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3

..

구이 잘하는 한국인 vs 바비큐의 달인

  • 입력2009-04-22 15:0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구이 잘하는 한국인 vs 바비큐의 달인
    예전에 다리 골절 치료 때 박아 넣은 핀을 제거하기 위해 최근 병원 신세를 졌다. 다 아문 다리의 핀만 빼내는 것이라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수술 때 겪은 극심한 고통을 또다시 겪게 됐다. 수술 후 같은 자세를 10분 넘게 유지 못해 자꾸 돌아누우며 불면의 밤을 보내다 보니, 나 자신을 놓고 오래 정성 들여 생선구이나 바비큐를 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 정도의 세심함과 꼼꼼함이라면 누구라도 바비큐의 달인이 될 수 있으리라. 알고 보면 구이를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민족이 우리다. 삼겹살에서 시작한 구이의 기본기를 갈매기살과 목살로 다듬고, 갈비 및 등심으로 고도 단련시킨 민족 아닌가!

    국민 개개인이 나름의 구이 철학이 있고 가치 기준이 선명해 어쭙잖은 솜씨로 장사를 해서는 손님을 끌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고기구이는 가격과 질이 정비례하기에 맛집을 정한다는 게 큰 의미는 없지만, 구태여 꼽자면 방이동의 벽제갈비(02-415-5522)가 최고 수준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법인카드가 아닌 한 꽤나 통증이 느껴지는 가격이다.

    서양 고기구이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바비큐는 모두가 참여해 단시간에 굽는 우리 식의 고기구이와 달리 기술자가 소스를 발라가며 장시간에 걸쳐 굽기에 잘하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파는 바비큐는 고기만 따로 익힌 뒤 소스를 발라 내놓기에 실망스럽다.



    근래 바비큐를 제대로 구워내는 집을 발견해 기쁨이 큰데, 이태원 초입 언덕길의 비스트로 코너(02-792-9282)다.

    장시간에 걸쳐 소스를 발라가며 직접 구워낸 돼지갈비 바비큐는 칭찬할 만한데, 쫄깃한 백립과 말캉한 스페어립 두 종류를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고 절반 주문도 가능하다. 주력 메뉴인 수제 햄버거와 감자튀김도 빼놓으면 후회한다. 인기가 많아 줄서기를 각오해야 한다.

    앞으로 한 번만 더 입원하면 바비큐 전문점을 바로 개업하리라 다짐을 하며 보낸 한 주였다.

    kr.blog.yahoo.com/igundown

    Gundown은 높은 조회 수와 신뢰도로 유명한 ‘건다운의 식유기’를 운영하는 ‘깐깐한’ 음식 전문 블로거입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