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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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2000 투자의 정석

국내 증시·원자재시장 올 최고의 투자처로 각광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01-14 17: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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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gain 2000 투자의 정석
    IT 회사에 다니는 박희윤(32) 씨는 코스피 지수 2000시대가 다시 열렸지만 주식 투자가 선뜻 내키지 않는다. 2007년 생긴 ‘펀드 트라우마’ 때문이다. 그는 2007년 3월 적립식펀드에 매달 30만 원씩 납입하며 펀드 열풍에 동참했다. 그해 말 코스피 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한때 수익률이 20%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면서 펀드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수익률이 한때 -30%대까지 떨어졌기 때문. 그럼에도 매달 꼬박꼬박 펀드에 돈을 불입해야 하니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원금만 회복하면 팔겠다’고 결심한 박씨는 2010년 10월 증시가 1900선을 회복해 펀드 수익률이 1.02%가 됐을 때 바로 환매했다. 지난 3년간 돈을 벌기는커녕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이 됐다.

    같은 시기 적립식펀드에 들었던 김희철(34) 씨는 박씨와는 다른 선택을 했다. 주가의 등락에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돈을 불입한 것. 최근 펀드 수익률을 확인한 김씨는 수익률이 어느덧 8%대로 회복된 것에 놀랐다.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 더 많은 투자를 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적립식 투자의 효과가 빛을 발했던 것이다. 증시 호황이 계속되면서 박씨는 두 자릿수 수익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마음 급해진 개미들 질러? 말아?

    2010년 12월 14일 2000선을 재탈환한 코스피 지수는 새해에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어느덧 2100선까지 바라보고 있다. 그러자 개미 투자자들의 마음이 급해졌다. 작년 한 해 코스피 지수가 1700에서 2000선까지 수직상승했지만 그만큼 재미를 보지 못한 탓이다(32쪽 참조). 지금도 개미들은 ‘투자해도 괜찮을까’ 고민에 빠져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위 사례에서 보듯 2007년 코스피 지수 2000시대가 처음 열렸을 때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대규모 손해를 봤던 기억이 생생한 탓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은 2007년과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우선 증시를 받치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몰라보게 튼튼해졌다. 2010년 국내 경제는 빠른 속도로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6.1%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7년 당시 57조 원이었던 국내 상장 기업들의 영업이익(삼성유니버스 149개 기업 대상 조사 결과)은 2010년 87조 원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10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이규선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데다 시장 지배력이 커져 쉽게 성장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에 들어오는 자금의 수급 여건도 나쁘지 않다. 2006~2007년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을 이끌자 이를 차익 실현 기회로 삼으며 39조 원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2009~2010년 외국인들은 무려 59조 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 상승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 삼성증권 김진영 연구원은 “아시아 통화의 동반 강세 전망을 감안하면 1100원을 상회하는 현재의 원-달러 환율 수준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더구나 2~3%대의 저금리 기조에서 부동산시장마저 침체해 600조 원대의 부동자금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증시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남유럽 재정위기, 중국의 추가 긴축 우려 등 대외변수도 국내 증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진영 연구원은 “남유럽 재정위기는 1년 이상 소강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과잉 유동성 통제를 위한 긴축 기조를 강화하는 것과는 별개로, 성장 유지를 위한 인프라 건설을 확대하는 등 올해도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다 보니 올 최고의 투자처로 국내 증시를 꼽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해외펀드 운용수익에 대한 비과세 제도가 사라지면서 해외 투자의 매력이 많이 줄어들었고, 높은 환율 변동성 등을 감안할 때 즉시 대응이 가능한 국내 증시가 유력하다는 얘기다.

    대내외 여건 양호 추가상승 여력 충분

    Again 2000 투자의 정석
    물론 이미 코스피 지수가 2000을 훌쩍 넘은 만큼 ‘오를 만큼 올랐다’고 생각하는 개미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재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3배 수준으로 2007년 13배보다 21% 정도 하락했다. 한국 증시 최고점을 2700으로 보는 골드만삭스의 낙관론을 따를 때 지금 투자해도 30%의 수익을 낸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는 선진국도 유망한 투자처로 꼽힌다. 실제 미국 증시는 경기지표 호재로 상승 랠리를 재가동했다. 미국 고용조사업체 ADP가 발표한 2010년 12월 민간고용은 지난달보다 무려 29만7000명이 늘어나 통계조사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한 미국 기업들의 이익규모만 보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현대증권 오상진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과 이머징 마켓의 극단적인 차별화가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자의 여건은 무르익었지만 관건은 투자 방법이다. 주식시장이 지속 상승한다면 직접투자가 유리하겠지만 주가가 오르는 시기를 정확히 맞춰 투자하는 것은 ‘신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만큼 어려운 일이다.

    이럴 때 전문가들은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방식으로 하되, 거치식이 아닌 매달 일정 금액을 넣는 적립식으로 장기투자를 할 것을 권유한다. 주가가 조정이 되더라도 쌀 때 같은 금액으로 주식(펀드좌수)을 많이 살 수 있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설사 직접투자를 하더라도 좋은 주식을 골라 장기투자를 한다면 시장에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설명이다(상자기사 참조).

    하지만 눈앞의 손실을 견뎌가며 매달 돈을 적립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손실 혐오, 도박사의 오류, 갖가지 편향에 사로잡힌 개미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는 꼭지일 때 들어가 주가가 하락할 때 파는 엇박자 투자를 유발한다(35쪽 참조). 이런 경우 ‘목돈 분할투자’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일단 목돈을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면서도 안전한 금융상품인 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이나 증권사의 자산관리계좌(CMA)에 넣은 다음, 일정 기간 정기적으로 주식형펀드에 자금을 옮기는 것이다. 예컨대 360만 원의 목돈이 있다면, 이를 CMA에 예치한 뒤 매달 10만 원(360만 원=10만 원×36개월)씩 주식형펀드에 적립한다.

    목돈 분할투자 방법은 주식형펀드 또는 CMA에만 투자했을 때보다 수익과 위험 측면에서 탁월한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가 주식형펀드에만 투자했다면 2008년 금융위기 때 -50% 가까이 손실을 입었을 것이다. 반대로 CMA에만 투자했다면 손실은 나지 않았겠지만 3년간 투자수익률은 9% 정도에 불과하다(그림1 참조). 미래에셋증권 윤치선 은퇴교육센터 연구위원은 “만약 목돈 분할투자를 활용했다면 3년간 수익률은 27%에 달한 반면, 최대 손실은 -7%대에 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Again 2000 투자의 정석

    2010년 12월 14일 2000선을 재탈환한 코스피 지수는 새해에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순항 중이다.

    목돈 있다면 분할로 투자 고려해볼 만

    맞춤형 종합자산관리 상품인 랩어카운트(wrap account)는 주식시장 조정 때 대규모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에도 미리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42쪽 참조). 예금 금리에는 만족을 못하지만 증시에 들어갈 타이밍을 못 잡은 투자자라면 코스피의 추가 상승에 대한 큰 부담 없이 ‘플러스알파’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펀드(ELF)도 고려해볼 만한다. 신한은행 이관석 재테크팀장은 “안전자산과 투자자산을 4대 6으로 가져간다면 투자자산 6 중 절반은 ELS로, 나머지 절반은 분할 매수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외에 시장지수만큼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인덱스펀드에 장기로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40쪽 참조). 코스피 지수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주가가 오르는 기간을 놓쳤을 때 수익률 하락은 엄청났다. 분석 기간 내내 투자를 했다면 306.44%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10년의 기간 중 주가가 많이 오른 단 열흘을 놓쳐도 수익률은 108.65%로 3분의 1 토막이 난다. 50일을 놓친 경우 심지어 -61.25%의 손실이 발생한다(그림2 참조).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면 적어도 이런 손실 하락은 막을 수 있다.

    결국 장기투자가 승리한다

    투자기간 복리로 계산…인내는 쓰지만 결과는 달콤


    Again 2000 투자의 정석
    정유회사에 다니는 신모(31) 대리는 지난해 구입한 기아자동차 K5를 볼 때마다 속이 쓰리다. 대박의 기회를 놓친 아쉬움이 문득문득 떠오르는 탓이다. 2년 전 신 대리는 최저점을 찍고 보합세를 보이던 기아자동차 주식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 기아자동차의 좋은 실적이 2009년 한 해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한 신 대리는 2009년 4월 기아자동차 주가가 1만 원 안팎에 형성됐을 때 1000만 원을 투자했다. 신 대리의 예상대로 기아자동차 주가는 오르기 시작했다. 불과 3개월 만에 1만5000원대까지 올라가자 신대리는 고민에 빠졌다.

    ‘50%나 올랐는데 이제 떨어지지 않을까?’

    며칠간의 고민 끝에 그는 환매를 결정했다. 50%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며 환호한 것도 잠시, 주식 환매 이후 기아자동차 주가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K 시리즈가 대박을 치면서 수출까지 늘자 금세 2만 원대를 넘더니, 2011년 1월 현재 6만 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만약 기아자동차 주식을 팔지 않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그는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4배가 넘는 수익을 거뒀을 것이다.

    신 대리의 사례에서 보듯,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 수익이 발생하는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많은 금융 전문가가 장기투자를 통해 항상 주식시장에 머무는 것이 최선의 투자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산운용사 ‘트위드 브라운’의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정확하게 시장이 오를지 떨어질지 맞히는 방법은 이 세상에 없다”며 “주가의 등락을 맞히는 게임에 골몰하는 것보다 좋은 주식에 투자한 뒤 진득하게 시장에 머물러 있는 것이 훨씬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 말했다.

    흔히 장기투자는 수익과 위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묘책으로 비유한다. ‘주식투자 바이블(Stocks for the Long Run)’의 저자 제러미 시겔은 주식에 대한 장기투자의 우월성을 직접 계산을 통해 증명했다. 그가 200여 년(1800년부터 2005년까지) 다양한 금융자산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계산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식에 대한 장기투자가 채권, 금 등 다른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가져왔다(그래프1 참조).

    이렇듯 장기투자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부자가 되는 방법이다. 마법의 비결은 복리에 있다. 투자 원금뿐 아니라 배당금까지 재투자하기 때문에 복리이자가 불어나는 것처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복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학적 발견”이라 했다. 복리이자는 투자기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민주영 투자지혜연구소장은 “‘원금×(1+수익률)ⁿ’으로 계산되는 투자수익에서 투자기간(n)만 투자자가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금은 자신의 소득을 아껴서 모아야 하는데, 소득이 늘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수익률은 주가가 올라야 하는데,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오직 투자기간만 투자자가 조정할 수 있습니다. 특히 투자기간은 복리로 계산되기 때문에 장기가 될수록 수익률이 높아집니다.”

    또한 투자기간이 늘어나면 변동성이 줄어들어 손실을 볼 확률도 그만큼 줄어든다. 잘 분산된 주식 포트폴리오를 30년간 보유했을 경우의 투자 수익률을 1년 단위로 분석해봤을 때, 237%가 넘는 수익을 기록한 해가 있는가 하면 손실이 -96%에 이르는 해도 있을 만큼 연도별 편차가 컸다. 하지만 10년 단위로 장기투자를 했을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1980년 이후 최악의 10년을 분석해봐도 손실은 -9%에 지나지 않은 반면, 최고 수익률은 63%에 달해 평균 8%대에 이르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다(그래프2 참조).

    장기투자의 장점에도 노후 자금 마련, 내 집 마련, 자녀 교육비 등 목돈이 들어갈 곳이 많은 투자자로선 수십 년씩 주식이나 펀드에 자금을 묻어두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때 금융 전문가들은 최소한 경기순환의 한 사이클이 돌아가는 데 걸리는 4~5년은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설사 고점에서 투자를 했을지라도 경기 사이클이 돌아오는 4~5년을 참으면 손실을 만회하고 적지 않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나쁜 주식이나 펀드를 장기간 보유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이때는 투자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고, 펀드가 해지될 수 있다. 따라서 장기투자에 앞서 좋은 주식과 펀드를 택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다음 주식시장에 오랜 기간 투자하고 있으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를 놓치지 않고 최고의 수익률을 올리는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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