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에 소재한 보우든 대학의 교정을 걷고 있는 학생들.
첫째, 모든 일은 스스로 결정하라. 대학과 고등학교의 가장 큰 차이는 대학에는 학생을 ‘이끌어주는 손’이 없다는 점이다. 시간표는 어떻게 짜야 하는지, 하루에 몇 시간이나 강의를 들어야 하는지, 리포트는 어떻게 쓰고 시험공부는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 등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교수와 조교는 단지 도움을 줄 뿐, 사소한 문제든 큰일이든 결정은 학생 스스로 해야 한다.
강의 받아 적고 공부 다 했다고 착각
둘째, 부모에게 의존하려 들지 말라. 대부분의 대학 새내기들은 지금까지 부모의 자상한, 혹은 귀찮을 정도로 시시콜콜한 간섭과 걱정에 익숙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이 된 만큼 이러한 부모의 지도편달을 기대해선 안 된다. 물론 대부분의 부모 역시 대학생활을 겪어봤기 때문에 자녀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다. 문제는 그 같은 부모의 지식이 최소 25년 전의 것이라는 점. 21세기의 대학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부모의 충고는 한 세대 전인 20세기 대학에 대한 이야기임을 잊지 말자.
셋째, 공부의 3분의 2는 집이나 도서관에서 해야 한다. 새내기들은 웅장한 대학 건물과 넓은 강의실, 그리고 외국어를 섞어가며 청산유수로 강의하는 교수의 모습에서 깊은 감동(!)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이 감동이 지나친 나머지 열심히 강의를 받아 적는 것으로 공부를 다 했다고 여기는 새내기도 있다. 이건 정말 큰 착각이다. 고등학교 교사들과 달리 대학 교수들은 학생들이 매 시간 강의를 들을 때마다 충분히 예습해 온다고 생각한다. 즉 대학에서는 강의 시간보다 서너 배 이상의 예습과 복습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는 뜻이다.
넷째, ‘C’는 진짜 나쁜 학점이다. 어떤 선배들은 말한다. “대학 1학년 때는 좀 놀아도 돼”라고. 이렇게 말하는 선배들도 속으로는 자신이 1학년 때 제대로 공부 안 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학점은 한번 망치면 회복이 안 된다. 그러니 당신이 중간고사에서 C학점을 받고도 ‘1학년인데 뭐 괜찮아’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첫 단추를 단단히 잘못 꿴 것이다. 보통 교수들은 상위권 20~30%에게 A학점을, 중위권 60%까지는 B학점을 준다. C학점은 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야말로 최하위권의 성적이다.
다섯째, 리포트와 시험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한다. 어떤 학생들은 말한다. “시험공부 열심히 했는데 내가 안 본 데서만 문제가 나왔어.” 그런가 하면 리포트 점수에 만족 못하고 교수를 찾아가 자신이 리포트 작성을 위해 얼마나 많은 책을 참고했는지 장광설을 늘어놓기도 한다. 이런 자세는 다 자신의 준비 부족을 남에게 떠넘기는 비겁한 모습일 뿐이다. 대학은 놀이터가 아니다. 공부한 결과에 따라 성적이 나오는 학교다. 그리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리포트와 시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결과물, 즉 리포트와 시험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여섯째, ‘너무 많이’ 공부할 수는 없다. 결국 대학 생활의 처음이자 끝은 공부다. 그중에서도 수학이나 외국어, 과학 실험처럼 ‘연습’이 필요한 과목은 더욱 철저하게 예습과 복습을 해야 한다. 수업 시간 중에 교수가 내준 과제를 다 풀었다고, 또 지시된 실험을 끝냈다고 해서 공부를 다 했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수업 시간의 과제나 문제풀이는 ‘기본 중의 기본’일 뿐이며 과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수많은 응용문제를 풀어봐야 한다. 너무 지겹다고? 공부 잘하는 선배들은 누구나 이렇게 한다.
전공 빨리 결정하지 마라
대학 교수들은 고등학교 교사들과 달리 학생들이 매 시간 예습을 충분히 해온다고 생각한다.
여덟째, 큰 틀에서 생각하는 연습을 하라. 요즘 학생들은 점점 더 짧고 간단한 일에 익숙해지고 있다.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 UCC 동영상, 블로그의 한 줄 리플 등.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학 강의는 이 같은 유행을 따를 생각을 않는다. 교과서만 해도 그렇다. 두툼한 교과서의 내용과 단편적으로 내용을 요약한 웹사이트의 내용은 천지 차이다. 이처럼 길고 진지하며 어찌 보면 장황한, 그러나 지름길이 없는 학문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그것이 대학생의 생활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큰 틀에서 사고하는 방식, 전체적인 강의의 흐름을 잡는 법, 기초부터 공부하는 법 등을 익혀야 한다.
아홉째, 전공을 섣불리 정하지 말라. 어떤 대학들은 학생이 학부에 입학하자마자 전공을 결정하라고 다그친다. 물론 학교 처지에서는 신입생들이 전공을 빨리 선택할수록 업무가 수월해진다. 그러나 학생 처지에서는 빨리 전공을 정해서 득 될 것이 없다. 평소 관심 있었던 전공 몇 가지를 골라놓고, 각 전공 강의를 최소 서너 개 들은 뒤 전공을 정하자. 이때 ‘개론’ ‘입문’ 같은 기초 강의만 듣지 말고 3학년 정도가 듣는 심화과정도 한 번쯤 들어볼 필요가 있다.
열 번째, 그래도 안 될 때는 교수를 찾아가라. 대부분의 교수들은 학생을 도와주고 싶어하고 학생들과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강의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다면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교수를 찾아가 강의를 알아들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라. 강의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리포트를 쓰면서 막혔던 부분을 물어봐도 좋다. 교수를 찾아가기가 여의치 않다면 의문점을 메모해뒀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전 강의 내용을 총정리하는 시간에 질문하면 된다. 이런 정도의 열의를 보이는 학생이라면 어떤 교수든 기꺼이 시간을 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