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의 참여로 그날그날 각본이 바뀌는 ‘퍼즐 맞추기’ 연극 ‘쉬어 매드니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살인사건을 다루는 이 연극에서 범인을 찾아내는 것은 극중 인물이 아니라 관객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연극의 묘미는 다름 아닌 ‘관객’ 자신이 극을 전개해나간다는 데 있다. 관객이 인물들(용의자들)을 심문하고 범인을 지정하며 극에 적극 개입한다. 결국 그날그날의 관객에 따라 찾아내는 단서도 달라지고 범인도 달라진다.
‘쉬어 매드니스’라는 미용실에는 정신 산란한 게이 미용사인 토니와 백치미를 보이는 여자 미용사 서니가 근무한다. 그들은 여느 때처럼 손님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데, 그 대화가 좀 의문스럽다.
대화의 주 소재는 바로 위층에 살고 있는 피아니스트.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지만 신경증을 앓는 것으로 보이는 그녀는 미용사들과 미스터리한 관계를 맺고 있다. 토니는 그녀에 대해 육두문자를 퍼붓고, 서니는 그녀와 그냥 친하다는 것 이상의 관계를 맺고 있는 듯 보인다.
그리고 이발과 면도를 하는 네 명의 손님 또한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인다. 그러던 중 위층에서 피아니스트가 살해되는데, 알고 보니 손님 중 두 명은 사건이 터질 줄 알고 위장해 있던 형사다. 결국 나머지 네 명의 인물은 모두 용의자로 관객들에게서 심문을 받는다.
매회 절대로 똑같지 않은 전개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매우 즉흥적이다. 그러나 수많은 경우의 수를 준비해 관객들의 질문과 결론에 대비한다. 하다못해 관객이 무대에 올라가서 배우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을 때도 상대방이 전화를 받아 극의 내용과 맞는 대답을 해주니 말이다.
단, 관객들이 찾아낸 단서들을 논리적으로 연결해 범인을 치밀하게 추정해내지 않고 각 배우가 범인일 때의 대본에 따라 결말이 진행된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다. 결말 부분에서 퍼즐 맞추기의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관객들에게 더욱 큰 재미를 선사했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