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처리장으로 가야 할 오염물질도 종종 배수구로 흘러든다. 수천 개의 공장이 들어찬 이곳에서 어느 공장에서 흘러나왔는지를 확인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수구를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흘러들어오는 하수나 폐수처리장으로 수거된 폐수는 충분히 통제가 가능한 ‘점오염원(點汚染源)’이다. 하지만 배수구를 통해 빗물로 씻겨 내려가는 ‘비(非)점오염원’은 통제하기가 무척 어렵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보(洑)가 설치돼 강의 흐름이 느려진다면 오염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환경론자들의 우려도 이 같은 비점오염원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대부분의 비점오염원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채 강과 하천으로 흘러들어갔고, 지금도 마찬가지인 곳이 적지 않다. 정부가 그 대안으로 마련한 것이 바로 완충저류시설이다.
초기우수 모아 오염물질 걸러내
9월 13일 오후, 경북 구미시 공단동 구미산업단지의 공장과 도로는 말끔했다. 엊그제 내린 비 덕분이다. 도로에 있던 수많은 오염물질도 빗물에 씻겨 어디론가 사라졌다. 오염물질을 가득 담은 빗물, 그것을 ‘초기우수’라고 한다. 예전 같으면 일부는 하수처리장으로, 일부는 낙동강으로 고스란히 흘러들어갔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구미산업단지에는 3개의 완충저류시설이 있다. 정부가 낙동강 수질 관리를 위해 2002년부터 설치를 시작해 완공한 7개의 완충저류시설 중 절반 가까이 이곳에 있는 것. 나머지 4개는 대구에 2개, 진주와 함안에 1개씩 설치했다. 추가로 현재 3개의 완충저류시설이 공사 중이고, 3개는 설계 중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낙동강 수계에 모두 20개의 완충저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완충저류시설은 구미산업단지처럼 공장 밀집지역에서 사고로 유출된 독성물질과 오염도가 높은 초기우수가 낙동강으로 직접 흘러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만들었다. 화재가 났을 때 불을 끄기 위해 뿌린 소화수도 관리대상이다. ‘낙동강수계 물 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 그 근거다.
가장 최근에 완공한 것은 구미산업 1단지 옆에 2009년 12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구미 1산업단지 완충저류시설’이다. 완충저류시설은 대부분 지하에 설치하기 때문에 겉으로 봐서는 어떤 시설인지 알기 어렵다. 각종 배전반으로 가득한 건물 한 동과 주변 잔디밭이 전부다.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야 비로소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지하 1층에는 거대한 배관들이 있고 그 아래 거대한 수조가 있다.
엊그제 내린 초기우수가 모아진 곳이 바로 이곳이다. 평상시 1m 정도를 유지하던 수위가 3m까지 높아졌다. 최대 수위 6m의 절반 정도가 채워져 있는 것. 건기 때는 인근 광평천으로 흐르는 물의 수질을 지속적으로 계측해 pH(산성도)가 기준치(pH 5~8)를 넘어서면 이곳으로 물길을 돌린다고 한다. 잠시 후 펌프가 가동됐다.
전국 182개 하수처리장에 단계적 설치
1. 구미 1산업단지 완충저류시설 지하 1층에는 취수부와 하수처리장으로 연결된 배관들이 있다. 2. 건기 때 인접한 광평천에 흐르는 물도 pH오염도가 높아지면 저류시설로 유입된다. 3. 지하 수조의 물이 지상에 설치된 물통에 채워지고 있다. 이 물은 물통이 뒤집어지면서 수조로 다시 떨어져 반대쪽으로 거대한 물살을 일으킨다.
펌프로 끌어올린 물이 수조 한쪽 지상에 설치된 물통에 가득 차자 물통이 뒤집어지면서 굉음을 냈다. 물통의 물은 일시에 수조 한쪽으로 떨어지면서 반대쪽으로 거대한 물살을 일으켰다. 수조 아래에 침전한 오염물질을 한쪽으로 모으기 위한 장치라는 게 하류저류시설을 관리하는 구미시설관리공단 마을하수처리팀 최영근 팀장의 설명이다.
초기우수는 이 수조에서 일주일 정도 침전작업을 거쳐 다시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진다. 낙동강에 방류하기 전 법정방류수준 이하의 수질로 개선하기 위한 절차다. 법정방류수준은 1일 하수처리용량 50㎥ 이상을 기준으로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10ppm(mg/ℓ) 이하,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40ppm 이하, 부유물질 10ppm 이하, 총 질소 20ppm 이하, 총인 2ppm 이하 등이다.
그렇다면 이 정도로 4대강의 수질을 개선할 수 있을까. 강을 오염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부영양화(富營養化·조류)다. 오염물질 가운데 ‘총인’이 일정한 온도와 햇빛에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것. 전문가들은 현재의 총인 기준으로는 4대강의 부영양화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경기대 공동수 교수의 설명이다.
“봄, 가을 건기 때 건천과 호수의 부영양화가 심각하다. 건기 때 하천을 흐르는 물은 대부분 하수처리장에서 방류된 것이다. 그런데도 부영양화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은 총인이 충분히 처리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의 생물학적 하수처리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4대강 사업 이후인 2012년 1월 1일부터 총인처리 기준을 강화해 하수처리장 하수 방류수질을 현재의 2ppm 이하에서 0.3ppm 이하로 낮추도록 했다. 총 5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2011년 말까지 전국 182개 하수처리장에 화학적 처리시설을 설치키로 한 것도 이를 위해서다. 정부는 전국 55개 폐수처리장에도 단계적으로 화학적 처리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화학적 처리시설에 대한 효과는 이미 검증됐다. 지난해 경기도 양평하수처리장과 남양주시 제2화도하수처리장, 충북 영동하수처리장, 보은하수처리장 등 4개 하수처리장에서 화학적 처리시설을 시범운영한 결과 4개 하수처리장 모두 총인 농도를 0.3ppm 이하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화학적 처리에 드는 비용은 현재 하수처리장 운영비의 10%가 추가되는 정도다.
공 교수는 “외국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화학적 처리를 통해 총인이 거의 없다시피 걸러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총인 기준을 더 강화해 가능하다면 0.02ppm 이하로까지 허용기준치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 교수는 이어 “4대강에 보가 설치되는 것만으로도 강의 수심이 깊어져 조류의 양이 줄어들 것이지만, 총인 처리를 더 강화해 총인 자체를 줄이면 부영양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