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서강대 이공계에 붙여주기엔 너무 진부한 별명일까? 사실 서강대 이공계의 교수진은 전체 교원의 3분의 1 수준인 130여 명으로, 그동안 문과대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아왔다. 하지만 2010년 중앙일보 대학평가 교수연구 부문에서 카이스트, 포스텍에 이어 3위에 올랐고 2010년 이공계 연구비 수주 총액이 730억 원으로 2007년보다 2배 이상 느는 등 큰 성장을 보였다. 2011년 개교 51주년을 맞은 서강대 이공계는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과 지역 연계 기업가적 대학으로
서강대는 2008년 3월 국내 대학 최초로 대학원과 기술지주회사, 벤처금융회사가 결합된 산학클러스터 서강미래기술원(Sogang Institute of Advanced Technology)을 설립했다. 머리글자를 따 ‘씨앗(SIAT)’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서강미래기술원은 의료기술연구소(MSI), 환경·에너지연구소(SE²I), 아트앤테크놀로지연구소(ATI), 융합소프트웨어연구소(SCI), 반도체테크놀로지연구소(STI), 기술경영연구소(MOT) 등 6개 분야 연구소 중심 융합대학원이다. 서강대 연구처장 및 대외협력처장인 송태경 전자공학과 교수는 “OECD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과학비 투자가 적지 않은데 사회 기여도는 낮다. 이제 대학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벗어나 이슈를 선도하고 산업, 지역과 연계하는 ‘기업가적 대학’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 환경 등 분야에 아무리 좋은 기술이 나왔더라도 사람들의 생활패턴이나 정책이 그와 엇갈린다면 효과를 낼 수 없죠. 사회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야지 단순히 논문 중심 연구만 한다면 사회적, 국가적 손실입니다.”
서강대 이공계의 성공 키워드는 ‘융합’이다. 송 교수는 “한 대학 안에서도 전공·단과대가 각자 담을 쌓고 있어 새로운 산업을 육성할 신기술을 개발하고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안타깝다”며 2000년대 초반 부풀었다 한순간에 사그라진 ‘벤처 열풍’을 그 예로 들었다.
“벤처 1세대가 대부분 이공계 출신으로 기술은 있지만 경영학, 인문학 소양이 부족해 벤처를 중견기업으로 키우지 못했고 결국 일자리도 창출하지 못했죠. 이는 막대한 국가적 낭비예요. 기술 있는 젊은이들이 창의적으로 각 분야를 융합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6개 분야에서 특화된 연구소에서는 서강의 미래를 책임질 기술력인 ‘씨앗’을 심어 열심히 키우고 있다. ‘씨앗’은 해외 대학, 국내외 기업, 국내 4대 경제단체 등과도 협력하고 있으며 2015년 이후 남양주 캠퍼스가 완성되면 국제 공동학위제 및 세계 수준의 융합대학원을 설립해 전학생 등록금·기숙사비 면제 등의 혜택까지 제공할 계획. 이 밖에도 대학 연구소를 기업형 수익회사로 만들기 위한 기술지주회사인 ‘서강 테크노 홀딩스’와 대학 및 연구기관의 기술사업화 전문투자를 위한 투자회사 ‘알바트로스 인베스트먼트’ ‘서강 비즈니스 인큐베이션 센터’ 등이 ‘씨앗’을 뒷받침한다. 인큐베이션 센터는 국내 대표적 벤처기업인 엠텍비젼을 설립한 노하우가 있다.
PET 방사성 의약품 개발로 1조 원 매출 예상
‘씨앗’은 실제 서강대 이공계 발전에 시발점이 됐다. ‘씨앗’ 설립 이후 서강대 이공계가 각종 국가사업에 선정되는 등 큰 성과를 보였기 때문.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첨단의료기기 사업본부’다. 서강대 ‘PET 방사성 의약품 융합연구단’(이하 PET 융합단)과 카이스트 ‘고성능 의료영상 융합연구단’,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질량분석 의료기술 융합연구단’이 모여 만든 ‘첨단의료기기 사업본부’는 2008년 11월 교육과학기술부에 ‘국가융합기술’로 선정돼 5년간 총 650억 원을 지원받는다. PET 융합단 및 첨단의료기기 사업본부 전체 단장을 맡은 서강대 화학과 지대윤 교수는 PET 방사성의약품 융합연구의 권위자다.
PET란 ‘양전자방출 단층촬영술(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의 약자로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컴퓨터단층촬영(CT)처럼 종합병원에서 암, 파킨슨병, 치매 등 각종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효과를 관찰할 때 활용하는 의료기구. PET 영상을 찍으려면 특수 방사성의약품이 필요한데 서강대 PET 융합단은 획기적인 PET 방사성의약품인 ‘치매 진단 시약’을 개발했다. 시약은 이미 전임상을 마쳤으며 2009년 국내 특허도 출원했다. 지 교수는 “2009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시행된 PET는 31만 건이다. 우리가 개발한 약품의 임상을 마치고 자동 합성장치를 개발하면 PET 대중화 및 의료관광 시장 확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시장에 출시되면 국내 1000억 원 이상, 전 세계에는 1조 원 이상 수익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 교수는 “이처럼 직접적인 성과를 단기간에 낼 수 있었던 것은 서강대 이공계가 지닌 ‘융합의 힘’ 덕분”이라고 말했다. PET 융합단은 화학과 출신의 지 교수뿐 아니라 기계학, 전자공학, 생화학, 의학 등 각 전공의 전문가가 모인 곳이다. 그는 “금을 찾는 사람과 캐는 사람, 파는 사람이 다르다”며 “진단시약 개발은 방사능을 다루는 만큼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한 자동합성장치가 있어야 하고, 따라서 기계과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렇게 필요할 때마다 각 학과의 도움을 받고 협력할 수 있어서 빠르게, 질 좋은 진단시약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진단시약의 개발이 완료되고 출시되면, 2009년 서강대가 최대주주로 세운 기술지주회사 1호인 에스메디(S-medi)에서 자동합성장치 판매를 맡게 된다.
이 밖에도 서강대 이공계는 다방면에서 탁월한 실적을 내고 있다. 특히 컴퓨터공학과는 2009년 지식경제부에서 주관하는 대학 IT연구센터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돼 4년간 13억 원을 지원받아 융합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초임계유체기술 사업단은 2004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산하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에너지·자원기술개발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돼 2011년까지 320억 원의 기술개발 사업비를 지원받아 차세대 녹색화학기술인 초임계유체기술을 적용, 에너지 과소비 사업 분야에 에너지를 원천적으로 절약하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서강대 이공계는 뛰어난 연구 성과만큼 ‘잘 가르치는 대학’이다. 최근 대학들이 교수의 연구 실적, 대학평가 성적 등을 강조하다 보니 학생 교육에 대한 관심을 제고할 필요가 있었다. 서강대 이종욱 총장은 이를 위해 2010년 2월 교수 인사규정을 바꾸면서 교수의 연구를 강조하는 동시에 교육에 소홀할 것을 방지하는 대책을 만들었다. 즉 교수가 ‘연구 중심 트랙’ ‘교육 중심 트랙’ 중 하나를 선택해 교육 중심인 경우 더 많은 수업을 맡고, 연구 중심인 경우 수업을 덜 맡는 대신 연구에 더욱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해준 것이다. 한편 각 트랙은 2년에 한 번씩 바꿀 수 있어 부담이 없다. 송태경 처장은 “바로 여기에 대학의 본분은 교육이란 사실을 잊지 않으면서 사회에 도움을 주는 ‘큰 연구’를 하기 위한 서강대의 고민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산업과 지역 연계 기업가적 대학으로
서강대는 2008년 3월 국내 대학 최초로 대학원과 기술지주회사, 벤처금융회사가 결합된 산학클러스터 서강미래기술원(Sogang Institute of Advanced Technology)을 설립했다. 머리글자를 따 ‘씨앗(SIAT)’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서강미래기술원은 의료기술연구소(MSI), 환경·에너지연구소(SE²I), 아트앤테크놀로지연구소(ATI), 융합소프트웨어연구소(SCI), 반도체테크놀로지연구소(STI), 기술경영연구소(MOT) 등 6개 분야 연구소 중심 융합대학원이다. 서강대 연구처장 및 대외협력처장인 송태경 전자공학과 교수는 “OECD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과학비 투자가 적지 않은데 사회 기여도는 낮다. 이제 대학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벗어나 이슈를 선도하고 산업, 지역과 연계하는 ‘기업가적 대학’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 환경 등 분야에 아무리 좋은 기술이 나왔더라도 사람들의 생활패턴이나 정책이 그와 엇갈린다면 효과를 낼 수 없죠. 사회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야지 단순히 논문 중심 연구만 한다면 사회적, 국가적 손실입니다.”
서강대 이공계의 성공 키워드는 ‘융합’이다. 송 교수는 “한 대학 안에서도 전공·단과대가 각자 담을 쌓고 있어 새로운 산업을 육성할 신기술을 개발하고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안타깝다”며 2000년대 초반 부풀었다 한순간에 사그라진 ‘벤처 열풍’을 그 예로 들었다.
“벤처 1세대가 대부분 이공계 출신으로 기술은 있지만 경영학, 인문학 소양이 부족해 벤처를 중견기업으로 키우지 못했고 결국 일자리도 창출하지 못했죠. 이는 막대한 국가적 낭비예요. 기술 있는 젊은이들이 창의적으로 각 분야를 융합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6개 분야에서 특화된 연구소에서는 서강의 미래를 책임질 기술력인 ‘씨앗’을 심어 열심히 키우고 있다. ‘씨앗’은 해외 대학, 국내외 기업, 국내 4대 경제단체 등과도 협력하고 있으며 2015년 이후 남양주 캠퍼스가 완성되면 국제 공동학위제 및 세계 수준의 융합대학원을 설립해 전학생 등록금·기숙사비 면제 등의 혜택까지 제공할 계획. 이 밖에도 대학 연구소를 기업형 수익회사로 만들기 위한 기술지주회사인 ‘서강 테크노 홀딩스’와 대학 및 연구기관의 기술사업화 전문투자를 위한 투자회사 ‘알바트로스 인베스트먼트’ ‘서강 비즈니스 인큐베이션 센터’ 등이 ‘씨앗’을 뒷받침한다. 인큐베이션 센터는 국내 대표적 벤처기업인 엠텍비젼을 설립한 노하우가 있다.
PET 방사성 의약품 개발로 1조 원 매출 예상
지대윤 교수가 서강대 첨단의료기기 사업본부에서 개발한 진단 시약으로 임상실험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PET란 ‘양전자방출 단층촬영술(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의 약자로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컴퓨터단층촬영(CT)처럼 종합병원에서 암, 파킨슨병, 치매 등 각종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효과를 관찰할 때 활용하는 의료기구. PET 영상을 찍으려면 특수 방사성의약품이 필요한데 서강대 PET 융합단은 획기적인 PET 방사성의약품인 ‘치매 진단 시약’을 개발했다. 시약은 이미 전임상을 마쳤으며 2009년 국내 특허도 출원했다. 지 교수는 “2009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시행된 PET는 31만 건이다. 우리가 개발한 약품의 임상을 마치고 자동 합성장치를 개발하면 PET 대중화 및 의료관광 시장 확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시장에 출시되면 국내 1000억 원 이상, 전 세계에는 1조 원 이상 수익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 교수는 “이처럼 직접적인 성과를 단기간에 낼 수 있었던 것은 서강대 이공계가 지닌 ‘융합의 힘’ 덕분”이라고 말했다. PET 융합단은 화학과 출신의 지 교수뿐 아니라 기계학, 전자공학, 생화학, 의학 등 각 전공의 전문가가 모인 곳이다. 그는 “금을 찾는 사람과 캐는 사람, 파는 사람이 다르다”며 “진단시약 개발은 방사능을 다루는 만큼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한 자동합성장치가 있어야 하고, 따라서 기계과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렇게 필요할 때마다 각 학과의 도움을 받고 협력할 수 있어서 빠르게, 질 좋은 진단시약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진단시약의 개발이 완료되고 출시되면, 2009년 서강대가 최대주주로 세운 기술지주회사 1호인 에스메디(S-medi)에서 자동합성장치 판매를 맡게 된다.
이 밖에도 서강대 이공계는 다방면에서 탁월한 실적을 내고 있다. 특히 컴퓨터공학과는 2009년 지식경제부에서 주관하는 대학 IT연구센터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돼 4년간 13억 원을 지원받아 융합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초임계유체기술 사업단은 2004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산하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에너지·자원기술개발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돼 2011년까지 320억 원의 기술개발 사업비를 지원받아 차세대 녹색화학기술인 초임계유체기술을 적용, 에너지 과소비 사업 분야에 에너지를 원천적으로 절약하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서강대 이공계는 뛰어난 연구 성과만큼 ‘잘 가르치는 대학’이다. 최근 대학들이 교수의 연구 실적, 대학평가 성적 등을 강조하다 보니 학생 교육에 대한 관심을 제고할 필요가 있었다. 서강대 이종욱 총장은 이를 위해 2010년 2월 교수 인사규정을 바꾸면서 교수의 연구를 강조하는 동시에 교육에 소홀할 것을 방지하는 대책을 만들었다. 즉 교수가 ‘연구 중심 트랙’ ‘교육 중심 트랙’ 중 하나를 선택해 교육 중심인 경우 더 많은 수업을 맡고, 연구 중심인 경우 수업을 덜 맡는 대신 연구에 더욱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해준 것이다. 한편 각 트랙은 2년에 한 번씩 바꿀 수 있어 부담이 없다. 송태경 처장은 “바로 여기에 대학의 본분은 교육이란 사실을 잊지 않으면서 사회에 도움을 주는 ‘큰 연구’를 하기 위한 서강대의 고민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