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한드로 융거 지음/ 조진경 옮김/ 쌤앤파커스 펴냄/ 352쪽/ 1만5000원
뉴욕에서 심장 전문의로 일하던 알레한드로 융거 박사도 그랬던 모양이다. 그는 ‘클린’에서 “매일 자동차로 출퇴근하고, 호출기에 답하고, 심장박동기를 시술하고, 링거를 놓는 일이 현실이 되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병동과 집중치료실을 가능한 한 빨리 돌면서 회진해야 했다. (…) 환자의 증상을 귀담아듣기는커녕 그가 기본적으로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볼 시간조차 없었다. 환자 한 명을 진료하는 데 드는 시간은 평균 7분, 환자들을 마치 상품처럼 취급한다고 볼 수 있다. 검사를 더 많이 하고 처방전을 더 많이 써서, 돈을 더 많이 버는 시스템에서 이미 약을 한 주먹씩 먹고 있는 누군가에게 새로운 약을 더 추가하게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고백한다.
환자들보다 건강이 좋은지 나쁜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던 그는 친구의 권유로 디톡스 프로그램을 경험한다. 그 일이 계기가 돼 전도유망한 심장 전문의의 길을 포기하고 병을 고치기 위해 인도로 간다. 그곳에서 인도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와 동양의 한의학 등을 공부한 그는 몸과 마음의 건강까지 되찾은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클린 프로그램을 만든다.
저자가 꿈꾼 것은 ‘열린 의학’이다. 열린 의학이란 ‘모든 환자를 유일무이한 존재로 바라보고, 각 개인에게 알맞은 최선의 치료를 위해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가장 훌륭한 의술을 적용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그러니까 클린은 자신이 경험한 정화와 해독의 효과를 의학적 지식으로 검증한 뒤 대중화한 건강 프로젝트다.
저자는 “인체는 스스로를 방어하고, 고치고, 치료하고, 심지어 원기를 회복시키는 놀라운 자연 능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제는 일상생활 중에도 과도한 독소에 노출돼 있다. 숨 쉬는 공기, 마시고 샤워하는 물, 생활하고 일하는 공간인 건물, 화장품, 음식 등에는 사람은 물론이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손상을 주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독성은 조직을 자극하고 세포를 손상시키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다른 세포들을 죽인다. 우리 몸이 스스로를 방어하거나 치료하려고 할 때 그것을 방해하는 장해물이 되기도 한다. 독소는 몸에 이롭고 꼭 필요한 화학물질과 결합해 그런 물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하는 데다, 계속해서 세포를 자극하며 염증과 알레르기까지 일으킨다.
인류의 이기심과 탐욕은 자연이 설계해놓은 것을 억지로 바꿔 식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사육했다. 척박해진 땅에서 대량으로 생산한 식물은 이미 그 자체로도 영양소가 없다. 대량 사육한 소와 닭, 어류 등의 몸속에도 다량의 독소가 쌓이게 됐다. 그런 동식물을 섭취하는 우리는 몸이 제대로 기능하는 데 꼭 필요한 영양소가 심각하게 고갈됐다.
결국 필수영양소가 형편없이 줄어든 식품이 유독성 화학물질을 내뿜는 최대 원인이 됐다. 눈에 보이지 않는 독소의 영향(생각, 감정, 방사선)에다 현대생활의 수많은 화학물질까지 더해지면서 만성병에 걸릴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레시피가 완성된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결코 피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저자는 이런 현실에서 과학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몸에 쌓인 독소를 배출하는 것이 건강을 회복하는 지름길이라고 보았다. 몸속 노폐물을 피부를 통해(땀으로), 폐를 통해(이산화탄소로), 신장을 통해(담즙과 합쳐져 대장으로 배출), 그리고 직접 대장을 통해(대변으로) 안전하게 몸 밖으로 배출하는 일은 에너지를 생성하는 것만큼 생명에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먹는 것부터 잘 챙겨야 한다. 저자는 하루 세 끼를 깨끗하고 건강한 영양소로 채우는 것이 몸의 해독을 돕는 알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3주 동안만이라도 이것을 실천해보라고 권유한다.
저자는 또 신체의 조화는 마음의 균형에 달려 있기에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도 말한다. 그리고 집중을 통한 마음 해독이 중요하다며 ‘5분 명상’을 권한다. 나는 ‘클린’을 밑줄을 그으면서 조목조목 긍정하며 읽었다. 몸과 마음의 독을 함께 없애야 건강해진다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저자가 제시한 레시피로 식단을 짜지는 못하겠지만, 내 나름의 해독 프로그램을 작동해볼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