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밥 딜런, 김창완은 살아 있는 전설이다.
김창완은 1970년대 등장해 대중음악의 흥망성쇠를 모두 겪으면서 주류 아티스트로서, 프로듀서로서, 밴드 뮤지션이며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로서, ‘솔로 아티스트’로서, 한마디로 ‘모든 위치’에서 활동해왔다. 그 기록이 박스 세트로 묶여 출시됐다.
1983년은 그룹 산울림의 최전성기다. 9집 앨범을 발표하고, 2장의 베스트 음반을 냈다. 그런 가운데 밴드의 프런트맨인 김창완은 기타 한 대를 들고 자신만의 음반인 ‘기타가 있는 수필’을 발표했다. 이 음반은 한국 포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반인데 그중 ‘그래 걷자’는 김창완 특유의 어두운 정서에 섬광과 같은 작가 정신이 담긴 넘버다. 근래 CF를 통해 기억되는 ‘어머니와 고등어’도 이 음반에 들어 있다. 서민 정서를 잘 이용하는 김창완의 재치가 엿보이는 곡이다. 인순이가 리메이크했던 ‘비닐장판 위의 딱정벌레’도 들을 수 있다.
그렇게 산울림의 전성기를 마감한 그는 TV 드라마 음악으로 새로운 창구를 마련했다. 그 기록이 이번 컴필레이션의 두 번째 CD다. 드라마계 거장으로 불리는 이장수 PD가 작사하고 김창완이 노래를 만든 곡이 다수 수록돼 있다. 맨 앞에 나오는 곡이 동요집을 내기도 했던 김창완이 어린이의 정서를 담아낸 ‘꼬마야’다. 두 번째 CD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기다리는 곡은 ‘안녕’일 것이다. 구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이 곡은 TV 드라마 외에도 이규형 감독의 ‘철수와 미미의 청춘 스케치’에 삽입돼 30, 40대의 추억 한쪽을 장식한다.
이번 컴필레이션은 첫 번째 CD가 포크, 두 번째가 OST를 담았다면 세 번째는 영원한 로커로 남고 싶었던 김창완을 보여준다. 산울림 시절부터 계속된 직선적인 록 스타일을 들려주는 ‘추신’으로 시작해 김창완이 부르지 않았으면 단순한 트로트로 들렸을 법한 ‘비디오만 보았지’나 컨트리 스타일의 ‘점심시간 칼국수집’ 등 다양한 장르의 향연이 펼쳐진다.
장기하, 김형태 등 그의 영향을 받은 뮤지션이 현역에 있는 가운데 전설 자체인 본인이 계속 활동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김창완은 이렇게 다양하게 재조명할 필요가 있어 더욱 재미있는 아티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