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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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많이 마시면 키가 쑥쑥?

청소년기 ‘키 크기 비법’ 오해와 진실

  •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입력2009-03-04 18: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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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유 많이 마시면 키가 쑥쑥?

    과도한 스트레스는 성장호르몬 분비와 작용을 방해한다. 전문가들은 ‘규칙적인 운동’을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꼽았다.

    KBS의 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진행자들이 새로운 손님이 나올 때마다 뜀뛰기로 천장에 머리를 닿게 하는 게임을 시킨다. 키가 작아 머리가 닿지 않는 사람은 뜀뛰기마저 안 된다며 망신을 주고, 머리가 닿는 사람은 키가 커서 멋있다며 칭찬한다. 방송에서만 큰 키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들은 자녀의 키를 키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다. 이미 시중에는 키 크는 영양제부터 운동기구까지 별의별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인터넷에도 키 크는 비법이 수없이 떠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키 크는 비법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키가 자라는 것을 방해하는 방법이 키 크는 비법으로 잘못 알려진 경우도 있다. 오해하기 쉬운 ‘키 크는 비법’의 진실을 알아보자.

    [오해 1]잠만 많이 자면 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는 하루 9시간 이상 자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청소년기 성장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성장호르몬은 대부분 자는 동안 분비되기 때문이다. 성장호르몬은 대뇌 아래에 있는 콩알 크기의 뇌하수체 앞엽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호르몬이다. 뼈, 연골을 자라게 해 청소년기에 키가 크도록 돕는다. 또 척추의 골밀도를 높여 골절 위험을 줄이고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그렇다고 밤샘을 하고 낮잠을 오래 자는 건 키 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맑은코 키자람 한의원 윤광섭 원장은 “성장호르몬 총 분비량 중 90%가 밤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에 분비되므로 일찍 자야 한다”며 “낮잠을 오래 자면 밤에 잠이 안 오는 불면증이 반복되고, 생활 패턴이 깨져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청소년기에 수면이 부족하면 ‘성조숙증’이 나타날 수 있다. 생식세포가 일찍 발달하는 것을 막는 호르몬인 멜라토닌도 자는 동안 분비되기 때문이다. 수면 시간이 짧으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난다. 결국 성조숙증이 나타나 성장 기간도 줄어든다.

    하지만 잠을 오래 자도 피곤할 수 있다. 잠든 순간부터 일어날 때까지 잠에서 깼다가 다시 잠들기를 3번 이상 반복하면 또는 9시간 이상 자도 몸이 피곤하다면 수면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상계백병원 성장클리닉 박미정 교수는 “수면 시간도 중요하지만 수면의 질이 더 중요하다”며 “얕은 잠을 오래 자기보다 짧은 시간이라도 깊게 자야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숙면을 해야 근육이 이완돼 긴장이 풀리고 편안해져 성장호르몬도 잘 분비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키를 고민하는 청소년 가운데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이 쉽게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늦게까지 공부하는 탓도 있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증가한 ‘디지털 중독’이 더 심각한 원인이다. 윤 원장은 “잠들기 직전까지 전자파가 나오는 전자기기를 사용하면 두뇌가 계속 각성 상태에 놓여 바로 잠들지 못한다”며 “가벼운 맨손체조를 하는 등 두뇌의 긴장을 풀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우유 많이 마시면 키가 쑥쑥?

    청소년기에 꼭 섭취해야 할 단백질 음식. <br><b>1</b> 닭고기 샐러드, <b>2</b> 사태, <b>3</b> 고등어, <b>4</b> 닭고기 스테이크

    [오해 2]우유만 마신다?

    성장기에 꼭 필요한 음식을 물으면 대부분 ‘칼슘이 풍부한 우유’를 떠올린다. 우유는 필수아미노산과 여러 가지 비타민, 무기질을 포함해 성장을 촉진하는 완전식품의 대명사다. 그렇다면 우유가 정말 ‘키 크는 명약’일까. 윤 원장은 “우유는 하루에 400~500cc를 마셔야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다. 그는 “키가 크려면 골고루 잘 먹는 식습관이 중요하다”며 “편식을 해도 우유만 많이 마시면 키가 큰다는 생각은 오산”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키가 클 때 필요한 성분은 칼슘보다 단백질이다. 칼슘은 하루에 0.7g만 섭취해도 뼈를 만드는 데 충분하다. 뼈에 붙은 근육을 구성하는 성분은 바로 단백질로, 근육량이 적으면 성장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돼도 제 기능을 못한다.

    윤 원장은 “근육이 적고 몸이 마른 사람은 성장이 원활하지 못하다”며 “어느 정도 살집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에는 일반적으로 키가 10cm 클 때 몸무게는 5kg 늘어난다. 그래서 청소년기에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면 근육량이 부족해 성장에 방해가 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 꼭 섭취해야 할 단백질 음식으로 우유와 등 푸른 생선, 된장이나 두부 같은 콩 식품, 고기를 꼽았다. 특히 고기는 기름진 부위보다 닭 가슴살처럼 단백질로 이뤄진 부위가 좋다. 물론 골고루 먹는 식습관은 기본이다. 우리의 식탁은 밥과 밑반찬이 기본이고 날마다 주요리가 바뀌는데, 밑반찬에는 시금치나 콩나물 같은 채소가 많아 상대적으로 고기 섭취량이 적다. 윤 원장은 “하루에 한 끼 정도는 고기 요리를 먹는 습관이 좋으며 간식으로 달걀을 먹어도 좋다”고 조언했다.

    [오해 3]하루에 줄넘기 1000번은 기본?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조사한 ‘1998년과 2007년 청소년 평균 키’(표 참조)에 따르면, 2007년 13세 남자 평균 키는 1998년 수치보다 3.7cm나 크다. 하지만 18세 남자 평균 키는 0.8cm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자도 마찬가지로 10년 사이 10대 초반 평균 키는 훨씬 커졌지만 10대 후반 평균 키는 비슷하다. 왜 그럴까.

    우유 많이 마시면 키가 쑥쑥?
    윤 원장은 “10대 초반에는 10년 전에 비해 훨씬 빨리 자라던 청소년이 10대 후반에 거의 비슷한 수치에서 키가 멈추는 이유는 학업 스트레스에 있다”며 “과도한 스트레스는 생체리듬을 깨뜨려 성장호르몬 분비와 작용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규칙적인 운동’을 꼽았다. 윤 원장은 “덩치는 커도 허약한 청소년이 많은데, 이는 근육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식사로 단백질을 섭취해 근육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 근육의 힘을 기르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뼈가 자라나는 성장판을 자극하려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유산소운동만 고집하며 ‘하루에 줄넘기 1000번은 기본’이라고 조언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러나 윤 원장은 “단순 동작만 반복하는 운동을 억지로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여 성장을 방해하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좋아하는 운동을 하루에 30분~1시간씩 하라”고 조언했다. 중요한 것은 운동의 종류가 아니라 ‘근육을 쓰는 정도’이기 때문. 온몸의 근육을 골고루 쓰는 운동이 좋고, 한 가지 운동보다는 여러 개를 하는 편이 좋다.

    윤 원장은 “키가 쑥쑥 자라나는 청소년기에는 잘 먹고 잘 자고 마음껏 뛰노는 게 최고지만, 요즘은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몸과 마음이 허약해지는 것은 물론 키 크는 것도 방해를 받는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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