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고등고시 수험생 황모 씨는 ‘새로운 외교관 선발제도’안에 낙담했다. 외교통상부(이하 외교부)가 2012년 외교아카데미를 신설하고 외무고시를 폐지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황씨는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을 포기하고 외무고시에 뜻을 뒀다. 그러나 새 외교관 선발제도에 따라 학부 성적을 전형에 반영한다고 알려지자 황씨는 남은 시험 기회가 2번밖에 없다고 판단해 결국 외무고시를 포기했다.
학부생 수험생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학교 2학년 김모(22) 씨는 휴학 뒤 외무고시 공부에 매달렸다. 김씨는 “외교아카데미 이야기는 전부터 있었고 시대 흐름에 따른다는 취지도 공감한다. 하지만 당장 2년 뒤 신설된다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아카데미가 신설되면 외교관 꿈을 포기할 생각이다. 고시 공부에 매달려와 학점관리를 잘하지 못했고, 학부생활 내내 외교아카데미 입학 부담을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외교부 인사기획관실 관계자는 “1학년 입학 뒤 바로 휴학하고 고시 공부에 뛰어드는 폐단이 있었다. 합격한 젊은 친구들 중에는 헛똑똑이도 많았다. 외교관에 필요한 자질과 경험을 쌓게 할 것이다”며 방향을 제시했다.
‘글로벌 시대 외교관’ 취지엔 공감
‘새로운 외교관 선발제도’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현행 외무고시로 선발된 외교관의 자질 논란, 외교부 내 외무고시 출신과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의 순혈주의에 대한 비판이 계속됐다. 현행 외무고시는 매년 35명 안팎으로 1차 객관식 시험, 2차 주관식 시험, 3차 면접으로 합격자를 선발한다. 3차 면접은 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위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시험 성적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했다. 합격자들은 그 뒤 연수와 실습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외교아카데미 안은 기본 응시요건을 두고 서류전형을 치른 뒤 300명을 뽑고, 종합사고력 측정 중심의 필기시험으로 150명을 뽑은 다음 강화된 면접시험으로 외교아카데미 합격생 60명을 뽑는다. 1년간 영어 중심으로 교육한 뒤 외교관 합격생 50명을 남긴다는 것이다. 외교아카데미 교육비용은 정부가 부담할 계획이다.
새로운 외교관 선발안이 발표된 뒤 ‘글로벌 시대에 맞는 외교관을 뽑겠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수험생 및 학원가에서는 선발의 공정성, 외교관 자녀 특혜, 순혈주의 타파 가능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수험생들은 면접·선발 과정이 공정할지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수험생 김모(28) 씨는 “60명을 뽑아 10명이 탈락한다고 하는데 1년 교육 기간 동안 평가의 투명성이 담보될지 의문이다. 현직 외교부 간부가 개입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공정성이 걱정된다고 도약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청회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국내파 수험생에게 불리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영어 능통자, 제2외국어 능통자 비율이 20%에 이르는 만큼 외국 경험이 풍부한 외교관, 국정원 직원 자녀가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법학원 외무고시 담당자는 “영어, 제2외국어 능통자 선발은 외국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외교부가 발표한 안의 ‘전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는 부분도 국내파 응시생에게는 부담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사, 의전 예절 등 영어 강의가 필요 없는 부분도 있다. 80% 정도를 영어로 강의할 거라 생각하는데 비율은 추후 조절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자기소개서 제출, 면접 과정에서 다양한 자격요건을 강조하는 가운데 어학연수, 해외인턴십 비용 등이 새로운 부담이 될까 걱정한다.
순혈주의를 타파할 수 있겠냐는 비판의 시각도 있다. 외교부 내 주요 보직을 외무고시 출신이 독점하는 것을 두고 나온 이야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외교관 선발과 관련해 외무고시를 유지한 채 외교아카데미 출신을 각각 절반씩 뽑아 경쟁을 시키자는 논의도 있었다. 수험생 박모(26) 씨는 “1년간 외교아카데미에서 연수를 받는다면 연대의식이 심해질 것이다. 당기고 밀어주는 것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회의적으로 바라보았다. 반면 외교부 관계자는 “비외무고시 출신 외교관들이 분자화하는 경우가 있었다. 다양한 출신을 외교아카데미 과정에서 묶어주면 긍정적인 효과도 생긴다”고 해명했다.
6월 29일부터 공청회 시작
이번 안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최원목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는 “입학시험에 여전히 외무고시 과목이 있는 등 근본적인 개혁안이 아니다. 선발시험 부담을 더 줄이고 2, 3년으로 아카데미 과정을 늘려 시대에 맞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성돈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당초 알려졌던 것에서 크게 후퇴한 방안이다. 과거의 ‘선(先)선발, 후(後)훈련’ 외교관 선발 방식의 일부분을 강화한 것에 불과하다. 국가가 집중 투자하는 2년 정규 석사 과정의 ‘선교육, 후선발’ 방식으로 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외무고시와 확실한 차별성 없이 새로운 기관을 만들면 예산 낭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외교아카데미 운영주체 및 장 선발, 현장 감각을 갖춘 교수진 확보, 탈락한 10명의 진로, 세부적 평가지침 등도 더 고민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외교관 선발제도 개혁 요구가 반영돼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로스쿨 도입 당시 유예기간에 비해 지나치게 짧다는 것. 외교부는 6월 29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학계, 시민단체 등 모두에게 문을 열어두고 논의한 뒤 7월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각 부처와 협의하고, 외국의 사례도 연구한 만큼 큰 틀의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2009년 외교부는 ‘우리 외교를 빛낸 인물’로 고려 초 문신 서희(942~998)를 선정했다. 거란군 적장 소손녕과 담판을 벌여 나라를 구한 인물이다. 천안함 사태 등 뛰어난 외교력이 요구되는 현 정세에서 제2의 서희를 길러낼 수 있는 혜안을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학부생 수험생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학교 2학년 김모(22) 씨는 휴학 뒤 외무고시 공부에 매달렸다. 김씨는 “외교아카데미 이야기는 전부터 있었고 시대 흐름에 따른다는 취지도 공감한다. 하지만 당장 2년 뒤 신설된다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아카데미가 신설되면 외교관 꿈을 포기할 생각이다. 고시 공부에 매달려와 학점관리를 잘하지 못했고, 학부생활 내내 외교아카데미 입학 부담을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외교부 인사기획관실 관계자는 “1학년 입학 뒤 바로 휴학하고 고시 공부에 뛰어드는 폐단이 있었다. 합격한 젊은 친구들 중에는 헛똑똑이도 많았다. 외교관에 필요한 자질과 경험을 쌓게 할 것이다”며 방향을 제시했다.
‘글로벌 시대 외교관’ 취지엔 공감
외교아카데미의 출범이 2년 앞으로 다가온 지금, 기존 고시 공부에 매달려온 고시생들의 걱정이 크다.
‘새로운 외교관 선발제도’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현행 외무고시로 선발된 외교관의 자질 논란, 외교부 내 외무고시 출신과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의 순혈주의에 대한 비판이 계속됐다. 현행 외무고시는 매년 35명 안팎으로 1차 객관식 시험, 2차 주관식 시험, 3차 면접으로 합격자를 선발한다. 3차 면접은 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위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시험 성적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했다. 합격자들은 그 뒤 연수와 실습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외교아카데미 안은 기본 응시요건을 두고 서류전형을 치른 뒤 300명을 뽑고, 종합사고력 측정 중심의 필기시험으로 150명을 뽑은 다음 강화된 면접시험으로 외교아카데미 합격생 60명을 뽑는다. 1년간 영어 중심으로 교육한 뒤 외교관 합격생 50명을 남긴다는 것이다. 외교아카데미 교육비용은 정부가 부담할 계획이다.
새로운 외교관 선발안이 발표된 뒤 ‘글로벌 시대에 맞는 외교관을 뽑겠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수험생 및 학원가에서는 선발의 공정성, 외교관 자녀 특혜, 순혈주의 타파 가능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수험생들은 면접·선발 과정이 공정할지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수험생 김모(28) 씨는 “60명을 뽑아 10명이 탈락한다고 하는데 1년 교육 기간 동안 평가의 투명성이 담보될지 의문이다. 현직 외교부 간부가 개입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공정성이 걱정된다고 도약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청회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국내파 수험생에게 불리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영어 능통자, 제2외국어 능통자 비율이 20%에 이르는 만큼 외국 경험이 풍부한 외교관, 국정원 직원 자녀가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법학원 외무고시 담당자는 “영어, 제2외국어 능통자 선발은 외국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외교부가 발표한 안의 ‘전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는 부분도 국내파 응시생에게는 부담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사, 의전 예절 등 영어 강의가 필요 없는 부분도 있다. 80% 정도를 영어로 강의할 거라 생각하는데 비율은 추후 조절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자기소개서 제출, 면접 과정에서 다양한 자격요건을 강조하는 가운데 어학연수, 해외인턴십 비용 등이 새로운 부담이 될까 걱정한다.
순혈주의를 타파할 수 있겠냐는 비판의 시각도 있다. 외교부 내 주요 보직을 외무고시 출신이 독점하는 것을 두고 나온 이야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외교관 선발과 관련해 외무고시를 유지한 채 외교아카데미 출신을 각각 절반씩 뽑아 경쟁을 시키자는 논의도 있었다. 수험생 박모(26) 씨는 “1년간 외교아카데미에서 연수를 받는다면 연대의식이 심해질 것이다. 당기고 밀어주는 것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회의적으로 바라보았다. 반면 외교부 관계자는 “비외무고시 출신 외교관들이 분자화하는 경우가 있었다. 다양한 출신을 외교아카데미 과정에서 묶어주면 긍정적인 효과도 생긴다”고 해명했다.
6월 29일부터 공청회 시작
이번 안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최원목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는 “입학시험에 여전히 외무고시 과목이 있는 등 근본적인 개혁안이 아니다. 선발시험 부담을 더 줄이고 2, 3년으로 아카데미 과정을 늘려 시대에 맞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성돈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당초 알려졌던 것에서 크게 후퇴한 방안이다. 과거의 ‘선(先)선발, 후(後)훈련’ 외교관 선발 방식의 일부분을 강화한 것에 불과하다. 국가가 집중 투자하는 2년 정규 석사 과정의 ‘선교육, 후선발’ 방식으로 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외무고시와 확실한 차별성 없이 새로운 기관을 만들면 예산 낭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외교아카데미 운영주체 및 장 선발, 현장 감각을 갖춘 교수진 확보, 탈락한 10명의 진로, 세부적 평가지침 등도 더 고민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외교관 선발제도 개혁 요구가 반영돼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로스쿨 도입 당시 유예기간에 비해 지나치게 짧다는 것. 외교부는 6월 29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학계, 시민단체 등 모두에게 문을 열어두고 논의한 뒤 7월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각 부처와 협의하고, 외국의 사례도 연구한 만큼 큰 틀의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2009년 외교부는 ‘우리 외교를 빛낸 인물’로 고려 초 문신 서희(942~998)를 선정했다. 거란군 적장 소손녕과 담판을 벌여 나라를 구한 인물이다. 천안함 사태 등 뛰어난 외교력이 요구되는 현 정세에서 제2의 서희를 길러낼 수 있는 혜안을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