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오른쪽) 김창영 공보실장
정운찬 국무총리와 가까운 서울대 경제학과 제자 출신 정치인의 말이다. 정 총리가 그동안 ‘마당발 인맥’으로 알려진 것과는 정반대의 얘기다.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마이애미대 석사와 프린스턴대 박사, 여기에 서울대 총장 출신이건만 사람이 없다니….
기자 출신 … 자민련 통해 정치 입문
정 총리를 잘 아는 정치인에게서 이런 말이 나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이뤄진 총리실 인사 때문이다. 정 총리는 2009년 9월 말 취임 이후 2개월여 만인 12월11일 첫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 대상은 1명. 당초 공보실장과 정무실장 등 2명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인사는 공보실장만 났다.
통상 이들 두 자리는 총리를 잘 아는, 그야말로 최측근이 임명된다. 특히 총리실을 장악하고 자신의 정치적 운명이 걸린 세종시 문제를 의도대로 풀어나가야 하는 정 총리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래야 했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였다. ‘따뜻한손’ 출판사 김창영 대표가 신임 공보실장으로 임명된 것.
김 실장은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고를 졸업한 충청권 인사다. ‘따뜻한손’은 2007년 정 총리의 자서전 ‘가슴으로 생각하라’를 펴낸 출판사다. 총리실은 김 실장의 발탁 배경으로 이 두 가지를 꼽는다. 하지만 정 총리의 측근들은 이 같은 결과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김 실장의 전력을 보면 정 총리와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 총리의 측근 그룹으로 꼽히는 정치인 중에서 정 총리와 김 실장의 관계는 물론, 김 실장에 대해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한국일보 기자 출신인 김 실장은 1990년대 중반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민련에 몸을 담으면서 정치에 입문했으며, 자민련에서 총선기획단 부단장과 정세분석위원, 부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그러다 1999년 말 김대중-김종필 내각제 합의가 깨지자 이에 불만을 품은 김용환 의원 등 일부 정치인이 탈당해 창립한 한국신당으로 당적을 옮긴다. 그리고 그해 4월 치러진 16대 총선에서 대전에 출마해 낙선했고, 한국신당이 한나라당에 흡수 통합되면서 다시 당직이 바뀐다. 2002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 대전·충남지역 대변인을 맡은 것을 끝으로 정계를 떠나 출판사를 차렸다.
그렇다면 정 총리와 김 실장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김 실장은 정 총리와의 인연을 “2003년 1월 언론계, 학계, 문화예술계 충청권 인사 20명 정도가 모인 사모임에서 처음 만났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해 3월 서울대 총장실에서 따로 만난 자리에서 불우청소년을 위해 어린 시절 역경을 이겨낸 정 총장에게 자서전 집필을 권유했고, 그 후 매년 6~7차례 만나면서 친분관계를 유지해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실장은 “그동안 정 총리를 만나면서 선과 결이 고와 인간적으로 꼭 한 번 모셔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총리의 일부 측근은 김 실장의 이력을 거론하면서 “정 총리를 통해 정치권에 다시 들어오려는 충청권 정치낭인 중 한 명”이라고 의심한다. 김 실장은 이에 대해 “정치는 시기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 정계를 떠난 이상, 정치에는 전혀 뜻이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정무실장으로 거론되는 서울대 출신 K씨도 정 총리와 그리 가깝지 않은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전력이 있는 정치지망생이다. 김 실장과 K씨, 과연 이들이 세종시 문제에 정치적 사활을 건 정 총리와 언제까지 생사고락을 같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