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우승의 원동력은 아킬리노 로페즈, 릭 구톰슨 두 외국인 원투펀치였다. 특히 14승(5패)으로 공동 다승왕에 오른 로페즈의 활약은 눈부셨다. 로페즈는 2승2패로 맞선 SK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 선발 등판해 3대 0 완봉승을 일궜다. 1차전 승리 투수도 그의 몫이었다. 팬들 사이에서 그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로 뽑히지 않은 것을 두고 적잖은 논란이 있기도 했다. 대신 로페즈는 한 해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를 받았고 당연히 재계약에 성공했다.
외국인 16명 중 타자는 겨우 2명
시즌 막판 주춤하긴 했지만 구톰슨도 KIA 마운드의 한 축이었다. 그는 4, 5월에 걸쳐 5경기 연속 승수를 챙기는 등 13승(4패)을 거뒀다. 로페즈와 구톰슨 2명의 투수가 선발진을 든든하게 지키면서 KIA 마운드는 질적, 양적으로 다른 팀을 압도했다. 지난해에는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이 유난히 심했기 때문에 정상급 선발투수는 보석 같은 존재였다. 함량미달 외국인 선수 때문에 골치를 썩은 LG(7위), 한화(8위) 등은 KIA가 부러울 따름이었다. 1년 내내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채우기가 버거웠던 두산(3위)도 ‘로페즈 같은 선발투수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KIA 우승을 지켜본 다른 팀들은 2009 시즌 종료 후 ‘제2 로페즈’ 찾기에 나섰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후 외국인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낮아진 게 사실이다. 그만큼 한국 선수들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 하지만 잘 고른 외국인 투수의 활용도는 여전히 높다는 것이 증명됐다. 따라서 올겨울 각 팀 스카우터들의 눈은 타자보다는 투수로 향했다.
가장 먼저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구한 팀은 지난해 꼴찌 한화다. 한화는 김태균, 이범호의 일본 이적으로 타선의 힘이 크게 약해졌지만 마운드 보강이 우선이었다. 한화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오른손 투수 훌리오 데폴라와 호세 카페얀을 영입했다. 둘 다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빠른 공을 던지는 젊은 투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LG도 외국인 2명을 모두 투수로 채웠다. 27세 에드가 곤잘레스는 메이저리그 출신이고, 36세 오카모토 신야는 일본에서 왔다. 나이와 국적에서 보듯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오카모토는 2001년부터 일본 주니치에서 뛰었다. 2004년에는 최우수 중간계투 투수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나이가 많은 것이 걸리긴 하지만 안정된 제구력이 강점이다. 선발, 중간, 마무리 등 봉중근 말고는 믿을 만한 투수가 없는 LG로서는 외국인 투수의 활약이 절실하다.
두산도 어느 때보다 외국인 투수 선발에 공을 들였다. 지난해 두산은 외국인 선수가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적었다. 외국인 투수 후안 세데뇨와 크리스 니코스키가 거둔 승리는 합쳐서 8승에 그쳤다. 시즌 초 한때는 부상 등으로 둘이 모두 이탈해 국내 선수로만 팀을 운용하기도 했다. 2007, 2008년 준우승에 머물렀고 지난해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먼저 거두고도 내리 세 번을 내주며 눈물을 흘린 두산은 올해는 기필코 정상에 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두산이 고심 끝에 데려온 선수는 왼손투수 레스 왈론드와 오른손투수 켈빈 히메네스다. 왈론드는 한국에 처음 온 게 아니다. 2005년 LG에서 뛰었지만 4승10패 평균자책 5.04로 성적은 좋지 않았다. 왈론드는 “경험을 쌓으면서 요령과 완급 조절을 터득했다. 이번엔 자신 있다”고 밝혔다.
SK는 지난해 뛰었던 투수 가도쿠라 겐, 게리 글로버와 재계약을 마쳤다. 가도쿠라와 글로버는 모두 시즌 중간에 합류했지만 빠르게 한국 무대에 적응하며 17승을 합작했다. 김성근 SK 감독은 현실적으로 그들보다 뛰어난 투수를 데려오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일찌감치 계약을 마무리했다. 삼성도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선발진의 한몫씩을 맡았던 프란시스코 크루세타와 브랜드 나이트를 다시 믿기로 한 것이다.
히어로즈와 롯데도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1명씩 데려왔다. 히어로즈가 데려온 왼손투수 애드리안 번사이드는 2008, 2009년 일본 요미우리에서 이승엽과 한솥밥을 먹었다. 그의 책임은 막중하다. 좌완 선발의 주축이던 이현승, 장원삼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롯데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에서 뛴 라이언 사도스키를 영입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사도스키를 ‘올 시즌 롯데 마운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선수’라고 말한 바 있다.
‘타고투저’ 극복 ‘행복한 상상’
KIA는 로페즈는 잡았지만 구톰슨과는 재계약에 실패했다. 대신 데려온 투수가 리카르도 로드리게스다. 로페즈와 같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확실히 드러난 것이 없지만 KIA는 구톰슨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8개 구단이 쓸 만한 외국인 투수 잡기에 힘을 쏟으면서 올해 외국인 선수 16명 중 14명을 투수로 채웠다. 타자는 재계약을 마친 롯데의 카림 가르시아와 히어로즈의 더그 클락뿐이다. 지난해 시즌 개막 당시 투수 10명, 타자 6명, 2008년에는 투수 11명, 타자 5명이던 것과 비교하면 투수 비율이 확실히 높아졌다.
8개 구단은 대부분 올 시즌 외국인 투수들을 선발로 활용할 계획이다. 모든 팀은 ‘우리 투수가 로페즈만큼 던져준다면…’이라는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다. 아무리 전력이 약한 팀이라도 에이스 한 명씩은 있게 마련이다(강력한 꼴찌 후보 한화도 류현진이라는 걸출한 좌완투수가 있다). 외국인 투수들이 2, 3선발로서 제 구실을 해준다면 팀 전력은 크게 상승한다. 선발진이 안정되면 중간계투 운용에도 숨통이 트인다.
물론 8개 구단의 외국인 투수가 모두 로페즈급의 활약을 펼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국 타자들의 기술은 세계 정상급으로 성장했다. 아직까지 한국으로 오는 외국 선수들은 미국, 일본에서 성공했다고 보기 힘든 이들이다. 지난해 개막 당시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16명 외국인 중 6명은 시즌 중에 방출됐다. 낯선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외국인 선수들에겐 변수다. 구톰슨이 후반기 들어 구위가 떨어진 데는 팀 내 갈등이 주원인이었다.
외국인 투수의 대거 등장으로 타고투저가 누그러질 것이란 말이 많지만 쉽게 예단할 수는 없다.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2년째인 1999년 각 구단은 경쟁적으로 외국인 거포를 영입했다. 16명 중 13명이 타자였다. 1998년 홈런왕에 오른 OB(현 두산) 타이론 우즈의 영향이었다. 그 결과 1999년은 2009년만큼이나 타고투저가 심했다. 2010년 로페즈 효과는 과연 어떻게 나타날까. 올해 프로야구의 중요 관전 포인트다.
외국인 16명 중 타자는 겨우 2명
시즌 막판 주춤하긴 했지만 구톰슨도 KIA 마운드의 한 축이었다. 그는 4, 5월에 걸쳐 5경기 연속 승수를 챙기는 등 13승(4패)을 거뒀다. 로페즈와 구톰슨 2명의 투수가 선발진을 든든하게 지키면서 KIA 마운드는 질적, 양적으로 다른 팀을 압도했다. 지난해에는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이 유난히 심했기 때문에 정상급 선발투수는 보석 같은 존재였다. 함량미달 외국인 선수 때문에 골치를 썩은 LG(7위), 한화(8위) 등은 KIA가 부러울 따름이었다. 1년 내내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채우기가 버거웠던 두산(3위)도 ‘로페즈 같은 선발투수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KIA 우승을 지켜본 다른 팀들은 2009 시즌 종료 후 ‘제2 로페즈’ 찾기에 나섰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후 외국인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낮아진 게 사실이다. 그만큼 한국 선수들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 하지만 잘 고른 외국인 투수의 활용도는 여전히 높다는 것이 증명됐다. 따라서 올겨울 각 팀 스카우터들의 눈은 타자보다는 투수로 향했다.
가장 먼저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구한 팀은 지난해 꼴찌 한화다. 한화는 김태균, 이범호의 일본 이적으로 타선의 힘이 크게 약해졌지만 마운드 보강이 우선이었다. 한화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오른손 투수 훌리오 데폴라와 호세 카페얀을 영입했다. 둘 다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빠른 공을 던지는 젊은 투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LG도 외국인 2명을 모두 투수로 채웠다. 27세 에드가 곤잘레스는 메이저리그 출신이고, 36세 오카모토 신야는 일본에서 왔다. 나이와 국적에서 보듯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오카모토는 2001년부터 일본 주니치에서 뛰었다. 2004년에는 최우수 중간계투 투수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나이가 많은 것이 걸리긴 하지만 안정된 제구력이 강점이다. 선발, 중간, 마무리 등 봉중근 말고는 믿을 만한 투수가 없는 LG로서는 외국인 투수의 활약이 절실하다.
두산도 어느 때보다 외국인 투수 선발에 공을 들였다. 지난해 두산은 외국인 선수가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적었다. 외국인 투수 후안 세데뇨와 크리스 니코스키가 거둔 승리는 합쳐서 8승에 그쳤다. 시즌 초 한때는 부상 등으로 둘이 모두 이탈해 국내 선수로만 팀을 운용하기도 했다. 2007, 2008년 준우승에 머물렀고 지난해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먼저 거두고도 내리 세 번을 내주며 눈물을 흘린 두산은 올해는 기필코 정상에 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2010년 새롭게 선보이는 외국인 투수들.
SK는 지난해 뛰었던 투수 가도쿠라 겐, 게리 글로버와 재계약을 마쳤다. 가도쿠라와 글로버는 모두 시즌 중간에 합류했지만 빠르게 한국 무대에 적응하며 17승을 합작했다. 김성근 SK 감독은 현실적으로 그들보다 뛰어난 투수를 데려오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일찌감치 계약을 마무리했다. 삼성도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선발진의 한몫씩을 맡았던 프란시스코 크루세타와 브랜드 나이트를 다시 믿기로 한 것이다.
히어로즈와 롯데도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1명씩 데려왔다. 히어로즈가 데려온 왼손투수 애드리안 번사이드는 2008, 2009년 일본 요미우리에서 이승엽과 한솥밥을 먹었다. 그의 책임은 막중하다. 좌완 선발의 주축이던 이현승, 장원삼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롯데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에서 뛴 라이언 사도스키를 영입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사도스키를 ‘올 시즌 롯데 마운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선수’라고 말한 바 있다.
‘타고투저’ 극복 ‘행복한 상상’
KIA는 로페즈는 잡았지만 구톰슨과는 재계약에 실패했다. 대신 데려온 투수가 리카르도 로드리게스다. 로페즈와 같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확실히 드러난 것이 없지만 KIA는 구톰슨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8개 구단이 쓸 만한 외국인 투수 잡기에 힘을 쏟으면서 올해 외국인 선수 16명 중 14명을 투수로 채웠다. 타자는 재계약을 마친 롯데의 카림 가르시아와 히어로즈의 더그 클락뿐이다. 지난해 시즌 개막 당시 투수 10명, 타자 6명, 2008년에는 투수 11명, 타자 5명이던 것과 비교하면 투수 비율이 확실히 높아졌다.
8개 구단은 대부분 올 시즌 외국인 투수들을 선발로 활용할 계획이다. 모든 팀은 ‘우리 투수가 로페즈만큼 던져준다면…’이라는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다. 아무리 전력이 약한 팀이라도 에이스 한 명씩은 있게 마련이다(강력한 꼴찌 후보 한화도 류현진이라는 걸출한 좌완투수가 있다). 외국인 투수들이 2, 3선발로서 제 구실을 해준다면 팀 전력은 크게 상승한다. 선발진이 안정되면 중간계투 운용에도 숨통이 트인다.
물론 8개 구단의 외국인 투수가 모두 로페즈급의 활약을 펼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국 타자들의 기술은 세계 정상급으로 성장했다. 아직까지 한국으로 오는 외국 선수들은 미국, 일본에서 성공했다고 보기 힘든 이들이다. 지난해 개막 당시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16명 외국인 중 6명은 시즌 중에 방출됐다. 낯선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외국인 선수들에겐 변수다. 구톰슨이 후반기 들어 구위가 떨어진 데는 팀 내 갈등이 주원인이었다.
외국인 투수의 대거 등장으로 타고투저가 누그러질 것이란 말이 많지만 쉽게 예단할 수는 없다.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2년째인 1999년 각 구단은 경쟁적으로 외국인 거포를 영입했다. 16명 중 13명이 타자였다. 1998년 홈런왕에 오른 OB(현 두산) 타이론 우즈의 영향이었다. 그 결과 1999년은 2009년만큼이나 타고투저가 심했다. 2010년 로페즈 효과는 과연 어떻게 나타날까. 올해 프로야구의 중요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