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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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거래 깊은 상처, 클린 이미지 땅에 추락

최열 환경재단 대표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8-12-08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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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살았다. 환경재단 대표 최열(59·사진) 씨에 대한 검찰의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은 “빌려준 돈을 돌려받았다는 (최씨의) 주장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이 밝힌 최씨의 혐의는 ‘업무상 횡령’. 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련) 계좌에 있던 돈을 2억원 이상 꺼내 동생 사업자금, 딸 어학연수비, 정치인 후원금 명목으로 썼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씨는 두 번의 검찰 조사에서 줄곧 “공금을 빼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환경련에 빌려준 3억원을 뒤늦게 되돌려 받았을 뿐이라는 것. 영장이 기각된 직후 서울중앙지검 김수남 3차장검사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유와 최씨 측 변호인의 주장을 검토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최씨의 영장이 기각되자 환경재단 등 시민단체들은 일단 한숨 돌린 분위기다. 최씨 개인뿐 아니라 대한민국 시민운동도 그야말로 ‘죽었다 살았다’며 영장 기각 소식을 환영했다. 최씨를 살리겠다며 법원에 탄원 서한까지 냈던 함세웅 신부,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등 각계 원로들의 면(面)도 섰다. 시민단체 내에서 최씨가 가진 상징성은 그만큼 컸다. 횡령사건의 당사자격인 환경련은 12월3일 논평을 통해 “오늘 최 대표에 대한 영장 기각은 검찰이 주장해왔던 최 대표의 공금횡령 혐의가 근거 없음을 확인해준 것이다. 재판부의 신중한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최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제1호 환경운동가’다. 1982년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 분야 시민단체라 할 수 있는 공해문제연구소를 설립한 사람이 바로 그다. 그는 93년 8개 환경단체의 연합체로 설립된 환경련의 사무총장을 맡아, 회원 수 8만명의 아시아 최대 환경단체로 키워냈다. 10년 넘게 환경련 사무총장과 공동대표를 지낸 그는 현재 환경재단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십수 년간 최씨의 보폭은 시민단체에 머물지 않았다. 정·관·재계를 수시로 넘나들었다. 여러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아 경영에 참여했고, 외교통상부 등 정부부처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직무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정치력을 한껏 과시했다. 2006년에는 삼성이 각계각층의 쓴소리를 듣겠다고 만든 ‘삼성을 지켜보는 사람들’, 일명 ‘삼지모’ 대표도 맡았다.



    그런가 하면 구설도 많았다. 환경단체의 감시 대상인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아 거액의 보수와 스톡옵션을 받는다는 비판도 있었고, 이런저런 정치활동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뒷담화의 원인이 됐다. 특히 2000년 16대 총선 때 국회의원 낙천·낙선운동에 앞장선 것이나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운동처럼 환경과 관련 없는 정치운동에 앞장서 눈총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저런 비판에도 시민단체 안팎에서 그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일단 어려운 고비는 넘겼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가 받은 상처는 결코 작지 않다. 명예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검찰의 재수사와 재판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시민단체 일각에서조차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최열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쓰러진 환경운동의 대부(大父), 그는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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