인의 해외여행 확대로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03년 제주도 관광객은 491만 명, 2004년에는 493만 명, 2005년에는 500만 명으로 만 2년간 제주 관광객 증가율은 1%대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 하지만 제주항공이 취항한 2006년 이후부터 2010년까지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은 매년 9%씩 가파르게 증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고유가와 고환율, 2009년 신종플루 등 악재가 겹쳤지만 국내 LCC 시장의 꿋꿋한 성장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마침내 2010년에는 최초로 제주도 관광객이 750만 명을 돌파했다. 또한 2007년부터 제주 올레길이 유행하면서 국내 LCC 시장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 LCC 1호 제주항공은 2010년 하반기 처음으로 31억 원의 반기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2006년 취항 첫해 118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10년 1575억 원으로, 매년 평균 91.5% 성장률을 보인 것. 이와 같은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국제선 취항 덕분이다. 2009년 3월 제주항공은 인천~오사카, 인천~기타큐슈 2개 정기노선을 개설하면서 국제선 시대를 열었다. 제주항공은 현재 홍콩, 마닐라, 방콕, 나고야 등 4개국 7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국제선 매출액은 2009년 204억 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23%에 그쳤지만 2010년은 734억 원, 즉 전체 매출액의 46%가 국제선에서 발생했다.
국내 유일 IOSA는 3rd Edition 획득
국제선의 확대는 국내 항공 시장에도 호재다. 제주항공은 2009년 3월 이후 일본 오사카, 나고야, 기타큐슈 등 국제선 노선에 취항했는데 2009년 3월부터 1년간 한일 양국 관광객은 모두 474만 명으로, 취항 전 같은 시기와 비교했을 때 10% 이상 많아졌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한국 LCC 왕복 요금은 일본 국적기의 70% 수준이다. 많은 일본인이 쇼핑, 공연 관람 등을 위해 한국 LCC로 단기 여행을 즐긴다. 이 같은 여가문화가 확대되면 국내 LCC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LCC가 가장 아파하는 부분은 안전에 대해 잘못 알려진 국민 의식이다. LCC라고 하면 외국의 프로펠러 비행기나 경비행기를 떠올리거나, 국적기보다 덜 안전할 것이란 편견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LCC가 가장 주력해 투자하는 곳도 바로 안전과 관련한 부분이다. 제주항공은 2009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항공운송 표준평가제도인 IOSA(IATA Operation Safety Audit)의 인증을 받았다. IOSA는 항공사의 안전운항 및 품질관리 체계에 대한 평가 시스템으로 안전관리, 운항, 정비, 객실, 운송, 운항관리, 항공보안 등 8개 부문에서 모두 900여 개 항목을 평가한다. 이 중 한 가지라도 지적사항이 발견되면 이를 보완하기 전에는 인증이 유보될 만큼 평가과정이 엄격하다.
제주항공은 2010년 기존 ‘IOSA 2nd Edition’보다 ‘안전’에 대한 평가 비중이 강화된 ‘IOSA 3rd Edition’ 평가를 무결점으로 통과했다. 국내 항공사 중 제주항공,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등이 ‘IOSA 2nd Edition’ 인증을 받았지만 ‘IOSA 3rd Edition’을 받은 항공사는 제주항공이 유일하다.
제주항공의 2011년 목표는 도쿄 노선을 신설하는 것이다. 일본의 수도인 도쿄는 조만간 항공자유화(오픈스카이) 지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동북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핵심 경쟁지역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도쿄 시장 확대를 대비해 일본항공(JAL) 출신 베테랑 조종사를 채용할 계획이다. 이 밖에 제주항공은 2013년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에 나서는 한편,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B737-800 비행기 2대를 동시에 계류할 수 있는 격납고를 신설해 정비 효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항공기 구입에도 열심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안에 2대의 항공기를 추가하고, 2013년까지는 미국 보잉사에서 제작한 신규 항공기 6대를 도입해 동북아 대표 LCC로 발돋움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 김종철 사장은 “창립 10주년을 맞는 2015년에는 매출 5000억 원을 달성해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유럽의 라이언에어처럼 동북아 LCC 대표주자로 우뚝 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2011년 1월 김포~제주 간 왕복 항공료는 20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물가는 치솟았는데도 항공료는 10만 원 이상 저렴해진 것. 모든 물건의 가격이나 요금이 위로만 향하는데 항공료만은 아래로 떨어졌다. 이처럼 ‘항공 요금의 역주행’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저가항공(LCC·Low Cost Carrier)의 등장 덕분이다.
4개국 7개 도시에 취항
1996년 이후 국내선 항공료는 매년 8.5% 인상률을 기록했다. ‘제주지역항공사 설립을 위한 경영컨설팅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1996년 김포~제주 간 국적기의 편도 요금이 평균 4만4000원이었지만 1999년에는 6만9000원, 2001년에는 7만5000원 등으로 크게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때로는 외국 국적의 항공기를 이용해 일본, 중국 등에 가는 항공료보다 국적기를 이용하는 국내선 항공료가 비싼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2004년경 LCC 설립 논의가 본격화되고 2006년 이후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등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국내선 항공료 성장이 둔화됐다. 결국 2004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선 항공료는 실질적으로 동결 상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저렴해진 꼴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국내 LCC 4개 업체는 20여 년간 철옹성 같았던 항공 시장의 큰 변화를 이끌었다. 국내 LCC는 공급자 중심의 항공 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꿨다”고 평가했다.
국내 LCC 등장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제주특별자치도다. 1990년대 신혼여행지로 이름을 날렸던 제주도는 2000년대 내국인의 해외여행 확대로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03년 제주도 관광객은 491만 명, 2004년에는 493만 명, 2005년에는 500만 명으로 만 2년간 제주 관광객 증가율은 1%대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 하지만 제주항공이 취항한 2006년 이후부터 2010년까지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은 매년 9%씩 가파르게 증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고유가와 고환율, 2009년 신종플루 등 악재가 겹쳤지만 국내 LCC 시장의 꿋꿋한 성장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마침내 2010년에는 최초로 제주도 관광객이 750만 명을 돌파했다. 또한 2007년부터 제주 올레길이 유행하면서 국내 LCC 시장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 LCC 1호 제주항공은 2010년 하반기 처음으로 31억 원의 반기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2006년 취항 첫해 118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10년 1575억 원으로, 매년 평균 91.5% 성장률을 보인 것. 이와 같은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국제선 취항 덕분이다. 2009년 3월 제주항공은 인천~오사카, 인천~기타큐슈 2개 정기노선을 개설하면서 국제선 시대를 열었다. 제주항공은 현재 홍콩, 마닐라, 방콕, 나고야 등 4개국 7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국제선 매출액은 2009년 204억 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23%에 그쳤지만 2010년은 734억 원, 즉 전체 매출액의 46%가 국제선에서 발생했다.
국내 유일 IOSA는 3rd Edition 획득
취항 5주년을 맞는 제주항공은 국내 항공 시장을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는 구실을 했다.
LCC가 가장 아파하는 부분은 안전에 대해 잘못 알려진 국민 의식이다. LCC라고 하면 외국의 프로펠러 비행기나 경비행기를 떠올리거나, 국적기보다 덜 안전할 것이란 편견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LCC가 가장 주력해 투자하는 곳도 바로 안전과 관련한 부분이다. 제주항공은 2009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항공운송 표준평가제도인 IOSA(IATA Operation Safety Audit)의 인증을 받았다. IOSA는 항공사의 안전운항 및 품질관리 체계에 대한 평가 시스템으로 안전관리, 운항, 정비, 객실, 운송, 운항관리, 항공보안 등 8개 부문에서 모두 900여 개 항목을 평가한다. 이 중 한 가지라도 지적사항이 발견되면 이를 보완하기 전에는 인증이 유보될 만큼 평가과정이 엄격하다.
제주항공은 2010년 기존 ‘IOSA 2nd Edition’보다 ‘안전’에 대한 평가 비중이 강화된 ‘IOSA 3rd Edition’ 평가를 무결점으로 통과했다. 국내 항공사 중 제주항공,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등이 ‘IOSA 2nd Edition’ 인증을 받았지만 ‘IOSA 3rd Edition’을 받은 항공사는 제주항공이 유일하다.
제주항공의 2011년 목표는 도쿄 노선을 신설하는 것이다. 일본의 수도인 도쿄는 조만간 항공자유화(오픈스카이) 지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동북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핵심 경쟁지역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도쿄 시장 확대를 대비해 일본항공(JAL) 출신 베테랑 조종사를 채용할 계획이다. 이 밖에 제주항공은 2013년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에 나서는 한편,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B737-800 비행기 2대를 동시에 계류할 수 있는 격납고를 신설해 정비 효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항공기 구입에도 열심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안에 2대의 항공기를 추가하고, 2013년까지는 미국 보잉사에서 제작한 신규 항공기 6대를 도입해 동북아 대표 LCC로 발돋움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 김종철 사장은 “창립 10주년을 맞는 2015년에는 매출 5000억 원을 달성해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유럽의 라이언에어처럼 동북아 LCC 대표주자로 우뚝 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