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vs 뚜레쥬르 냉동반죽 싸움
드라마와 실제는 다르다고 하지만, 국내 제빵업계 1위 기업인 SPC가 최근 주목받는 건 사실이다. SPC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인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주)파리크라상과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로 이뤄진 (주)비알코리아, 그리고 그룹 모체이자 양산빵을 생산하는 (주)샤니와 (주)삼립식품(이하 삼립) 등의 계열사로 구성된 식품전문기업. 회사명의 S는 삼립과 샤니를, P는 파리크라상을, C는 비알코리아를 비롯해 향후 생겨날 새로운 계열사들(Companies)을 의미한다. 현재 SPC는 매년 20% 이상 급성장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 중심엔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파리크라상이 있다(그래프 참조).
현재 제빵업계의 라이벌 구도는 SPC의 1위 브랜드에 CJ푸드빌, GS리테일, ㈜롯데리아 등 후발업체 브랜드가 도전하는 형태다. 먼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시장을 살펴보면 파리크라상의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 양자 대결로 좁힐 수 있다. 1986년 설립된 파리크라상은 1988년 서울 광화문에 파리바게뜨 1호점을 오픈하면서 국내 베이커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빵공장에서 배송돼온 완제품과 공장에서 냉동반죽을 가져와 빵집에서 직접 구운 빵을 함께 판 게 경쟁력이 됐다. SPC 홍보실 홍보팀 현주엽 차장은 “냉동반죽을 활용함으로써 반죽부터 직접 했던 윈도 베이커리보다 인건비를 줄이고, 완제품만 팔던 빵집보다 마진율과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기존 버터케이크가 아닌 생크림케이크를 출시하면서 TV 광고 등 마케팅도 많이 한 결과, 파리바게뜨 매장을 차리려는 사람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진출 10년 만인 1997년 파리바게뜨는 점포 수, 인지도, 매출 등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지금까지 모든 수치 면에선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우선 점포 수가 2006년 1500개에서 2010년 2400개로 늘어났고, 매출액은 2009년 1조 원을 돌파했다. 이 중 82m2(25평) 이상 규모의 매장에서 기존 빵 외에 커피, 스무디 등 음료를 함께 파는 ‘카페형 베이커리’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면서(2010년 현재 30% 정도), 파리바게뜨는 빵집의 대형화, 카페화 추세를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카페형 베이커리의 경우 기존 매장보다 매출이 20% 정도 올라가는 편.
또 2009년 푸른색을 배경으로 투명한 화이트와 에펠탑을 강조한 신규 BI를 론칭, 서울 강남이나 명동 등 주요 지역 위주로 확대하면서 세련되고 신선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 밖에 파리크라상이 운영하는 ‘패션5’와 ‘파리크라상’(23개 점포)은 파리바게뜨보다 상위 레벨로, 냉동반죽을 사용하지 않고 매장에서 직접 반죽해서 구워 파는 정통 베이커리 개념이다.
경쟁업체 옆에 매장 내는 건 비일비재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매장 수나 매출 면에선 파리바게뜨보다 한참 뒤처진다. 매장 수는 2010년 7월 말 현재 1360여 개점이고, 매출액은 2009년 기준 3000억 원으로 파리바게뜨의 3분의 1 수준. 하지만 프랑스어로 ‘매일매일’이라는 뜻의 뚜레쥬르는 파리바게뜨와 달리, 모든 빵을 매일매일 매장에서 직접 굽는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실제로 파리바게뜨는 점주가 빵의 구성을 결정할 수 있어, 매장마다 완제품 빵과 직접 구운 빵의 비중이 다르다. SPC 측은 “직접 구운 빵의 비중이 10%에서 90%까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평균을 내기 힘들다”고 했다). CJ푸드빌 홍보팀 김무종 부장은 “뚜레쥬르는 매장 수를 늘리거나 규모를 대형화하는 것보다, 빵의 본질을 앞세운 프리미엄 홈메이드 베이커리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시장 점유율은 작아도 빵맛은 최고라는 소리를 듣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뚜레쥬르는 1997년 9월 1호점인 구리교문점을 오픈하면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시장에 진출했다. 뚜레쥬르의 론칭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그중 핵심은 대기업(당시 제일제당)이 제빵 시장에 본격 진출한 첫 사례라는 점과, IMF 이후 퇴직한 삼성 계열사 직원들이 제2의 인생을 위한 생계수단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1호점부터 29호점까지는 삼성 퇴직자가 운영했고, 1998년 9월부터 일반인 대상 가맹사업을 벌였다. 뚜레쥬르 역시 밀가루, 설탕 등을 보유한 제일제당과의 시너지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섰다. 반면 업계 2위였던 크라운베이커리는 2000년대 중반 이래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했고, 2009년에는 2008년보다 매출이 16.54%나 감소했다.
한편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1~2위 업체의 공격적인 확장은 개인이 운영하는 윈도 베이커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통신사와 함께 한 할인 정책이 직격탄이었다. (사)대한제과협회 서정웅 회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개인 점포를 포기하고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로 흡수되는 자영업자들이 부쩍 늘었다”며 아쉬워했다. 윈도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A씨도 “단골 위주로 장사를 잘하고 있는데,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점포의 입지가 좋다’며 자기네 브랜드로 간판을 바꾸라고 강요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바로 옆에 규모가 큰 매장을 내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상자기사 참조).
이런 상황에 대해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측 모두 “경쟁사 간 또는 프랜차이즈와 개인 점포 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고 인정했다. SPC 현주엽 차장은 “매장 점주가 모두 개인사업자인 데다, 프랜차이즈 업체 입장에서는 점주에게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줘야 ‘선택’될 수 있는 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경쟁업체 바로 옆에 매장을 내는 건 영업 현장에선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던킨 아성을 무너뜨려라!
도넛업계도 SPC 계열사인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던킨도너츠’ 아성에 (주)롯데리아의 ‘크리스피크림도넛’과 GS리테일의 ‘미스터도넛’이 도전장을 낸 형태다. 2009년 말 기준 시장점유율이 던킨도너츠 79%, 크리스피크림도넛이 15%, 미스터도넛이 6%로 추정된다.
던킨도너츠는 1994년 1호점을 내고 1998년 안테나숍 개념의 명동점을 오픈한 이후 점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0년 현재 총 83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SPC 현주엽 차장은 “던킨도너츠의 새로운 성장동력은 커피”라고 강조했다. 즉 커피전문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커피를 제공하는 건 물론, 매장 역시 커피전문점 이상의 편안함을 제공하면서 커피 매출을 강화하겠다는 것.
2004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크리스피크림도넛은 2010년 8월 현재 40개의 매장을 운영한다. 매출액은 2009년 기준 600억 원에 이른다. 본사 직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형 매장에서 더즌(12개) 판매를 주로 하면서 매출 단가를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특히 계열사인 롯데백화점 내 좋은 위치에 큰 매장을 낼 수 있고, 매우 단맛의 오리지널 도넛 제품에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다는 점이 크리스피크림도넛의 강점으로 꼽힌다.
미스터도넛은 대표 메뉴인 ‘폰데링’을 사자 캐릭터로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매장 내부 모습.
양산빵은 2009년 롯데가 기린식품(이하 기린)을 인수한 후 경쟁구도에 들어섰지만, 오랜 전통과 전문 공장시설을 자랑하는 SPC의 샤니와 삼립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2009년 기준 시장점유율은 샤니가 50.3%, 삼립이 33.2%, 기린이 9.5%, 서울식품이 6.9%(출처·각사 공시자료). 최근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기린에 햄버거 빵을 제조해 계열사인 롯데리아에 공급할 것을 지시했으나, 기린이 햄버거 빵을 만들 수 있는 생산라인을 갖추지 못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롯데리아는 기존 거래처인 샤니, 삼립과 거래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처럼 제빵업계는 1위인 SPC의 물량 공세에, 후발업체들이 각종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형태다. 어쨌든 소비자로서 업체 간 경쟁은 맛있고 다양한 빵을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다. 업체 간 서로 상대방이 ‘미투(me too) 제품’(인기 브랜드나 히트 상품을 베껴 만든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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