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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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조기 전당대회 시한폭탄 ‘째깍째깍’

親李계, ‘정몽준 대표 체제’ 놓고 내분 … 10·28 재보선 이후 충돌 가능성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09-10-21 1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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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조기 전당대회 시한폭탄 ‘째깍째깍’

    9월28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안상수 원내대표(가운데)와 장광근 사무총장(오른쪽)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 왼쪽으로 정몽준 대표가 보인다.

    안상수 원내대표 “정몽준 체제가 너무 오래가는 것은 옳지 않다”

    장광근 사무총장 “조기 전당대회 요구, 논리적 근거 희박하다”


    “전당대회를 통해 뽑지 않고, 승계를 받아서 하는 (정몽준 대표) 체제가 너무 오래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안상수 원내대표)

    “정몽준 대표 체제 이후 당이 젊어지고 역동적이 됐다. 조기 전당대회 요구는 논리적 근거가 희박하다.”(장광근 사무총장)

    최근 한나라당 실무라인의 ‘투톱’인 안 원내대표와 장 사무총장이 정몽준 대표 체제를 놓고 마찰음을 냈다. 안 원내대표가 먼저 화두를 던졌다. 그는 10월9일과 12일 잇따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년 2월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받는 대표를 뽑아 체제를 정비한 뒤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전당대회 등 당무를 총괄하는 장 사무총장이 ‘정 대표 역할론’을 내세워 이를 일축해버렸다.



    이재오계 ‘투톱’의 발언 남다른 무게

    한나라당의 정기 전당대회는 내년 7월로 예정돼 있다. 박희태 전 대표의 사퇴로 대표직을 승계한 정 대표의 임기도 당헌상 그때까지다. 그럼에도 안 원내대표가 정 대표 흔들기를 시도했고, 장 사무총장이 이를 말렸다. 두 사람은 당의 투톱이면서 친이(親李) 진영 중에서도 이재오계의 투톱이기도 하다.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지난 6월 정치 2선 후퇴를 선언한 이후 여권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이재오계에서 분열이 일어난 것으로도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이전부터도 안 원내대표는 정 대표에 대한 불신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정 대표가 2002년 대통령선거(이하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한 탓에 한나라당(이회창 후보)이 집권에 실패했다는 나쁜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원내대표는 정 대표가 취임한 9월8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2002년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사과하라”고 면전에서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한 당직자는 “안 원내대표는 정 대표 취임 이후 한 번도 외부행사에 동행한 적이 없다”고 귀띔했다. 다른 당직자는 정 대표가 오랫동안 무소속으로 있다가 지난 대선 직전 입당한 점을 들어 “굴러온 돌이 박힌 돌 행세를 하는 데 대한 악감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당의 살림을 꾸려야 하는 장 사무총장은 분란이 일어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10·28 재·보궐선거(이하 재보선)를 앞둔 상황에서 당내에 갈등이 있는 것으로 비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 밖의 다른 전략적 배경도 있지만, 안 원내대표의 정 대표 공격을 앞장서 차단하고 나선 표면적 이유는 당의 안정이다. 그렇다면 정 대표 체제에 대한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입장은 어떨까. 그의 측근은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 국민권익위원회 일에 푹 빠져 있는 이 권익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군기반장’에서 ‘공직사회 군기반장’으로 탈바꿈했다. 정치 얘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친다고 한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딱히 (당권 도전 같은) 다른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익위원장으로서 임기(3년)를 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런 차원에서 당 문제에 대해선 애써 입을 다물고 있다. 물론 이 권익위원장이 내년 6월 지방선거와 7월 한나라당 정기 전당대회 같은 ‘정치 대목’을 외곽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당장 내년 2월 조기 전당대회가 현실화하면 직접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당 지도부에 들어가 6월 지방선거를 책임지고 치르게 되면 그 결과에 따라 정치적 행보도 달라질 수 있다.이 권익위원장은 최근 사석에서 다음 정권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고 한다. 여권의 한 인사는 “본인이 대권에 뜻이 있는데, 3년간 정치권 밖에 나가 있을 것이란 말은 정치 상식 측면에서 맞지 않다.

    몸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있어도 늘 정치권, 특히 여권의 내부 사정을 지켜보다 적절한 기회가 생기면 명분을 갖춰 당 지도부 입성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배경을 감안한다면 이재오계의 핵심인 안 원내대표와 장 사무총장 사이의 갈등은 개인이 처한 입장이나 정 대표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권익위원장의 지도부 복귀 시점과 방식에 대한 판단 차이도 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안 원내대표 같은 강경론자들은 정 대표가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 승리를 거둘 경우 당에 안착해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재도전하는 것은 물론, 확실한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듯하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띨 지방선거를 주류, 그중에서도 이재오계가 책임지고 치른 뒤 차기 대권 플랜을 짜야 한다는 계산을 했다는 관측이다. 이에 비해 장 사무총장을 비롯한 온건론자들은 지금은 개전(開戰)할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치솟으면서 집권 안정기에 들어간 시점에 당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우선인 것이다. 나아가 전체 재집권 시나리오 차원에서 보더라도 당분간은 정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게 친이 진영에 유리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정 대표에 대해서도 지방선거 이후 결정적인 순간에 ‘사석(捨石)’으로 쓰더라도 지금은 흔들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친박계는 침묵 속 관망

    현시점에 친이 진영에서 조기 전당대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긴 어렵다. 무엇보다 내년 2월이면 이 권익위원장이 취임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권익위원장 자리를 박차고 지도부 경선에 나서기엔 명분이 너무 약하다. 다만 10·2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할 경우 ‘지도부 책임론’이 일어 이 위원장의 지도부 도전 여부와 관계없이 조기 전당대회가 치러질 여지는 있다.

    정 대표 체제를 둘러싼 친이 진영의 이 같은 고민을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박 전 대표는 현재 국회 국정감사에만 열중하면서 정치적 사안에 대한 언급은 일절 자제하고 있다. 친박 계열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내심 정 대표 체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 어느 시점에 당권 장악을 시도할지를 놓고 열심히 주판알을 굴리고 있다.

    그 결과, 내년 7월까지는 정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게 박 전 대표의 2012년 대권 플랜 완수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친이 진영의 강경론자들이 10·28 재보선 이후 조기 전당대회를 밀어붙일 경우 친이와 친박 진영이 다시 한 번 크게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친이-친박 사이에 가로놓인 시한폭탄의 뇌관이 조기 전당대회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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