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남아돌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생산량이 증가한 데다 사람들이 밥을 덜 먹어서다. 예전에는 밥 더 먹기 운동, 아침밥 먹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런 움직임도 없다. 그래 봤자 효과가 없다는 것을 경험해서 그런가.
1인당 쌀 소비가 줄어들기 시작한 시점은 1980년대부터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지면서 밥 외의 먹을거리에 눈을 돌리던 때다. 이 시기에 외식산업도 급격히 확장됐다. 이때부터 우리는 식당에서 음식 먹는 습관을 들였고, 그 습관의 변화가 쌀 소비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외식업소는 대부분 ‘단품요리’로 음식을 낸다. 쇠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굽거나 팬에 볶아 내고, 생선은 회 또는 탕으로 먹거나 찜으로 만든다. 이런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우리의 모습을 관찰하면, 밥은 더 이상 주식이 아니다. ‘선택 후식’이다. 고기나 회, 탕, 찜 등 메인 요리를 먹고 난 다음 밥이나 국수를 선택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느 날 농업계 인사들과 점심을 먹으며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식당 주인들이 좀 나서주면 좋겠네요” 하는 의견이 나왔다. 처음부터 밥을 내놓으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주인 입장에서는 메인 음식을 더 팔아야 이익이 남는데, 밥하고 같이 주면 이를 덜 먹게 되니 매출이 줄지 않을까요.”
외식업체들의 잘못된 관습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먼저 공깃밥을 따로 계산하는 관습이다. 실제로 공깃밥 값을 받는 업소가 많다. 갈치조림이나 매운탕을 밥 없이 먹기 어려운데도 이러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서양 레스토랑에서 빵 값을 따로 받는지 생각해보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밥을 공기에 반 정도 담아 내는 일도 흔하다. 내 생각에 이는 ‘못된 상술’로밖에 안 보인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밥의 질이다. 아침에 밥 한 번 해서 ‘스뎅’(스테인리스스틸) 공기에 담아 보온통에 차곡차곡 쌓아 저녁때까지 팔다 보니, 전분 노화가 일어나 밥알의 겉은 거칠어지고 안은 떡이 진다. 심한 경우는 누렇게 색깔이 변하고 냄새까지 난다. 요즘엔 흑미와 향미를 넣는 음식점이 많은데, 그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쌀의 질이나 밥 지은 지 오래됐음을 숨기는 구실을 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가을 수매한 벼를 창고에 밀어 넣고 있다.
외식업체들이 맛없는 밥을 돈을 받으며 팔 수 있는 것은 소비자의 무책임 탓이다. 맛없는 밥은 물리고, 공깃밥 값을 따로 계산하는 업소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어필’을 해야 바로잡히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똑같다. 대중의 수준에 맞는 그 지점에서 모든 것이 딱 멈추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